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높은 스타벅스까지 배달시켰던 이 커피 회사의 몰락

조회수 2020. 9. 18. 09: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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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의 몰락은 중국몽 때문?

스타벅스 잡겠다고 무리한 몸집 부풀리기

이면엔 미국 누르고 최고가 되겠다는 ‘중국몽’

파렴치한 짓 했는데… 루이싱 앱 다운 오히려 폭증

회계조작 음모로 몰고 ‘토종기업’ 살리자는 중국인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瑞幸·Luckin)커피가 충격적인 회계 부정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4월2일 밝혀진 루이싱커피의 매출 부풀리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2019년 2∼4분기 매출액 규모를 22억위안(약 3780억원)이나 뻥튀기를 했는데, 이는 작년 추정 매출액의 50% 정도입니다. 허위 거래로 매출을 두 배나 부풀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투자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올해 초 50달러가 넘던 루이싱커피 주가(뉴욕증시)는 6일 기준 4달러대로 떨어지고 거래정지됐습니다. 이 회사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요.


그런데 이후 더 황당한 일이 벌어집니다. 중국에서 루이싱커피 앱 다운로드 횟수가 폭증을 한 것입니다. 하루 1~2만회 안팎이던 다운로드 횟수는 회계 부정 사건 이후 하루 30만건으로 늘었습니다. 파렴치한 기업입니다. 그런데 중국 소비자들은 왜 이러는 것일까요. 


◇수익성 없는데 일단 몸집만 키우면 된다?

루이싱커피는 창립 2년여만인 2019년 5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인터넷 화면 캡쳐

전문가들은 사태의 원인을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데도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리기에 혈안이 됐던 루이싱커피의 사업 전략에서 찾습니다. 중국 최대 커피전문점이라고 해도 문을 연 것은 불과 3년 전인 2017년입니다. 저렴한 가격, 편리한 주문방식으로 사업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죠. 2018년 한 해에만 4억달러(약 48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중국 기업 역사상 최단시간에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넘는 비상장사)이 됐습니다. 투자받은 돈을 신규 직영 점포 확대에 쏟아붓고, 마케팅용 '공짜·할인 쿠폰'을 고객에게 살포했습니다. 2018년 루이싱커피는 16억1900만위안(약 2800억원)의 손실을 냈습니다. 커피 한 잔을 팔 때마다 약 3000원씩 손해를 봤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지속가능성이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수익성은 접어두고 현금을 태워가며 몸집 불리기에만 집중하는 국내 기업들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한때 중국 최대 공유 자전거 업체던 ‘오포’(ofo)도 몸집 부풀리기에만 골몰하다가 재기 불능 상태에 빠졌습니다.


◇미국만 이길 수 있다면 범죄 저질러도 된다?

/바이두 캡쳐

그런데 이 회사는 왜 그렇게까지 몸집 부풀리기에 매달렸을까요. 그 원인을 ‘중국몽’에서 찾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중국몽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2년 꺼내든 슬로건입니다.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건데 한 마디로 봉건왕조 시기 조공질서를 통해 세계의 중심 역할을 했던 전통 중국의 영광을 21세기에 되살리겠다는 의미죠.


루이싱커피는 회사 설립 초기부터 스타벅스를 겨냥해 마케팅 전략을 짰습니다. 스타벅스에 대항하는 중국 토종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죠. 스타벅스보다 더 비싼 원두를 써서 스타벅스보다 싸고 빠르게 커피를 내놓겠다는 것입니다. 이 회사는 점포 수로도 스타벅스를 넘어서려고 무리수를 뒀습니다. 그 결과 올해 1월 기준 루이싱커피 매장 수는 5000곳을 넘어서 중국 내 스타벅스 매장 수(4300여개)를 넘어서는데 성공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5월엔 나스닥에 상장까지 했습니다. 실제 스타벅스도 루이싱커피 때문에 긴장을 했다고 합니다. 매장 중심 운영 원칙을 고수하는 스타벅스가 중국에선 루이싱을 인식해 배달 영업을 시작한거죠.

/인터넷 화면 캡쳐

개인도 기업도 미국을 누르는 것이 지상과제입니다. 애국주의가 가미된 성과만능주의는 중국 기업들의 방만한 기업관리시스템과 만나 회계 부정을 낳았습니다. 루이싱커피 뿐 아닙니다. 지난 7일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최대 교육기업 ‘하오웨이라이’ 회계 부정이 공개됐습니다. 역시 나스닥 상장사인 중국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아이치이’ 역시 매출과 가입자 숫자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럴진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선 “미국 커피에 맞설 대항마가 필요하다” “루이싱 커피를 돕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회계 조작은 잘 모르겠고, 우리나라 회사는 우리가 지킨다는 것입니다. 미국 공매도 세력의 음모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주가가 떨어져야 돈 버는 공매도 세력이 기업 비위를 찾으려 혈안인 것은 당연한거죠. 이번 사건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 기업 전체의 자본 신용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 ‘루이싱커피를 살리자’고 할 때인지 모르겠습니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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