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와 달리 "이건 홈쇼핑" 비난 쇄도한 드라마

조회수 2020. 9. 17. 09: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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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오는 G90, 지선우는 그랜저..광고인가 드라마인가 'PPL의 세계'

영화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 특정 상품을 노출하는 간접광고(PPL)는 어느새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PPL이 없으면 프로그램 제작이 안 된다’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올 정도다. PPL을 대하는 시청자들의 태도도 예전보다 많이 너그러워진 편이다. 예전에는 특정 상표만 노출되도 ‘신경 거슬린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지금은 웬만한 PPL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너무나 많은 PPL에 노출되다 보니 거부감이 많이 사그라진 것이다.


어짜피 시청자도 다 아는데..뻔뻔해진 PPL


지금까지의 PPL은 특정 상품, 상표가 화면에 노출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특정 상표가 화면에 나타나면 시청자들의 주의가 분산되기 때문에 연출자들도 프로그램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PPL 상품을 노출시켜왔다. 

출처: 미스터트롯 캡처

하지만 PPL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너그러워지면서 최근에는 아예 대놓고 PPL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종편과 케이블 채널에서는 출연자가 직접적으로 제품을 홍보하는 장면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얼마전 인기리에 종영한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은 출연자들끼리 한국야쿠르트에서 출시한 건강보조식품을 먹으며 ‘다이어트에 좋다’. ‘피로 회복에 좋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냈다.


최근에는 공중파 채널도 대놓고 PPL을 많이 하는 편이다. 작년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KBS 홈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에선 젊은 남자 주인공 왕대륙이 식품업체 ‘본죽’의 CEO로 나왔다. 본죽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사무실이 수차례 화면에 나왔으며 여주인공 도란이는 극중에서 홍게가 들어간 죽을 직접 개발하기도 한다.   

출처: 하나뿐인 내편 캡처

5월29일부터 방영되는 MBC드라마 ‘꼰대인턴’은 방송 전부터 PPL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드라마에선 극중 라면 회사에 다니는 박해진이 ‘핫닭면’을 개발해 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는 과정에서 라면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MBC는 드라마 기획 단계부터 ‘핫닭면’의 출시를 준비했다고 한다. 기존 라면 회사와 협업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제품을 내놓고 유통할 계획이다. 5월 말 판매에 앞서 제품명과 라면을 상징하는 닭 캐릭터인 ‘핫닭이’의 상표권 출원까지 마친 상태다.


SBS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텔레비전에 그게 나왔으면’은 PPL을 아예 프로그램의 주요 소재로 삼았다.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신개념 PPL 버라이어티 예능’을 표방했다는 이 프로그램은 개그맨 유세윤, 양세형, 장도연 등이 기존 제품들을 홍보하는 과정을 그렸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중소기업들의 제품들을 홍보해 판매를 이끌고, 그 수익을 기부했다고 한다.


PPL의 좋은 사례, 나쁜 사례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자극적인 스토리 뿐 아니라 다양한 PPL로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극중 인물들이 타는 자동차였다. 이 드라마에는 등장 인물들이 병원과 집 등을 오갈때 운전하는 모습이 유난히 많이 담겨있다. 등장 인물들은 대부분 현대 자동차를 타는데 경제적 지위에 따라 탑승하는 차량이 달라 보는 재미를 더했다는 평이다. 

출처: 부부의 세계 캡처

자수성가 의사인 지선우(김희애)는 구형 모델인 IG그랜저를 운전한다, 지선우와 이혼하기 전 이태오(박해준)는 구형 산타페를 몰았다. 반면 지역 유지 여병규(이경영) 회장의 딸인 내연녀 여다경(한소희)은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G70을 몰았다. 이태오는 지선우와 이혼 후 영화 사업이 성공하면서 화려하게 재등장하는데 이때 그가 운전하는 차는 제네시스의 최상위 모델인 G90으로 바뀌어 있다. 부부의 세계는 현대차의 최근 모델 뿐 아니라 구형 모델도 적절하게 등장시킴으로써 ‘광고’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덜 수 있었다는 평을 받는다. 이밖에 부부의 세계에는 지선우의 집이 화면에 자주 등장하면서 가구를 협찬한 에몬스가구의 인기도 높아졌다고 한다.


반면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과도한 PPL로 질타를 받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SBS드라마 '더킹'이다. 최근 방영된 더킹 8회차에서는 커피, 김치, 립밤, LED마스크팩등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뜬금포’ 제품 홍보가 자주 등장해 시청자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이날 방송에서 김고은은 갑자기 멀티밤을 꺼내 입술과 볼에 발랐다. 이를 본 후배 형사가 ”그 신문물은 뭔데. 얼굴, 입술 다 바르나”라고 질문하자 김고은은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애들 앞에서는 멀티밤도 못 바른다더니”라며 “너 가져. 이거 하나면 다 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멀티밤을 건네주는 장면이 클로즈업 됐다.

출처: 더킹 캡처

다른 장면에서 이민호는 특정 상표의 커피를 마시며 제품을 노골적으로 홍보했다. 그는 김고은에게 전화를 걸어 “놀랐어. 커피가 황실 커피와 맛이 똑같다”라며 “첫맛은 풍부하고 끝 맛은 깔끔해. 대한민국은 이걸 시중에서 판다고?”라고 말했다. 잠시 후에는 정은채가 LED 마스크팩을 쓰고 “아니 내가 왜 이것만 쓰면 이렇게 찾아들지?”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날 방송 후 더킹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비판이 쏟아졌다. “광고를 본 건지, 드라마를 본 건지 모르겠다”,”드라마가 아니라 홈쇼핑이다”는 반응이 대부분 이었다.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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