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에 이걸 넣었더니..10대들 사이에서 난리

조회수 2020. 9. 17. 09:5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과거 인터넷 소설계 주름잡던 백묘 작가 작품, 이제 채팅형 소설로 만난다
이게 대화야, 소설이야?
채팅형 소설,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야기 전개
이용자 22%가 창작해 누적 작품 22만건 넘어

26만명이 여기서 소설을 썼다.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작품을 만든 사람 가운데 80%는 10대다. 채팅형 소설 플랫폼 ‘채티(Chatie)’엔 지금도 하루 평균 소설 3000편이 공개된다.


채티를 만든 최재현 아이네블루메 대표는 2018년 15년 동안 몸담은 네이버를 나와 창업했다. 채팅형 소설은 카카오톡·페이스북 메신저 등 모바일 메신저처럼 대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설이다. 기존 줄글로만 이어지는 소설이 아니라 실제 등장인물이 대화를 하는 것처럼 구성해 읽는 맛을 살렸다.

출처: 아이네블루메 제공
최재현 아이네블루메 대표

예를 들어 ‘눈을 떠보니 병원 침대 위였다. 주변을 살피는 순간,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일어났네?” 왠지 모를 섬뜩한 목소리에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누구세요?”’라는 스토리로 소설이 시작한다고 치자. 채팅형 소설에서는 병실 사진이 화면에 나타나고, 화면을 터치할 때마다 대사가 말풍선 안에 담겨 차례로 올라온다. 주인공이 섬뜩하다고 느끼는 순간에는 스산한 분위기의 노래가 깔린다. 이처럼 채팅형 소설은 텍스트뿐 아니라 분위기에 맞게 영상과 배경음악, 이미지를 넣을 수 있다. 줄글로만 이야기를 전달했던 웹소설에서 한발 더 나아간 방식으로, 2015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해 1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서비스 성장할 때 오는 희열 다시 느끼고자 창업 결심 


-네이버 성장을 이끈 초창기 주역 중 한 명으로 꼽히는데. 


“2000년대 초 네이버에 합류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네이버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거라고 예상을 못 했어요.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란 생각은 했지만, 어떻게 바꿀지 감도 안 왔죠.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춰 일해보고 싶었어요. 네이버에서  부문장·기획본부장·미국법인장 등을 거치면서 회사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켜볼 수 있었던 게 큰 행운이었죠.” 


-오랫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네이버가 성장하면서 느꼈던 희열을 또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서비스를 냈을 때 이용자가 반응하고, 사용량이 늘어날 때 오는 희열이 정말 컸어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창업 후 당시와 비슷한 희열을 느끼고 있나. 


“생각보다 반응이 빨리왔어요. 2018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30만명이에요. 시작하면서 기성 작가분들을 섭외했는데요. 대표적으로 신명진 작가님이 백묘 작가님의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를 리메이크 해서 채팅형 소설로 올리고 있습니다. 그 작품은 드라마로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어요. 기성 작가 작품은 690편인데, 이용자들이 만든 작품이 22만편 이상이에요. 소설을 보러 왔던 이용자들이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거죠. 누적 이용자 120만명 중 22%, 약 26만명이 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출처: 아이네블루메 제공, tvN 홈페이지 캡처
(위) 백묘 작가의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는 채티에서 채팅형으로 리메이크되고 있다. (아래)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는 원작을 기반으로 tvN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플랫폼 내에서 작가·작품 팬덤도 만들어져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올릴 수 있다고. 


“회사가 작가를 섭외하기도 하지만, 유튜브나 블로그처럼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PC와 모바일에서 쉽게 채팅형 소설을 창작할 수 있는 편집 툴도 서비스하고 있어요. 무료 서비스라 일반인 작가들이 작품으로 수익을 낼 수는 없었는데, 5월 초 독자가 작가를 후원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돈보다 또래 사이에서 명예와 권리를 누리고자 글을 쓰는 이들이 많습니다. 자신의 작품을 응원해주는 분들을 보고 보람을 얻는 것 같아요.” 


-기성 작가의 작품과 일반인 작가의 작품 중 어떤 작품을 더 인기 있나.


“처음에는 1대 9 정도로 기성 작가의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3대 7이 되더니, 4대 6, 5대 5를 거쳐 지금은 9대 1로 뒤바뀌었습니다. 일반인 작가의 콘텐츠 자체가 많아진 것도 영향을 끼쳤죠. 흥미로운 점은 채티 내에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팬덤 현상이 생겼다는 사실이에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같은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작가 매니저를 자처하고 나서서 작가를 홍보하는 이들도 있어요. 아이돌 팬덤처럼 팬덤끼리 충돌하기도 하고요. 10대 놀이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출처: 아이네블루메 제공
10대 일반인 작가인 쭈링 작가가 쓴 '시골 로맨스'. 채팅형 소설은 배경 사진도 넣을 수 있고, 등장인물의 프로필 사진도 설정 가능하다.

-10대 이외의 이용자층을 만들 확장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10대를 바탕으로 다른 세대로 이용자층이 넓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10대들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요. 유튜브도 처음에는 10대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이었죠. 지금은 5~60대가 더 많이 쓸 정도로 대중적인 매체로 거듭난 만큼 채티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무겁고 진지해야만 작품성 있는 건 아냐” 


-매출은 어떻게 내나. 


“최근 공개한 후원하기 기능 외에 기성 작가 작품 일부에 ‘기다리면 무료’ 방식을 도입했어요. 작품마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다음 회차를 공짜로 볼 수 있지만, 바로 보려면 일정 금액의 이용권을 사야 하는 구조에요. 이외에 광고 수익이 있긴 하지만, 아직 매출이 운영비를 감당하지는 못하는 수준입니다. 25억원 규모의 투자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웹소설이 나왔을 때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다. 채팅형 소설도 비슷한 지적을 받나.


“웹소설이 나왔을 때 다들 저건 소설이 아니라고 했어요. 하지만 꼭 무겁고 진지해야 작품성이 있는 걸까요? 작품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내용을 담는 그릇이 바뀌면서 소설의 내용도 그에 맞게 바뀐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웹소설이 등장하기 전, 작가와 독자 사이엔 넘기 힘든 벽이 있었습니다. 출판사 편집자가 선택한 작품만 인쇄한 종이 위에 올라가 책 형태로 독자와 만났죠. 해리포터 시리즈도 12개 출판사에서 출간을 거절당했어요. 10억명의 인구가 약 12명의 판단으로 해리포터를 더 일찍 접하지 못했던 거에요. 하지만 웹소설, 채팅형 소설은 소비자와 직접 만나고, 소비자가 작품을 선택하는 훨씬 더 민주적인 시장인 것 같습니다.” 


-목표는. 


“새로운 창작과 소비 패턴을 만들어내는 플랫폼이 되고 싶습니다. 채티 플랫폼을 이용해 더 많은 사람이 창작에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