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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회사에 빨간색 신고 오느냐"는 말에 말문이 턱

조회수 2020. 9. 18. 09: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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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것들'과 '꼰대'가 말하는 직장 내 갈등
“정시퇴근, 당연한 권리” vs “책임감 부족”
회식·복장·업무수행 방식 두고 갈등 겪어
대한상의, “기업 문화 변해야 할 때”

오후 6시 10분. 한 중견기업 수출팀 막내인 정씨는 업무 일지를 쓰고 퇴근 준비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부장은 “저녁 먹고 와서 마저 합시다”라고 말한 뒤 식당으로 향했다. 그 말에 차장부터 대리·주임까지 따라나섰다. 퇴근하려던 정씨도 가방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4월8일 직장 내 세대 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시퇴근은 직장 내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 직장 윗세대인 40·50대는 정시퇴근 하는 젊은 직원들을 두고 “일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20·30대는 맡은 일을 다 했는데 야근을 하라는 건 비합리적이라고 여긴다. 보고서와 직장 내 갈등을 겪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직장 내 갈등 상황을 구성해봤다.

출처: KBS 방송화면 캡처

◇‘업무시간=책임감’, ‘회식=화합’에 동의할 수 없는 아랫세대


“야근을 강제하고, 출근도 일찍 시킬 거면 근로계약서는 왜 쓰는지 모르겠다.” 정씨는 매주 2~3일은 야근을 한다고 말했다. 팀 내에서 정시에 퇴근하면 할 일이 없다거나 일을 열심히 안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퇴근하려는 정씨에게 차장이 “요즘 한가한가 봐”라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기도 했다. 생각 자체가 다르다는 걸 깨달은 정씨는 그 후로 상사들이 많이 남아있는 날은 앉아서 시간을 때우다 온다. 


퇴근뿐 아니라 출근 시간도 문제였다. 정씨의 상사는 출근 시간보다 40분 먼저 오는 다른 팀 사원을 언급하며 본받으라고 했다. 문제는 수당이다. 야근 수당과 달리 조기 출근 수당은 따로 없다. 또 일찍 온 만큼 먼저 퇴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윗세대는 “9시 출근은 9시까지 오라는 게 아니라 9시에 업무를 시작하라는 뜻”이라는 입장이다.

출처: tvN 방송화면 캡처
드라마에서 야근을 한다는 상사의 압박에도 바로 퇴근 준비하는 윤시윤

회식도 빼놓을 수 없는 갈등 소재다. 50대 최씨는 회식이라면 이제 질렸지만, 팀의 화합을 위해 회식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씨가 속한 부서는 매월 마지막주 목요일에 회식한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편해졌다는 게 최씨 생각이다. 그는 “신입사원 때는 매주 회식 자리에 불려 다니느라 바빴다”고 말했다. 매주도 아니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참여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20·30대는 ‘회식=화합’ 이란 공식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일방적으로 얘기를 듣기만 하는데 어떻게 화합의 자리냐는 것이다. 아랫세대는 회식 자리는 업무의 연장일 뿐이라고 말한다. 정씨는 “매일 점심도 같이 먹고, 얘기도 하는데 회식이 굳이 또 왜 필요한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했다. 


◇“옷은 단정하게 입어야” vs “단정함에 기준이 어디 있냐” 


강씨는 며칠 전 새로 산 빨간색 구두를 신고 갔다가 회사에서 하루 종일 눈치를 봤다. “한창 바쁠 시간에 차장님께서 부르셨어요. 시킬 일이 있는 것 같아서 따라 나갔더니 업무가 아닌 신발 얘기를 꺼내셨어요. 놀러 온 것도 아니고 회사 올 때는 단정하게 하고 오라고 하시는데 말문이 막혔어요. 구두, 그것도 하이힐도 아니고 단화를 신었는데 색이 튄다고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나 싶었죠.” 


윗세대는 “복장만 봐도 마음가짐이 보인다”고 말한다. 옷차림도 꼼꼼하게 못 챙기는데 일을 잘 처리하겠냐는 것이다. 문제는 그 기준이다. 아랫세대는 단정한 옷차림을 하라는데 기준이 어디 있냐고 반발한다. 강주임은 “보는 사람 눈에 거슬리는지 아닌지가 단정함의 기준”이라고 꼬집었다. 집 앞 마실 가듯 편하게 입고 오는 동료·선배들도 있는데 단정함을 따지면 그게 더 문제라는 게 강씨 주장이다.

출처: Jtbc 방송화면 캡처
드라마에서 미니스커트를 입었다고 지적받자 히잡을 쓰고 나타난 고아라

사무실에서 이어폰을 끼고 있다고 혼난 적도 있었다 노래를 들으면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게 팀장 생각이었다. 강씨는 “본인한테 맞는 업무수행 방식이 있는데 왜 자신의 기준에서만 판단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바뀌지 않는 조직 문화가 문제 


대한상의는 직장 내 갈등의 표면적 이유가 성향 차이라고 봤다.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는 집단주의 성향이 약해지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대한상의가 직장인 약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서 세대 간 성향 차이가 드러났다.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할 수 있다’는 항목에 20·30대 35.2%만이 동의했지만, 40·50대는 66.7%가 동의했다. 대한상의는 성향 차이에 기초해 서로를 ‘꼰대’, ‘요즘 애들’로 본다고 했다.

출처: tvN·KBS2 방송화면 캡처
꼰대의 대표 캐릭터인 마부장과 그들이 자주 하는 말인 '나 때는 말이야'

근본적으로는 바뀌지 않는 조직 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직 구성원과 조직을 둘러싼 외부 환경은 변화했는데, 기업문화는 그대로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직장 내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족 같은 회사에서 프로팀 같은 회사로 조직 전반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로팀의 운영 공식인 ‘선수가 팀을 위해 뛸 때, 팀은 선수가 원하는 것을 준다’는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5R’을 제시했다. 가치 있는 헌신(Re-establish)·상호존중(Respect)·성과와 결과(Result)·보상과 인정(Reward)·훈련과 성장(Reboot)이다. 조직에 대한 무조건적 헌신에서 가치 있는 헌신 문화, 수직적 문화가 아닌 수평적 상호존중 문화, 관계와 서열이 아닌 성과와 결과로 말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보상과 인정 체계를 확실히 하고, 입사 후에도 훈련과 성장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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