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팬들이 얼마나 쓰겠어' 얕봤던 시장의 대반전

조회수 2020. 9. 18. 09: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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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덕질' 문화가 만든 새 산업, 팬더스트리
굿즈 등 팬 중심으로 한 산업 발달
BTS 작년 굿즈 매출만 2000억 넘어
기업들도 팬 노리고 자체 캐릭터 개발

2142억원.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2019년 상반기 굿즈(goods) 매출액이다. 굿즈는 연예인 관련 파생상품이다. 연예인이나 그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스티커·액세서리 등이 대표적이다. 굿즈처럼 팬을 중심으로 한 시장이 커지면서 하나의 산업처럼 발달했다. 이른바 ‘팬더스트리(팬과 산업을 의미하는 ‘industry’의 합성어)’가 생긴 것이다.

출처: 방탄소년단 트위터

◇원조 굿즈는 책받침, 아이돌 문화 발달하며 시장 커져


연예인 굿즈의 원조는 책받침이다. 1980년대에는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연예인들의 사진을 인쇄한 책받침이 유행이었다. 주로 사은품으로 주던 책받침을 구하기 위해 참고서를 사는 이들도 있었다. 이후 H.O.T.와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이 나오면서 굿즈가 다양해졌다. 당시에는 팬클럽에 가입하면 소속사에서 응원용 우비나 풍선을 나눠줬다. 문구점에서는 아이돌 사진이나 브로마이드 등을 판매했다.

출처: tvN 방송화면 캡처
1세대 팬클럽의 상징이었던 우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팬들을 대상으로 한 팬더스트리 시장이 태동했다. 멤버들 이름이 적힌 명찰부터 티셔츠·응원봉·다이어리 등 기획사·제작사들이 굿즈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팬덤을 공략해 아이돌을 모델로 내세우면서 사은품을 만들었다. 학생복 업체 스마트는 교복을 사는 학생들에게 아이돌이 광고에서 메고 나온 가방을 줬다. BBQ는 동방신기를 모델로 내세우면서 치킨을 시킬 때마다 브로마이드를 1장씩 줬다. 팬들은 멤버별 브로마이드를 다 모으기 위해 계속 치킨을 시켜 먹었다.


기획사들도 직접 온·오프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나섰다. 엑소·소녀시대 등이 속한 SM엔터테인먼트는 2015년 ‘SM타운 코엑스아티움’을 세웠다. 굿즈를 살 수 있는 매장과 카페가 있고, 가수들의 앨범과 활동 의상·소품 등을 구경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서울 강남을 시작으로 일본과 멕시코에서 80일 동안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BTS’를 열었다. 앞서 6월에는 BTS 공식 팬 커머스 어플리케이션(앱)인 ‘위플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출처: SM타운 홈페이지 캡처·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좌) SM타운 코엑스아티움 (우) 하우스 오브 BTS

◇팬들도 직접 굿즈 만들고 판매


팬더스트리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2018년 동방신기는 요코하마 닛산스타디움에서 공연을 열었다. 당시 티켓 매출이 1000억원이었고, 굿즈 판매액은 400억원이었다. 상품 매출이 티켓 매출의 40~50%에 이를 정도로 시장이 커진 것이다. 빅히트의 상품 매출은 2017년 464억원에서 2019년 2142억원으로 2년 만에 5배 가까이 올랐다. 


팬들도 직접 굿즈를 만들고 소비한다. 직접 찍은 사진으로 스티커·엽서·메모지를 만들거나 캐릭터를 그리는 식이다. 또 사진이나 문구를 넣어 컵·에코백·응원도구를 만들기도 한다. 최근에는 우산이나 달력·쿠션·에어팟 케이스 같은 실용적인 상품들도 등장했다. 주로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굿즈를 사고 판다.

출처: 트위터
팬들이 만든 굿즈

팬들이 만든 굿즈를 중개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K팝 팬서비스 플랫폼 ‘덕질’이다. 덕질은 팬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굿즈를 만들 수 있도록 팬과 디자이너, 공방·공장 등을 연결해준다. 또 서비스 내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중개한다. 덕질을 운영하는 이종석 앰프 대표는 “팬들이 제작하는 굿즈는 디자인이 공식 굿즈보다 다양해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다”고 했다.


◇자체 캐릭터 만들어 팬더스트리 공략하는 기업들도 


팬더스트리는 팬들의 충성심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일반 소비와는 다르게 상품을 보고 구매하는 게 아니라 스타를 보고 구매하는 게 팬덤 소비의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실용성이 없어도, 좋아하는 스타와 관련한 제품을 소장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시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기업들도 자체 캐릭터와 굿즈를 만들고 나섰다. 팬덤 소비 형태를 연구해 새 마케팅 기법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처갓집양념통닭의 ‘처돌이’가 대표적이다. 처갓집양념통닭은 2019년 5월 신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처돌이 인형을 증정했다. 준비한 인형 2만개가 행사 첫날 다 동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웃돈을 얹어 인형을 사는 사람들이 나올 정도였다. 처돌이 인기 덕분에 지난해 처갓집양념통닭은 전년보다 매출이 15% 올랐다.

출처: 처갓집양념통닭 제공
처돌이

정 평론가는 “팬덤 소비는 일회성 소비로 그치는 게 아니라 부가적인 소비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자체 캐릭터 팬을 만들면 계속 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캐릭터를 개발하고 있다는 논리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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