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에 놀랐던 법조인지망생은 지금 이렇게 됐습니다

조회수 2020. 9. 18. 09: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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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벤처 '만인의꿈' 김동찬 대표 인터뷰

서울에서 혼자 사는 청년 가구(만 19~34세 가구) 3명 중 1명은 이른바 '지옥고'에 살고 있다. ‘지옥고’는 반지하·옥탑방·고시원을 합친 말로 주거 빈곤 상태인 청년 가구를 뜻한다. 청년들에게 서울의 삶은 더 팍팍하다. 작년 7월 발표한 통계청의 이슈 분석 보고서를 보면 서울의 1인 청년 가구 주거 빈곤율은 2000년 31.2%에서 2015년 37.2%로 더 나빠졌다. 이 기간 전국 전체 가구 빈곤율은 29.2%에서 12%로 낮아졌다.


‘지옥고’를 전전하는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창업에 나선 사람이 있다. 대안은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사는 공유 주택이었다. 서울 주요 도심인 홍대·신촌, 강남권에서 공유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셜벤처 '만인의꿈' 김동찬(34) 대표를 만났다.

출처: 만인의꿈 제공
'만인의꿈' 김동찬 대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공유 주거 공간인 ‘쉐어니도’와 공유 오피스 '비즈니도'를 운영하는 ‘만인의꿈’ 대표 김동찬입니다.” 


◇법조인 꿈꾸며 신촌에 왔다가 느낀 주거 문제 


법조인을 꿈꾸던 김 대표는 중국인민대학교 법학과를 나와 국내 로스쿨을 준비했다. 학원과 스터디 활동을 위해 서울 신촌에 집을 마련하려고 했다. 문제는 감당하기 어려운 서울의 집값이었다. 녹록지 않은 형편 탓에 신촌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을 시작했다. 공부하면서 동시에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하면서 공부를 병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직접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면 공부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2014년 스터디 카페인 ‘꿈꾸는 반지하’를 친구와 함께 창업했습니다. 버려진 지하 공간을 활용해 스터디룸을 만들었습니다. 스터디 카페를 운영하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면서 경제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청년을 봤습니다. 직접 도움을 주고 싶어 새로운 사업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청년들에게 공간과 자본을 투자해 함께 성장하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죠.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밟으면서 ‘드림 인턴’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전국에 있는 청년 중 특별한 스토리와 꿈을 가진 6명을 모집해 3개월간 숙식, 일자리 등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게스트하우스 빈방을 내줬고, 운영하던 스터디 카페에서 일할 수 있게 했어요.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면 자신의 꿈과 미래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청년들과 연계해 창업까지 하게 하는 프로젝트였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혔습니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많은 성과를 낸다는 게 어려웠어요. 결국 1년 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습니다.”

출처: 만인의꿈 제공
공유 주거 서비스인 '쉐어니도'
출처: 만인의꿈 제공
공유 주거 서비스인 '쉐어니도'

◇직원들과 모여 살면서 ‘공유 주택’ 서비스 떠올려


“같이 일하던 스텝들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함께 모여 살기 시작했어요. 스텝 중 한 명이 보증금을 대출받아 남자 숙소, 여자 숙소를 구했습니다. 대신 저를 포함한 다른 스텝들은 함께 월세를 냈습니다. 법원에서 채무 관련 우편물을 받으면서 힘든 적도 많았지만 모여 살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주거 환경은 열악했지만 같은 공간에 살면서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이후 각자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함께 살기 시작했어요. 4명이 같이 살다가 나중에는 8명까지 늘었죠. 함께 사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더 재밌고, 주거 비용도 줄어 좋았습니다.


청년들에게 공유 주거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명이 한 집에 살면서 주거 비용을 아끼는 거죠. 경제력이 없는 2030대가 서울 주요 도심인 홍대, 신촌, 강남 일대에서 지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느꼈습니다. 2016년 4월 ‘만인의꿈’을 창업해 서울 홍대·신촌, 강남 등 도심에 위치한 유휴공간을 확보해나갔습니다. 이 공간을 리모델링해 여러 명이 함께 사는 공유 주택인 ‘쉐어니도’를 만들었습니다. 처음 2개였던 하우스가 지금은 53개로 늘었습니다. 창업가들이 모여 아이디어 공유하는 공유 오피스 '비즈니도'도 운영중입니다. 사회초년생들이 일정 비용을 내고 모임을 하거나 함께 공부·작업할 때 쓰는 공유 공간이에요.”


‘만인의꿈’은 2018년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또 사업성을 인정받아 2019년에는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로부터 1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출처: 만인의꿈 제공
'쉐어니도'에서는 입주자들이 모임을 만들어 취미 생활을 공유한다.
출처: 만인의꿈 제공
'쉐어니도'에서는 입주자들이 모임을 만들어 취미 생활을 공유한다.

-다른 경쟁 업체와 차별점은요.


“‘쉐어니도’는 다인실이 80% 이상입니다. 3~4인이 함께 쓰는 다인실을 주로 운영하면서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때문에 도심의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어요.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4인실 가격은 월평균 27만원입니다. 1인실은 월 40만원대입니다. 또 서울 홍대, 신촌, 강남 등 핵심 지역에 있습니다. 2030대가 많이 찾는 학교, 학원 등이 있는 몰려 있는 곳입니다. 하우스는 2,7,9호선 주요 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어요.


또 입주 청년끼리 공간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합니다.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취미 생활을 공유하고 일상을 함께합니다.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채팅방 등을 이용해 입주민끼리 관계를 맺습니다. 지역별로 하우스매니저가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 하우스마다 니도장을 뽑아 입주자들끼리 더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했어요.


입주 신청을 하면 개별 인터뷰를 합니다. 학교, 직장 등 라이프스타일을 자세하게 물어봐요. 현재 80% 이상이 여성 고객입니다. 한 집에 5~12명이 함께 살고 있어요.”

출처: 만인의꿈 제공
만인의꿈 직원들

-매출이 궁금합니다.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2019년 성장률은 전년 대비 80%입니다. 현재 하우스는 신촌·홍대 지역 30개, 강남 지역 23개(4월6일 기준)로 총 53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입주민은 300명이 넘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많은 청년이 서울에 살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주거 문제입니다. ‘쉐어니도’가 20대 청년들이 독립해 살 때 한 번은 꼭 거쳐 가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앞으로 더 많은 청년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공유 주택을 늘려나가고 싶습니다. 내년까지 홍대·신촌 지역과 강남 지역에 하우스를 100개 이상 마련하고 입주민을 각 1000명 이상 확보하는 게 목표입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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