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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신체이상 딛고, 200만명 감동시킨 주인공입니다

조회수 2020. 9. 17. 17: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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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로 속근육을 기르세요"
아름다운 발레와 현란한 브레이크댄스로 세계 200만 관객을 감동시킨 창작 뮤지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주인공 이가람

다섯 살 때부터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 이가람은 발레를 지독하게 좋아했다. 각고의 노력으로 여러 콩쿠르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서울예고를 거쳐 이화여대 무용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발레와의 관계가 점차 어긋났다. 발레를 깊게 파고들수록 몸은 이상 신호를 보내왔다.


“발레의 기본 동작은 턴아웃이에요. 골반과 대퇴골을 잇는 고관절을 바깥으로 열어야 잘할 수 있어요. 저는 선천적으로 고관절이 안으로 말려 있는데요, 발레리나로서는 열악한 신체 구조예요. 모양 만들기에 급급해 억지로 발목과 관절을 돌리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왔어요. 노력으로 일정 수준 따라갔지만 성인이 되니 부상이 잦아지더라고요.” 


턴아웃은 발을 수평으로 놓고 발가락이 좌우 바깥으로 향하게 하는 동작이다. 발레리나가 다리의 방향과 각도를 자유자재로 만드는 데 필요한 준비 자세다. 이가람은 20년간 발목과 무릎을 비틀어 턴아웃을 취해왔다. 완벽한 백조를 표현하기 위해 자신을 학대한 셈이다. 선천적으로 말려 있는 고관절을 교정하기 위해 스트레칭, 마사지, 침술 등 안 해본 게 없지만 소용없었다. 더 이상 의지와 노력의 영역이 아니었다. 발레리나로 한창 꽃피울 20대에 그는 짙은 패배감에 빠졌다. 평생을 바라본 발레가 힘들고 아프게 느껴지자 더 이상 즐겁지도 않았다. 


발레리나로서 정점을 찍을 수 없을 거란 불안함이 엄습했지만 발레를 놓을 수도 없었다. 그러기엔 발레를 너무 사랑했다. 발레를 하면서 새로운 일을 병행하기로 했다. 우연히 시작한 뷰티 모델은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함께 일하는 모델들의 자세가 눈에 띄었다. 자세가 곧아야 하는 모델들이 한쪽 어깨가 올라가 있거나 다리의 균형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사진을 찍으면 몸의 불균형은 더욱 도드라졌다. 그는 발레 노하우로 모델들의 자세를 잡아줬다. 모델들은 발레를 하면 몸이 두꺼워지는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속근육을 깨우면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모델이야말로 다리, 척추, 등에 근력이 있어야 바른 자세로 걸을 수 있다. 


“발레의 가장 큰 장점은 자세를 바르게 해주는 거예요. 등을 쭉 펴고 엉덩이에 힘을 주면서 다리를 편 상태에서 모든 동작이 이뤄져 척추기립근, 다리, 엉덩이 근육 강화에 도움이 돼요. 발레를 할 때는 너무 당연하게 여겼는데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면서 발레의 장점을 새삼 깨닫게 됐어요.” 


강소라·박신혜·박지윤 등 몸매 관리 일등공신 


발레는 유연성과 근력을 모두 필요로 한다. 근육을 길게 뻗은 상태에서 버티는 동작이 많다. 정확한 자세로 팔 동작을 하다 보면 말린 어깨를 열어주고 어깨나 등이 불편한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 척추기립근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허리도 펴진다. 모든 움직임이 안쪽 근육을 중심으로 지탱하는데, 엉덩이와 다리 안쪽에 힘이 들어간다. 겉근육을 키우는 헬스 근력 강화와 달리 안쪽 근육을 사용하는 발레리나는 몸매를 뽐내면서도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 강소라, 박신혜, 박지윤 등이 몸매 관리 비결로 발레를 거론한 건 이와 같은 원리에서다. 


그가 주연을 맡았던 뮤지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발레리나가 비보이를 사랑하게 되면서 발레를 포기하고 비보잉을 배우는 내용이다. 실제로 그는 배역을 위해 비보잉을 배웠다. 발레가 하늘을 향한 예술이라면 비보잉은 땅을 향한 퍼포먼스였다. 춤 선이 위에서 아래로 바뀌자 새로운 관점이 생겼다. 한 가지 동작을 반복하는 직업군은 지엽적인 근육을 많이 사용한다. 한곳이 강해진다는 건 점차 손상되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몸에 균형이 필요했다. 


이가람은 발레에 필라테스를 접목하기로 했다. 필라테스를 배우며 신체 구조를 공부하다 보니 어떤 자세를 취할 때 어떤 근육을 사용하는지가 보였다. 발레 동작의 반경을 축소하고 필요한 근육을 자극할 수 있게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발레 필라테스를 하자 그의 몸도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했다. 


“발레와 필라테스는 반대 원리로 작동하는데요. 발레는 큰 동작으로 범위가 넓은 반면, 필라테스는 신체의 정렬을 중요하게 여겨요. 발레 필라테스는 필라테스의 해부학적 정렬에 중점을 두면서 발레에서 사용하는 근육 강화를 응용한 거죠.” 


발레 필라테스의 대상은 일반인에 맞췄다. 그가 해온 클래식 발레는 몸이 굳은 상태의 성인이 할 경우 오히려 무리가 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상에서 몸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주로 그를 찾았다. 장시간 앉아 있거나 스마트폰 사용이 많은 사람은 백이면 백 몸의 정렬이 틀어져 있었다. 


“필라테스로 몸에 대해 배우면서 발레가 과학적 예술이라는 걸 알았어요. 운동으로 활용하면 일상생활에 더 유용할 것 같더라고요. 현대인은 목, 어깨, 허리 통증이 3종 세트처럼 따라다녀요. 같은 자세가 반복될 때 이를 받쳐주는 근육이 단련돼 있지 않으면 몸에 무리가 와요. 발레 필라테스가 이를 잡아줄 수 있는데, 일종의 스포츠 재활 영역으로 봐도 무방해요.” 


발레 필라테스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풀업’이다. 어깨를 열고 갈비뼈와 아랫배를 넣은 상태에서 척추를 위로 늘리며 서 있는 자세다. 이때 엉덩이는 조이면서 골반이 앞으로 말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허벅지 안쪽을 끌어올려야 한다. 발레리나의 도도한 모습을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다음은 ‘플리에’다. 바를 잡고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는 발레리나를 떠올려보자. 어깨를 펴고 고관절은 밖으로, 엉덩이는 조이는 동작이다. 플리에는 다리 모양을 잡아주고 엉덩이, 척추기립근, 등 근육을 자극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몇 번 따라 하면 하체가 뻐근해지는 전신 운동이 된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가람은 더 많은 사람들이 발레의 장점을 알길 바랐다. 다만 발레리나의 여리고 우아한 이미지 때문에 발레에 대한 심리 장벽이 높진 않을지 우려됐다. 그 문턱만 넘으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게 분명했다. 그는 2018년 《발레 홈트》를 출간해 집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발레 동작을 소개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는 조금씩, 꾸준히 발레 홈트를 하면 탄력 있는 몸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발레와 함께한 20년. 누구보다 발레를 사랑했지만 발레를 미워한 순간도 있었다. 신체 구조를 탓하며 좌절감을 맛보기도 했다. 선을 강조하는 예술을 표현하기 위해 극심한 다이어트도 달고 살았다. 발레를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몸은 망가져갔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었다. 욕심을 버리고 일상에서 건강한 수준의 발레를 즐기자 그도 달라졌다. 무대 위에서 두껍다고 지적받던 허벅지는 이제 장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게 됐다. 몸과 마음의 균형을 이루면서 그는 한 단계 더 성숙하고 아름다운 발레리나가 됐다. 


“누군가와 비교하기보다 나 자신을 갈고닦는 게 제일 아름다운 거더라고요. 각자의 몸이 가진 아름다움이 있는데 획일적 미를 추구하고 자신의 단점만 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워요.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을 보완해 자신에게 맞는 몸을 가꾸길 권합니다. 많은 사람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몸을 건강하게 돌보면 좋겠어요.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으세요!” 


글 톱클래스 선수현 

사진제공 이가람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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