한반도 뒤흔든 39살 비의 '깡' 열풍, 그 뒤엔 이게 있었다

조회수 2020. 9. 17. 09: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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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깡은 해야죠"..비도 소환하는 '밈'이 뭐길래

“1일 1깡 하셨나요?”


요즘 ‘1일 1깡’이라는 신조어가 인기다. 가수 겸 배우 비(정지훈)이 2017년 발매한 노래 '깡'을 하루에 한 번씩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깡’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 수(20일 오후 4시 기준)는 930만뷰, 댓글은 9만8000여개에 달한다. 유명 크리에이터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깡'을 패러디한 안무 영상을 찍어 올리고 있다. 한 여고생이 학교에서 찍은 영상인 ‘1일 1깡 여고생의 깡’은 조회 수가 무려 240만뷰에 달한다.

출처: 비의 '깡' 뮤직비디오 캡처
'1일 1깡'은 비가 2017년 발매한 노래 '깡'을 하루에 한 번씩 들어야 한다는 뜻의 신조어다.

◇당시엔 흥행 실패...시간 거슬러 ‘밈’으로 재조명


비가 2017년에 발매한 곡 ‘깡’은 당시 혹평을 받았다.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10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왕의 귀환 후배들 바빠지는 중’, ‘나쁜 오빠 무대를 다시 한번 적시지’, ‘난 꽤 많은 걸 가졌지 수많은 영화제 관계자 날 못 잡아 안달이 나셨지’ 등의 가사는 일부 네티즌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3년이 흐른 지금 ‘깡’은 ‘밈(meme)’ 열풍을 타고 재조명 받고있다. ‘밈'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한 문화 요소와 콘텐츠를 뜻한다. 사람들의 관심과 조롱을 받으면서 ‘깡’을 패러디하는 영상이 점점 늘었다. 최근 통계청 공식 계정은 ‘깡’ 뮤직비디오 댓글에 “통계청에서 깡 조사 나왔습니다. 2020년 5월 1일 오전 10시 기준 뮤직비디오 조회 수 685만 9592회. 39831UBD입니다”는 댓글을 남겨 논란이 일었고 결국 사과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UBD’는 비가 주연을 맡은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흥행 실패를 비하한 용어다.

출처: MBC '놀면뭐하니' 방송 캡처
가수 비가 '깡' 열풍에 대해 말하고 있다.
출처: 비의 '깡' 유튜브 댓글 캡처

온라인에서 불기 시작한 ‘깡’ 열풍은 비를 방송가에 소환하기도 했다. 5월 9일 방송된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은 “요즘 ‘1일 1깡’이 난리던데”라고 말했다. 이에 김태호 PD도 “오늘도 ‘1일 1깡’하고 왔다”고 답했다. 일주일 뒤인 16일 비가 해당 방송에 나왔다. ‘하루에 몇 깡 하시나(하루에 깡을 몇 번 보시나)’는 유재석의 질문에 “최소한 1일 3깡은 해야 한다. 식후깡은 필수다”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이 지적한 특유의 꾸러기 표정이나 입술 깨물기 등에 대해서는 "절대 포기 못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대중이 꽂히면 뜬다…‘밈’ 열풍이 소환한 스타와 유행어 


이처럼 최근 대중이 만드는 밈, 짤(인터넷 공간에서 돌고 도는 이미지 파일), 댓글 등이 방송가 콘텐츠로 재생산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중이 주도적으로 과거 콘텐츠를 발굴해 재생산· 소비하면서 대중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과거 유행어나 스타들을 재소환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출처: 유튜브 '버거킹' 채널 캡처
드라마 '야인시대'에 출연한 배우 김영철의 대사인 '사딸라(4달러)'.

2002년 방송된 드라마 '야인시대' 속 배우 김영철의 대사인 "사딸라(4달러)”, 2008년 개봉한 영화 '타짜' 속 배우 김응수의 대사인 "묻고 더블로 가”를 활용한 밈도 최근 유행이다. 이 유행어가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면서 두 사람은 이 콘셉트로 CF를 찍기도 했다. 김영철은 버거킹 CF에서 4900원짜리 햄버거 세트를 들고 “사딸라”를 외쳤다. 김응수는 ‘타짜’의 극 중 곽철용의 대사였던 “묻고 더블로 가”를 말했다.

출처: SBS '순풍산부인과' 방송 캡처, 박미선 인스타그램 캡처
개그맨 박미선.

1998년 방송된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속 개그맨 박미선의 대사도 온라인에서 화제였다. 당시 극 중 박미선은 딸 미달이의 방학 숙제를 도와주기 위해 나섰다. 그는 “스토리는 내가 짤 거고 글씨는 누가 쓸래”라고 말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이 대사에 꽂힌 대중들은 각종 패러디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월급은 내가 받을게 출근은 누가 할래" "술은 내가 마실게 술값은 누가 낼래" 등 재치 있는 말들이 쏟아졌다. 박미선도 해당 콘셉트로 CF를 촬영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촬영은 내가 할게 박수는 누가 칠래’”라는 글과 ‘순풍산부인과’의 미달이 엄마로 분한 사진을 함께 올렸다. 이어 “드디어 광고 촬영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박미선은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이 장면을 직접 재연하기도 했다. 또 “도전은 내가 할게 구독은 누가 할래”라면서 패러디 했다.

출처: KBS 방송 캡처
가수 양준일.

‘밈’은 대중의 기억에서 잊혔던 스타들을 소환하기도 했다. 가수 양준일을 소환한 것도 밈과 유튜브 댓글이었다. '레베카' '댄스 위드 미 아가씨' 등 과거 대표곡 영상에 "시대를 앞서간 가수" "지드래곤과 닮았다" 등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양준일의 패션과 음악이 화제가 되면서 그를 따라하거나 추억하는 밈이 유행이었다. 이후 양준일은 작년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에 추억의 가수로 등장했다. 데뷔 30년 만에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은 그는 팬미팅, CF 촬영, 방송 촬영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행을 확산시키는 주체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래된 콘텐츠여도 대중이 새롭고 재밌다고 느끼는 경우 직접 패러디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대중이 콘텐츠 생산과 소비를 주체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인터넷 발달로 방송과 대중의 쌍방향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대중이 직접 방송 소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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