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에 억대 연봉 가능한 직업입니다

조회수 2020. 9. 17. 09:5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호텔 델루나' 속 아이유 선글라스 완판, 숨은 공신은 접니다"
드라마 속 배우 옷부터 음식까지
PPL 마케팅 총괄하는 마케팅 PD
무릎 꿇어가며 찍어달라 사정한 경험도

지난해 종영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주인공 중 한 명인 공명은 문이 닫힌 치킨집 셔터를 올리고, 치킨을 튀기는 업무로 회사 생활을 시작한다. 새벽 5시에 드라마 감독이 치킨을 먹는 씬을 찍기 위해 1시간 내로 치킨을 구해올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계약대로 드라마에 치킨을 내보내기 위해 직접 치킨을 튀겨야 하는 그의 직업은 마케팅 PD. 드라마에 제품·상표·로고를 등장시켜 제품이나 브랜드를 홍보하는 PPL(product placement) 마케팅을 총괄하는 직업이다.


최충훈(45) 어지니스 한국 최초 마케팅 PD다. 최 대표가 카메라 보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 1997년 당시만 해도 PPL이 무엇인지 개념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 대표는  외국 사례를 공부하고 앞으로 PPL시장이 커질거라고 생각했다. 고전적인 사례는 미국 영화 E.T.에 등장한 ‘허쉬(hersheys)’의 '리세스 피시스(Reese's Pieces)' 초콜릿. 영화에 나오고 나서 초콜릿 매출이 60% 넘게 증가했다. 이미 해외에선 PPL이 마케팅의 주류였다. 

출처: 어지니스 제공
최충훈 어지니스 대표

◇PPL 개념도 생소했던 90년대 후반 일하기 시작


-마케팅PD 일을 시작한 계기는. 


“처음 카메라 보조로 방송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어떻게든 그 안에서 버텨야 했어요. 사실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가 꿈이었는데, 방송 일이 너무 재미있었고 이왕 시작한 거 업계에서 한번 버텨보자고 결심했죠. 소품, 보조출연 등 여러 일을 하면서 PPL을 처음 접했습니다. 기획부터 광고 계약을 따내고, 드라마에 적절하게 넣는 마케팅 PD를 해보면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어요.” 


-마케팅 PD에 대해 생소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방송사 드라마는 외주 제작이 많습니다. 저희는 드라마 편성 일정이 잡히면, 주로 외주 계약사와 계약을 합니다. 이후 그 드라마의 마케팅 전반을 담당하는데요. 저희가 직접 초기 대본과 시놉시스를 분석해 드라마에 어울릴 만한 제품을 찾습니다. 이후 광고주들을 찾아가 계약을 하고, 제작비를 지원받습니다. PPL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있는데, 더 좋은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기 위한 제작비를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일을 시작할 때는 PPL 시장이 커지기 전이었다. 계약을 따내기부터 힘들었을 것 같은데.  


“방송 쪽 사람들도 PPL이 뭔지 잘 몰랐어요. PPT를 만들어 PPL이 뭔지부터 설명했습니다. 간간이 몇 개 기업과 계약을 하긴 했지만, 몇 년간은 정말 힘들었어요. 아기 분유 값 벌기도 힘들었던 적도 있었고,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도 많았죠. 하지만 ‘겨울연가’가 나오고 한류 열풍 불고 나서부터 기업들이 드라마에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제작 지원도 하고, 그러면서 시장이 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망한 PPL은 없어, 방송에 나가면 우선 성공 


-어떤 작품들을 담당했나. 


“지금까지 담당한 작품은 70편이 넘습니다. 2019년에는 공중파 미니시리즈 중 시청률 3위 안에 드는 두 작품, ‘닥터 프리즈너’와 ‘동백꽃 필 무렵’을 맡았어요. 마케팅 총괄이 아닌 협찬 업무만 대행하기도 하는데, ‘호텔 델루나’는 협찬 대행을 맡았어요. 잘 풀려서 아이유가 쓰고 나온 선글라스는 완판을 기록했고, 이후 아이유가 해당 브랜드와 모델 계약을 맺기도 했어요.” 

출처: tvN 방송화면 캡처,베디베로 인스타그램 캡처
호텔델루나에서 아이유가 쓰고 나왔던 선글라스 중 하나. 이후 아이유는 해당 브랜드와 모델 계약을 맺었다.

-드라마 속에 자연스럽게 PPL을 녹여내는 노하우가 있다면.


“캐릭터와 극의 흐름에 맞게 기획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최대한 흐름을 깨지 않으면서 제품도 보여줄 수 있도록 대본과 시놉시스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PPL이라는 게 티 나면 ‘저건 망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있는데, 사실 저희 입장에서는 티가 나더라도 방송에 나가는 게 중요해요.” 


-최근 ‘더킹’도 그렇고 PPL이 너무 노골적이라는 비판도 있는데. 


“너무 맥락이 없거나 극의 흐름이 끊기면 거부감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대본부터 촬영·편집·심의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다 보니 처음 의도했던 바와 다르게 진행될 때도 있어요. 간혹 지나치다는 논란을 불러올 때도 있는데, 최대한 작품과 잘 어우러지게 만들 수 있게 계속해서 노력하겠습니다.” 


-’멜로가 체질’에서 PPL을 넣기 위해 감독·배우들의 비위를 맞추는 장면이 많았었다. 


“실제 PPL에 협조적인 분들도 있지만, 극도로 싫어하는 작가·감독님들도 있어요. 이견을 조율하고, 촬영장에서도 광고주와 약속한 만큼 카메라에 담길 수 있도록 지켜봐야 합니다. 촬영이 끝이 아니라 편집 과정에서 장면이 잘리지 않고, 또 심의에서 걸리지 않는지 모든 과정을 다 관리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경험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심의에서 문제삼을 때 이전에 어떤 작품에서도 이 정도까지는 나왔었다고 과거 사례를 들어 설득시켜야죠. 광고주와도 계속해서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사실 단 몇 초 나오는 게 뭐 중요하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몇 초를 위해서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뛰어다니는 게 저희의 일입니다.” 

출처: tvN 방송화면 캡처
멜로가 체질에서 마케팅 PD역을 맡은 한지은과 공명. 새벽에 직접 튀긴 치킨을 들고 가 배우에게 먹어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협찬 시장에서 한 해 150억원 넘는 돈 굴리기도


-기억에 남는 일화도 많을 것 같은데. 


“쌍욕을 먹는 일도 다반사고, 제발 찍어달라고 무릎이 닳도록 빈 적도 있었죠. 고생한 일을 늘어놓으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2015년 KBS가 창립기념일 행사에서 그 동안 제작비 마련에 공헌했다고 감사패를 주셨는데요.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뜻깊은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제작사 외에는 저희를 좋아하는 분들이 없었어요. 종영 파티에 가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는데, 그간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알아주신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출처: 어지니스 제공
2015년 KBS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어지니스

-그런데도 마케팅 PD를 계속 하는 이유는.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방송에 잘 나왔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또 그에 맞는 충분한 금전적인 보상도 있습니다. 협찬 대행만 맡으면, 총 협찬비의 15%를, 마케팅 총괄을 맡으면 전체의 3~5% 정도를 수수료로 받습니다. 협찬 시장에서 회사가 굴린 돈이 한 해에 150억원 이상이었던 적도 있습니다. 열심히만 하면 젊은 나이에 억대 연봉도 충분히 가능한 직업이에요.” 


-목표는. 


“예능 프로그램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또 몇 년 전부터 유튜브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인플루언서에게 PPL을 하는 게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인플루언서를 발굴해 함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마케팅하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업계 전망이 좋은 만큼 경험을 살려서 잘 운영해보고 싶습니다. 덧붙여 요즘 코로나 사태로 방송계도, 기업들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데요. PPL은 CF보다 비용은 적게 들지만, 광고 효과가 좋습니다. 기업 관계자분들이 PPL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