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짱 도루묵' 일, 왜 하느냐" 질문에 박카스 부부가 한 말

조회수 2020. 9. 17. 09: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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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일 하냐고요? 최소한 우리가 지나온 길은 바뀌잖아요"
‘박카스’ CF 일반인 모델 김용규·문수정 부부
다이빙하다 눈에 보이는 쓰레기 방치 대신 수거
해변 아무리 청소해도 1주일이면 쓰레기 천지
SNS 공유···시민들과 바다 환경 보호 나서

-바닷속 쓰레기를 줍는 게 제일 뿌듯했을 때는 언제예요?

“음... 저희 보고 시작했다는 분들이 생길 때요.”


-이 넓은 바다가 그런다고 회복될까요?

"최소한 우리가 지나온 길은 바뀌잖아요."

4월9일 새로운 박카스 광고 ‘회복’편이 공개됐다. 동아제약은 코로나19로 개인과 사회가 겪고 있는 피로를 회복하고 많은 사람과 힘을 나누고자 이번 광고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진정성을 더하기 위해 모델이나 대역이 아닌 일반인 김용규·문수정 부부가 직접 출연했다. 김용규(40)씨에게 강원도 강릉에서 바다 쓰레기를 줍는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본인 소개를 해달라.


“원래 서울의 한 스튜디오에서 사진 작업을 했다. 취미로 접한 스쿠버다이빙에 빠져 2013년 회사를 그만두고 다이빙 강사 일을 시작했다. 바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해양 환경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접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바다 환경이 심각하게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다이빙 교육만 할 게 아니라 바다를 보호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2016년 부인과 함께 오션카인드라는 회사를 세우고 해양 환경 보호에 힘쓰고 있다.”


-바다 쓰레기를 줍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작정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바다에 들어가면 일부러 찾지 않아도 다양한 쓰레기가 눈에 들어온다. 그걸 그냥 두지 말고, 하나씩 들고 물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단순히 쓰레기만 줍는 게 아니라 이 문제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본격적으로 해변을 답사하면서 쓰레기를 수집하고 강릉시민과 바다 쓰레기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출처: 동아제약 유튜브 캡처
김용규·문수정 부부.

-주로 어디에서 쓰레기를 수집하나.


“강릉으로 이주한 뒤 시내 여러 해변을 다녔다. 강릉이라 하면 보통 경포나 안목 해변, 정동진을 떠올리지 않나. 그런데 강릉에 있는 해변만 25곳이더라. 스무 곳이 넘는 해변을 다 다니면서 어떤 쓰레기가 있는지 눈으로 봤다. 관광객이 많은 일부 해변은 쓰레기 문제가 정말 심각했다.”


-예를 들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궁금하다.


“경포해변에서 지역활동가분들과 함께 쓰레기를 조사하는 날이었다. 15~20명이 30분 동안 쓰레기를 수집했는데, 폭죽에서 나온 플라스틱 탄피를 5000개 넘게 주웠다. 겨우 30분 동안 모래사장 일부 구역에서 찾은 탄피가 5000개다. 물속에 있는 쓰레기까지 더하면 바닷가에 엄청난 쓰레기가 있는 셈이다.”


-물속에는 어떤 쓰레기가 많나.


“해변에서 나오는 쓰레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 들어간 쓰레기가 대부분이다. 상업 시설에서 배출해 수거했어야 할 쓰레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페트병·일회용 수저·빨대 등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다. 최근에는 낚시용품이 많이 나온다.”

출처: 오션카인드 제공
2019년 3월24일 강릉 옥계 해변에서 수거한 쓰레기를 촬영한 사진.

-수거한 쓰레기 사진을 찍어서 SNS에 공유한다고.


“물속에 들어가 열심히 쓰레기를 가지고 나오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바다 쓰레기 문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려 한다. 궁극적으로는 육지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줄이고, 이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걸 막아야 한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 강릉비치클린업이라는 프로젝트도 있는데, 정화 활동에 관심이 있는 시민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해변 쓰레기를 줍는다. 겨울을 빼고 매월 행사를 연다. 2019년에는 4월부터 11월까지 했다.”


-정화 활동을 한 지 3년이 넘었다. 변화는 있었나.


“아쉽게도 변화는 크게 못 느끼고 있다. 여기저기 많이 찾아다니며 당부 말씀도 드렸는데, 부족했던 것 같다. 40~50명이 모여 정화 활동을 해도 일주일만 지나면 해변이 쓰레기로 가득 찬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더라. 당장 변화를 만들기보다는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쓰레기를 줍는 것 자체보다 우리의 생활 습관을 바꾸고 공장의 생산 공정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와 힘을 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강릉시 산하 강릉자원순환운동본부와 강릉비치클린업 프로젝트를 함께 한다. 예를 들어 쓰레기를 치우려면 쓰레기봉투나 안전용품이 필요하지 않나. 이런 걸 지원받는다. 참가자가 별도 준비물을 챙기지 않고 맨손으로 와도 바로 쓰레기를 주울 수 있다. 2019년에는 한 해 동안 기록한 해양 쓰레기 관련 자료를 모아 워크숍을 열었다. 강릉시민뿐 아니라 환경활동가와 시 관계자도 참석했다. 시에서 앞으로 정책을 만들 때 이런 자료를 함께 고려해달라고 전달했다. 올해도 이런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다.”

출처: 오션카인드 제공
김용규·문수정 부부는 해양 환경 보호 관련 강연을 하고 시민과 함께 쓰레기를 줍는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작년 강원도 양양 바닷속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모래 틈 사이에서 비닐장갑을 발견했다. 으레 나오는 쓰레기라 생각하고 주우려 손을 뻗었는데, 장갑 손가락 부분에서 물고기가 팔딱팔딱 뛰고 있었다. 장갑을 찢어 물고기를 풀어줬다. 뉴스에서도 이런 사건을 보도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외국 사례다. 2018년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힌 바다거북 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이것도 중미 코스타리카 인근 해변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를 뿐 그런 일이 정말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구나 싶었다.”


-언제까지 쓰레기를 주울 생각인가.


“바다가 좋아서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했다. 다이빙하거나 해변을 산책할 때 쓰레기 걱정을 하지 않는 날이 오면 좋겠다. 만일 도시의 답답함을 피해 바다로 여행을 왔는데 바다가 온갖 쓰레기로 덮여 있으면 얼마나 불쾌하겠나. 이런 일이 없어질 때까지 적은 노력이라도 계속하고 싶다.”


-바다를 찾는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뿐이지 바다는 굉장히 많은 환경 피해를 보고 있다. 바다로 흘러가는 쓰레기도 문제지만, 기후 변화로 바다 생태계도 위험해졌다. 무분별한 어업으로 어획량은 점점 줄고 있다. 그런데도 바다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평온해 보인다. 이제는 바닷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질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의 생활이나 소비 습관 하나하나가 바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이 작은 실천으로 이어지면 좋겠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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