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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스러웠던 아이스팩 폐기, '유산슬'에서 힌트 얻어 해결

조회수 2020. 10. 23. 17: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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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유산슬 아이스팩'을 아시나요?

코로나 사태에 온라인 배송 늘며 아이스팩 수요도 급증

냉매 팩 쓰자니 환경 걱정, 물 팩 쓰자니 성능 약해

딕스 김성태 대표, “걸죽한 전분물로 보랭성 높여 환경·성능 다 잡았다”



코로나 감염증 확산 사태에 식료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편하고 빠른 배송 서비스가 좋긴 한데, 박스에 같이 담겨오는 아이스팩을 보고 있자니 불편하다. 박스는 재활용이라도 한다지만, 미세플라스틱 냉매가 들어있는 아이스팩은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이 폐기물이 결국 바다로 흘러간다고 생각하면 죄스럽기도 하다. 

출처: jobsN
김성태 딕스 대표

그래서 최근 주요 유통업체들은 냉매 대신 물을 사용하는 아이스팩을 내놓았지만, 이건 보랭 성능이 약하다. 그런데 포장재 제조업체 ‘딕스’의 김성태(51) 대표는 “전분(澱粉)물을 이용하면 보랭성도 높이고 환경도 지킬 수 있다”고 한다. 아이스팩을 쓸 때마다 느끼던 찝찝함을 없애준다니 반가워서 경기도 평촌에 있는 회사로 찾아갔다.


-그런데 왜 전분물을 넣는가?

출처: 인터넷 화면 캡쳐
가루 형태의 SAP(위 사진). SAP가 물을 머금으면 젤리 형태의 하이드로젤(아래 사진)이 된다

“우선 기존 아이스팩들이 왜 물 대신 하이드로젤(Hydrogel)이라는 냉매를 쓰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소금처럼 생긴 고흡수성 수지 ‘SAP(Super Absorbent Polymer)’가 있는데, 이 미세플라스틱은 자기 무게의 500배에 달하는 물을 흡수한다. SAP가 물을 머금으면 젤리 같은 상태의 하이드로젤이 된다. 하이드로젤을 얼리면 얼음보다 천천히 녹는다. 대류현상이라고 들어봤을 것이다. 따뜻한 것은 위로 차가운 것은 아래로 이동하며 열교환을 한다. 물질 내에서 순환이 원활하면 열교환이 잘 되고, 빨리 녹는다. 그런데 젤 타입의 물질은 이 순환이 잘 안된다. 열교환이 잘 안되니까 천천히 녹으며 오랫동안 냉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출처: jobsN
걸쭉한 전분물로 만든 친환경 냉매. 찐득한 물성 때문에 얼음에 비해 천천히 녹아 보랭성이 뛰어나다

전분을 넣으면 하이드로젤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유산슬 국물을 생각하면 간단하다. 전분을 물에 풀면 걸죽해진다. 전분물의 분자구조는 사슬 같은 형태다. 열교환을 방해해 천천히 녹게 한다.”


-어떤 계기로 친환경 아이스팩을 개발하게 됐나. 


“2005년부터 포장재 사업을 해왔다. 타포린원단(일명 돗자리원단)으로 만든 장바구니 등을 만들어 유통 기업에 납품해왔다. 2010년대 들어 냉장·냉동 상품의 온라인 배송이 활성화되며 보랭 기능이 있는 콜드체인(Cold Chain)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쓱배송의 ‘알비백’ 같은 것이다. 2017년 이후 냉매 아이스팩의 환경 파괴 논란이 대두됐다. 유통기업들이 먼저 내게 ‘친환경 아이스팩을 만들 수 있겠냐’고 타진해왔다.” 


친환경 아이스팩 구상을 하면서 냉매 아이스팩이 야기하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됐다. 한국에서만 연간 10억개의 아이스팩이 쓰인다. 개당 400㎖라고 계산하면 4000억㎖의 ‘물먹은 미세플라스틱’이 버려지는 것이다. 당연히 수거도 안되고 소각을 해야한다. 물먹은 플라스틱을 태우려니 열량이 많이 소모된다. 함부로 버려질 경우엔 흘러흘러 결국 바다로 갈 것이다. 먼저 물고기가 먹을테고, 다시 우리들이 먹게 된다.” 


-전분이라는 소재는 어떻게 찾게 됐나. 


“2018년 초 종이 봉투에 물을 넣어 얼린 친환경 아이스팩을 개발했다. 비닐 포장재 대신 종이 포장재에 담아 얼리면 된다. 종이 포장재 안쪽엔 생분해 필름이 코팅됐기 때문에 폐지류로 분리배출 가능하다. 기술적으로 난도가 높다기보단 발상을 전환해 내놓은 제품이었다. 우리가 종이 봉투를 이용하자 많은 업체들이 따라했다.

출처: 인터넷 화면 캡쳐
딕스의 전분 아이스팩 제품

문제는 냉매 아이스팩의 보랭 성능을 100이라고 했을 때 물 아이스팩은 60 정도밖에 안된다는 점이었다. 종일 냉매 아이스팩을 주물럭주물럭 만지며 고민을 하다가 문뜩 도배용 풀이 떠올랐다. 아이스팩의 물컹하는 질감이 도배용 풀과 비슷해서다. 걸죽한 전분물을 이용하면 보랭 효과가 개선되지 않을까 싶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8년 말부터 헬로네이처에 전분 아이스팩을 납품하고 있다. 기존 냉매 아이스팩 보랭성엔 약간 미치지 못하지만, 물 아이스팩보다 냉기가 20% 정도 더 오래 지속된다. 설령 종이 봉투에 흠집이 나더라도 식품이 축축하게 젖는 일도 없다.”


-최근 코로나 사태 등으로 아이스팩 수요가 크게 늘었을 것 같다.

출처: 딕스 제공
딕스의 생산라인

“전분 아이스팩을 출시하고 회사 매출은 20% 늘었다. 아이스팩이 주력이 아닌데도 전체 회사 매출을 이만큼 끌어 올렸다. 게다가 최근 신선식품 배송이 폭증하며 늘며 아이스팩 주문량도 더욱 늘었다. 최근엔 기존 냉매 아이스팩보다 보랭성이 더 좋은 친환경 아이스팩 소재를 개발했다. 전분물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인데, 열교환이 전분물보다 훨씬 더 어려워 보랭성이 우수하다. 아직 출시 전이라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달라.”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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