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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그냥 넘기는 빈 벽을 도화지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KBS 방송국 드라마 센터 미술팀에서 일하다가 벽화의 매력에 빠져 창업까지 했다고 한다. 종이는 너무 조그마하고 벽이라는 넓은 도화지에 작품을 남길 수 있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15년째 벽화가로 활동 중인 이모션벽화의 주세종(39)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벽화 업체인 ‘이모션벽화’를 운영하는 주세종입니다. 15년째 벽화가로 활동하면서 담벼락이나 건물의 내외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를 나온 주 대표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화가를 꿈꿨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어린 시절 그림 그리는 것을 가장 좋아했어요. 매일 만화책과 TV 만화를 보고 캐릭터를 따라 그렸죠. 미술 재료를 살 형편이 안돼 메모지나 남는 종이에 그림을 그렸어요. 펜, 붓, 물감, 스케치북, 드로잉북 등을 사기 위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신문 배달을 시작으로 주유소 알바, 막노동을 하기도 했어요.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재료를 사서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행복했습니다. 학원에 다니거나 전문적인 미술 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독학으로 그림을 익혀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명함, 팸플릿 등을 제작하는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면서 실무를 익혔습니다. 이후 2004년 KBS 드라마센터 미술작화팀에 입사했습니다. 더 넓은 곳에서 전문적으로 그림을 익힐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드라마센터 미술작화팀은 드라마 세트장 곳곳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는 일을 합니다. 시대극의 경우 옛날 간판 글씨를 쓰기도 하고 영화 포스터를 그리는 작업을 합니다.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드라마시티’, 시사 교양 프로그램인 ‘퀴즈 대한민국’ 등의 세트 작화를 맡았습니다. 그중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새로운 장면을 찍을 때마다 대부분 세트를 새로 만드는데 페인팅 작업 등을 하기 위해 철야 작업을 자주 했어요. 밤새 작업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작업물이 방송에 나올 때면 참 뿌듯했습니다. 당시에는 월 200만원 정도를 받았어요.”

-벽화를 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우연히 그라피티 아티스트인 뱅크시의 작품을 보게 됐습니다. 뱅크시는 정해진 형태의 캔버스가 아닌 전세계의 벽, 거리 등에 사회 문제를 풍자하는 그림들을 그리는 작가입니다. 종이가 아닌 벽이라는 큰 도화지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어요. 시야를 넓혀 더 자유롭게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외국의 벽화, 스트리트 아트, 그라피티 작품을 찾아보고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벽화를 그리고 싶었지만 그릴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주인의 허락 없이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집안 벽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혼자 연습했습니다. 벽화의 종류인 트릭아트, 그라피티, 라인아트 등을 익혔어요. 이후 2005년 ‘이모션 벽화’를 창업했습니다. 창업 자금은 200만원 정도였습니다.”

-사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막막했습니다. 벽화는 미리 만들어 놓고 파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을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경기도의 한 아파트 입구 벽에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어요. 휑한 벽을 친근한 이미지가 담긴 그림으로 채웠습니다. 작업 후 입주민들의 반응이 정말 좋았습니다. 블로그에 벽화 그림을 올렸고 입소문이 났습니다. 이후 블로그에 올린 포트폴리오를 본 한 미술 감독님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때부터 아이돌 그룹의 벽화 작업을 맡기 시작했어요. 2015년 아이돌 그룹 아이콘의 ‘왜 또’ 뮤직비디오 벽화 작업을 시작으로 갓세븐의 '니가 하면’ ‘around the world’, 인피니트 ‘BACK’, B.A.P의 ‘That’s my zam’ 뮤직비디오 벽화 작업을 담당했습니다. 또 경기도 시흥시 군자동 길거리 조성 그라피티 작업, 경기도 시흥시청의 거리 조성 스트리트 아트 벽화 작업,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치매 안심 거리 조성 바닥 벽화 작업, 경기도 광명시 현충공원 외벽 벽화 작업 등을 하기도 했습니다.”

-벽화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먼저 그림을 그릴 벽면의 크기를 잽니다. 이후 컴퓨터로 시안 작업을 한 후 고객과 의견을 조율합니다. 이후 현장에 가서 벽에 스케치를 한 후 채색합니다. 가로 5M·세로 2M인 벽이라면 완성하는 데에 10~12시간 정도 걸립니다. 벽화 종류로는 라인아트, 캘리그래피, 일러스트, 팝아트, 인물 캐리커쳐, 그라피티, 입체 벽화 등 다양합니다.”

-벽화가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요.

“한번 작업할 때 보통 10~12시간을 서서 일합니다. 팔다리가 많이 아프고 힘들 때도 많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면 뿌듯합니다. 또 고객이 만족할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매출이 궁금합니다.

“월 매출은 평균 700만~1500만원입니다. 한달 평균 벽화 15개 정도를 그립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외국의 옥외광고 전문 기업인 콜로설 미디어(Colossal Media)’처럼 회사를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콜로설 미디어는 담벼락 광고 회사로 2004년 화가들이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현재 세계적인 브랜드인 구찌, 코카콜라, 지방시 등의 광고 벽화를 그립니다. 벽화가들이 작업하는 모습까지도 하나의 광고가 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벽화를 그려 우리나라에서도 벽화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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