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1위, 미국서 더 난리난 맨손 유학생의 1600억 물건

조회수 2020. 9. 17. 09: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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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판매 1600억, 맨손 유학생이 만든 아마존 9년 연속 1위 아이템은?
외환위기 때 한학기 등록금만 갖고 미국 유학
웹에이전시 창업 6달만에 9.11테러로 경영난
차량용 스마트폰 거치대 만들어 아마존서 대박
히스패닉 등 미국 소외계층 돕는 자선단체 설립도

누구나 한 번쯤은 창업을 꿈꾸지만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실패했을 경우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면 창업의 꿈은 대부분 꿈에서 머물 확률이 높다. 

출처: 아이오티 제공
아이오티의 한국지사 '아이오티 코리아'

아이오티(iOttie)는 강원도 춘천 출신 이형민 대표(51세, 미국명 케빈 리)가 2010년 미국 뉴욕에서 창업한 회사로, 한국인보다 미국인에게 더 유명하다. 스마트폰 차량 거치대를 주로 생산하는 아이오티는 미국에서 가장 큰 온라인 시장인 아마존 닷컴에서 2012년 이후 9년째 판매액 1위를 기록 중이다. 이 대표는 성균관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후 화학관련 국내 대기업 인사팀에서 약 2년간 근무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관두고 그가 선택한 것은 미국 유학이었다. 뉴욕시립대 버룩칼리지에서 컴퓨터정보시스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2000년 인터넷 솔루션 업체 엘림소프트를 창업했다. 현재는 아이오티 등 총 9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아이오티는 창업 1년 만에 판매액 100만달러를 달성했고, 작년에는 3400만달러(약 400억원) 판매고를 올렸다. 10년 간 누적 매출액은 1억3000만달러(약 1600억원)에 달한다. 아이오티가 생산한 무선충전용 차량거치대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가전제품쇼인 CES(국제 가전전시회)에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6년 연속 혁신상(innovation award)을 수상했다. 성능과 디자인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이 CES혁신상을 받은 경우는 있었지만 한인 중소기업이 6년 연속 수상한 것은 아이오티가 유일하다. 아이오티는 전 직원 30명 남짓인 작은 회사지만 어떤 회사보다도 탄탄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출처: 아이오티 제공
아이오티가 작년 선보인 '오토센스 무선충전 거치대'

2016년에는 한국에 역진출해 아이오티코리아 지사를 내고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매장에 다양한 종류의 차량 거치대를 선보이고 있다. 2017년에는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작년 9월에는 1년 간의 연구를 거쳐 개발한 신제품 ‘오토센스 무선충전 거치대’를 새로 선보였다. 이 제품은 사용자가 폰을 거치할 때 센서가 움직임을 감지해 거치대가 자동으로 열리는 게 특징이다. 또 자동차의 시동을 끈 이후에도 내부에 충전된 배터리를 이용해 한동안 충전을 지속할 수 있다. 출시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온라인몰(bit.ly/2Z1nNWv)을 통해 5만개가 팔려나갈 정도로 반응이 좋은 편이다.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이형민 대표를 전화로 만나 그의 창업 스토리를 들어봤다.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차량용 스마트폰 거치대를 주로 생산하는 아이오티 대표 이형민입니다. 1998년 미국으로 유학을 와 석사 학위를 따고 2000년 처음 엘림소프트라는 이름의 인터넷 솔루션 업체를 창업했습니다. 아이오티를 만든 것은 스마트폰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10년입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관두고 미국으로 건너갔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대학 전공이 통계학이다보니 아무래도 컴퓨터를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컴퓨터를 좋아했고, 좀 더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을 다니고 있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학기 등록금만 들고 무작정 오른 유학길이었습니다. 뉴욕시청에서 데이터베이스 관련 프로그래밍을 하는 인턴쉽을 구해 계속 아르바이트를 하며 기적처럼 유학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유학생이 돈을 벌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게 굉장히 드문 일인데 저는 참 운이 좋았습니다. ”

출처: 아이오티 제공
2019년 무역의날 '천만불 수출의탑 수상'을 수상한 이형민 아이오티 대표

-미국에 건너갈 때부터 창업에 대한 꿈이 있었습니까.


“아뇨. 제가 창업을 할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유학을 왔던 시기는 닷컴 버블이 잔뜩 일었던 때였습니다. 웬만한 프로그래머들은 고액 연봉을 받으며 취업을 하기 쉽던 때였어요. 저도 미국 유학을 결심하며 미국에 있는 유명 IT업체에 들어가는 게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2000년 들어 닷컴 버블이 급격히 꺼지면서 직장 구하기가 갑자기 힘들어졌어요. 저는 미국에서 어떻게든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건너왔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기는 싫었습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창업이었습니다.”


-처음 창업한 엘림소프트는 어떤 기업인가요?


“쉽게 설명해 웹 에이전시 회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웹사이트를 디자인하고, 웹을 바탕으로 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특히 삼성하고 일을 오래했습니다. 엘림소프트는 여전히 활기차게 운영 중이고, 아이오티 등 나머지 계열사들은 엘림소프트의 자회사입니다.”


-창업 이후 어려움은 없었나요? 창업 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전통적으로 한인들이 미국에서 창업을 할 때 많이 하는 선택하는 업종이 세탁소나 음식점입니다. 인적 네트워크도 없고, 유학을 해도 원어민이 아니니까 언어적 문제도 무시할 수 없죠. 이민자들이 겪어야하는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무래도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다보니까 거래업체와 얼굴을 안보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인종차별 같은 문제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었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는 9.11 테러를 들수 있겠네요. 회사를 오픈한 지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을때 9.11이 터졌습니다. 강 건너 무역센터에서 연기가 치솟아 오르는 모습이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사무실 앞을 소방차 수십대가 지나갔죠. 이후에 몇 개월동안 사람들이 밖에도 잘 안나오고 활동이 급격히 줄었었어요. 마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터진 지금과도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회사 경영도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2010년 아이오티 설립했는데 차량용 스마트폰 거치대라는 아이템은 어떻게 구상했습니까?


“저는 직원 중에 능력이 괜찮은 친구가 있으면 확실하게 밀어주는 편입니다. 아이오티도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당시 아이폰을 비롯해 스마트폰이 처음 나와 세상을 바꾸고 있었고, 지금 아이오티 부사장으로 재직중인 에릭 강(한국명 강병일)이 차량용 스마트폰 거치대 아이템을 제안했습니다. 에릭은 디자이너 출신이에요. 에릭의 도움으로 다양한 제품들을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며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입니까?


“회사의 매출이 오르고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우리가 이룬 과실을 남들과 나눌 때 였습니다. 지금은 회사가 잘 성장했지만 초반 10년 간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들의 고통을 잘 알고 이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우리의 사명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14년 비영리 단체 ‘기브 챈스(Give Chance)’를 설립해 지금까지 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소외받는 계층인 남미, 히스패닉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돕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에는 경제적 형편이 좋지않은 한국 고등학생 10여명을 뉴욕으로 데려와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의사, 금융인 등 학생들이 희망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섭외해 매칭시켜주고, 뉴욕시 관광도 했습니다. 돌아갈 때가 되지 학생들의 눈빛이 처음 왔을때보다 훨씬 밝아져 있더라고요.”

출처: 아이오티 제공
아이오티 뉴욕 본사 직원들

-최종적인 목표와 비전은 무엇입니까?


“방금했던 이야기의 연장선일 수도 있는데 좋은 회사를 잘 키워 결과물을 소외된 사람과 나누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기브 챈스 조직을 더 키워 남미 학생들,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학생들처럼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입니다.”


-해외에서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사회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창업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사무직이든 현장직이든 어떤 형태로라도 창업하기 전에 직장 생활을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해외에서 창업을 원한다면 한국에서 직장 경험을 하고 유학을 오는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 언어 문제도 해결하고 그 나라의 경제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선 학교를 다니며 준비 기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뛰어들어 창업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원하는 분야에 대한 경험을 쌓고 해외로 나와 공부하고 창업을 하면 성공 가능성이 보다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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