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모두 해외서 나온다, 삼성도 인정한 1만원 사업

조회수 2020. 9. 17. 09: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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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서 10만명이 이것으로 한국어 배웁니다"
국제기구 꿈꾸며 프랑스 유학시절 6개국어 학습
외국인이 친근하게 한국어 배울 수 없을까 고민
인공지능 챗봇 ‘에그번’으로 1대1 교육 나서
연 매출 약 10억···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 선정도

“프랑스 유학 시절에 6개 언어를 공부했어요. 가장 효과적인 공부 방법은 그 언어를 쓰는 친구와 계속 대화를 나누는 거였습니다. 친구가 저의 단어와 문장을 옆에서 계속 고쳐주었기 때문이죠. 이런 친구 역할을 해주는 기능이 있으면 언어 공부에 도움이 되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만든 것이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AI 챗봇(메신저로 대화할 수 있는 채팅 로봇 프로그램) 앱입니다.


K팝 블로그를 운영하던 인도네시아 친구가 홍보 글을 올려줬어요. 그런데 이게 입소문을 타고 퍼졌습니다. 아직 초기 버전이었고 블로그 글 말고는 홍보가 없었는데도 인도네시아에서 매달 다운로드 수가 1000여건씩 늘었습니다. 앱 가격이 7~8달러 정도로 인도네시아 물가로 치면 꽤 비싼 가격이었는데도요. 그때 사업성을 확신했죠. 이후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에그번 문관균 대표(좌), 프랑스 유학시절 외국인 친구들과 문 대표(우)

에그번은 AI 챗봇이 대화를 통해 언어 공부를 도와주는 앱이다. 언뜻 보면 카카오톡 메신저와 비슷하게 생겼다. 챗봇이 질문을 던지면 사용자가 대답한다. 챗봇은 사용자의 답변에 대해 칭찬도 해주고 틀린 부분을 피드백도 해준다. 한·중·일 버전이 있지만 한국어 공부 사용자가 가장 많다. 1달 앱 사용자 수만 10만명이라는 에그번 문관균(36)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6개 언어를 공부하셨다고요. 


“프랑스 유학 생활을 7년 동안 했습니다. 파리 경영대학에서 금융(Finance)를 전공했죠. 원래 국제 관계에 관심이 많아서 UN 같은 단체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프랑스어, 영어, 러시아어, 일본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여러 언어를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창업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세계은행(World Bank Group)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일해봤어요. 그런데 막상 일해보니 상상했던 것과 다른 부분이 많았습니다. 제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었고요.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와 2년 정도 IT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죠. 결국 퇴사하고 퇴직금을 자본금 삼아 개발한 것이 에그번입니다. 그동안 언어 공부를 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녹일 수 있겠다 싶었죠. 삼성전자를 다니던 지인과 함께 2016년 창업했습니다. 초기 버전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매출을 낸 덕분에 투자를 받아 사업을 키울 수 있었죠.  


유학 시절에 인종 차별을 많이 당했습니다. 그런데 아시아 문화나 언어를 아는 외국인들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더라고요. 에그번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출처: 에그번 제공
에그번 챗봇의 수업 화면 예시

-챗봇은 어떤 방식으로 한국어를 가르쳐주나요.


“사용자가 쓰는 언어로 대화하며 수업을 진행합니다. 미국인에게는 영어로 이야기하고, 중국인에게는 중국어로 이야기하죠.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용자도 배울 수 있도록 자음, 모음부터 시작합니다. 먼저 개념을 설명해주고 알려준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사용자의 대답을 계속 고쳐주면서 내용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서비스 가격은 얼마인가요. 


“나라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미국 기준 월 1만1000원을 내면 챗봇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 하루에 1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무료 버전도 있고요.” 


-매출과 성과가 궁금합니다. 


“1달 이용자 수(MAU·월간순이용자수)는 10만명가량입니다. 이 중 유료 사용자 수는 1만명이고요. 무료 사용자만 따지면 인도네시아 비중이 가장 큽니다. 하지만 유료 사용자는 미국이 35%, 일본이 30%, 동남아시아가 20%, 유럽 등 나머지가 15%를 차지합니다. 연 매출은 약 10억원으로 100% 모두 해외에서 나옵니다.”

출처: 에그번 페이스북 캡처
에그번이 SNS에 올리는 한국 문화 콘텐츠

-에그번이 인기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대화를 하면서 알려주기 때문에 유튜브 영상 같은 일방향성 콘텐츠보다 이해하기 쉽습니다. 자신만의 개인 과외 선생님이 생긴 셈이죠. 또 언어뿐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해 알려주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메일로도 보내주고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카드 뉴스 형식으로도 많이 올리죠. 콘텐츠를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만 10만명 이상입니다. 덕분에 한국어나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에게는 에그번이라는 브랜드가 많이 알려진 편입니다.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 ‘Korean’을 검색했을 때 에그번이 상단에 뜨도록 앱스토어 최적화에도 신경을 많이 썼고요.”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다고요.


“2018년 12월에 선정됐습니다. C랩 아웃사이드는 삼성전자가 국내 스타트업을 돕기 위해 시작한 프로그램입니다. 스타트업을 선정해 지원금과 사업 협력 방안을 제공하죠. 창업 초반 사업을 무리하게 넓힌 적이 있습니다. 한·중·일 외에 다른 언어도 론칭하고 B2B 사업까지 하려고 했습니다. 손해가 컸죠. C랩 프로그램 선정 이후 컨설팅을 받고 사업을 정리했습니다. 지금은 한국어 B2C 사업에 집중하고 있죠. 덕분에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에그번 제공
문 대표와 에그번 팀원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에그번 스쿨이라는 신규 서비스를 낼 계획입니다. 실제 선생님이 온라인으로 공부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이죠. 챗봇과 예습을 하고 선생님과 온라인 스터디를 통해 복습하는 식입니다. 


또 에그번을 사용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는 콘텐츠를 더 다양하게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가야금 연주자 인터뷰를 통해 전통문화를 알리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릴 수도 있겠죠. 장기적으로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리는 미디어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오서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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