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몇명 없어요, 전 사람 '홀리는' 여성입니다

조회수 2020. 9. 18. 10: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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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처럼 관객을 '홀리'고 싶어요
관객 마음을 홀리기 위해 예명 ‘홀리’로 지어
주특기는 본인 제작 마술 ‘나비’와 후프 마술

아무것도 없던 손에서 갑자기 빨간 공이 하나씩 나타난다. 나만 알고 있던 카드 숫자도 단번에 알아맞춘다. 바로 눈 앞에서 믿지 못할 일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마술사 홀리(27·본명 김미성)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국내에 몇 없는 여자 마술사다. 매일같이 차에 마술 도구를 가득 싣고 전국 행사를 다닌다. 뛰어난 실력으로 해외 마술 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관객이 어린아이처럼 놀랄 때가 가장 즐겁다는 마술사 홀리를 만났다. 

출처: 본인 제공
마술사 홀리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예명 홀리로 활동하는 마술사 김미성입니다. 해외 대회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예명을 영어로 지었는데요. ‘마술로 관객을 모두 홀리겠다’는 포부를 담았습니다. 마술사를 하려고 마음 먹은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입니다. 중·고등학교 때 댄스 동아리를 하면서 무대 서는 것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무대에 설 수 있는 직업이 뭐가 있을까 알아보다가 마술에 관심이 생겼죠. 당시 안동에 살았는데 마술 학원이 있는 구미까지 매주 오가며 마술을 배웠습니다.


6개월 정도 마술을 배운 후 학교 축제 무대에 올랐는데요. 참 어설픈 마술이었지만 그 때 관객들 환호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언니 결혼해줘’라는 재밌는 환호성이 들리기도 했죠. 그후 본격적으로 마술사라는 꿈을 향해 달렸습니다. 동부산대학교 마술학과에 진학했죠. 학교에 다니는 2년 동안 학과 수석을 놓치지 않았어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체력을 기르기 위해 학교 운동장을 달리고 강의에서 배운 마술을 복습했죠. 마술을 만들거나 연습하다보면 밤을 새울 때도 많아서 체력을 기르는 게 중요합니다.”


-다양한 마술 종류 중 주로 하는 마술은.


“대회용 마술과 행사용 마술이 따로 있습니다. 행사에서는 ‘후핏’이라는 훌라후프 마술을 자주 선보입니다. 후프로 마임을 하거나 후프를 여러 개 연결해 지구본이나 꽃 같은 예쁜 모양을 만드는 묘기죠. 대회에서 하는 6분짜리 마술도 있어요. 2년 동안 직접 구상하고 만든 ‘나비’라는 마술입니다. 부채와 나비 모형, 홍등을 이용하는데요. 음악에 맞춰 빈 손에서 나비 모형을 나타나게 하거나 홍등을 공중으로 띄우는 마술입니다.”

출처: 본인 제공
후프 마술(왼쪽 사진)과 '나비' 마술(오른쪽 사진)을 하는 홀리 마술사

마법처럼 관객을 ‘홀리’고 싶어요

-’나비’로 상도 타셨다고요.


“2016년에 일본 규슈 매직 컨벤션에서 특별상을 받았습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국제 마술 대회인 UGM에 초청 받아 게스트로 서기도 했죠. 존경하는 마술사인 이은결 선배님도 UGM 게스트로 오셔서 같은 무대에 설 수 있었는데요. 이은결 선배님이 선 무대에 올랐다는 것만으로 무척 행복하면서도 떨렸습니다. 2019년에는 중국 운남성 매직 컨벤션에서 3위 상을 탔습니다. 상을 타는 것도 무척 기쁜 일이지만 사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더 보람 있어요. 해외 마술사 친구가 생기기도 하고 존경하는 여러 마술사 선배님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도 있으니까요. ‘더 잘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됩니다.”


홀리 마술사는 마술 ‘나비’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각종 행사나 공연도 잠시 물리고 오로지 마술 연습과 개발에만 매달렸다. 2년 동안 잠자는 시간을 뺀 모든 시간을 마술 연구에 꾸준히 투자했다. 그는 2015년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 빔프(BIMF)를 급히 준비했던 경험으로 꾸준한 연습과 끈기가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대회 출전을 위한 영상 제출을 급하게 준비하느라 일주일에 7시간만 자며 마술을 준비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홀리는 그 경험을 토대로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것’의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대회 준비 기간이 아닌 지금도 매일 지하 연습실에서 마술 연습을 한다.


“마술계에 몇 없는 여자 마술사라 주목을 일찍 받았어요. ‘여자 마술사라서 그렇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꾸준히 실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UGM 팸플릿에 실린 모습(왼쪽 사진)과 운남성 매직 컨벤션에서 수상한 모습(오른쪽 사진. 사진 앞줄 가장 오른쪽)

-마술사로서 다양한 무대에 선다고.


“군부대 공연이나 크고 작은 기업에서 열리는 행사에 자주 섭니다. 5월과 12월이 가장 바쁜 달인데요. 5월은 어린이날이 있어서 유치원이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행사장에서 자주 연락이 옵니다. 12월은 기업 송년회나 파티에 주로 가는데요. 삼성 계열사 송년회 행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750명 관객 앞에서 조수의 몸을 잘랐다 붙였다 하는 일루전 마술(신체 절단 등 규모가 큰 마술)을 했죠. 일루전 마술에서는 그 동안 조수 역할만 맡았는데 처음으로 마술사 역할을 하니 무척 신나더라고요. 마술 교육 및 강의도 합니다. 서울시청과 현대카드 등 여러 기관에서 마술을 가르치고 있어요. “


-무대 위에서 실수를 할 때도 있나요.


“목포 앞바다에서 야외 공연을 했을 때인데요. 비둘기를 나타나게 한 후, 비둘기를 활용한 마술을 보여야 했습니다. 연습할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실제 무대에서 비둘기를 등장시키자마자 비둘기가 바다 쪽으로 힘차게 날아가더라고요. 수평선 너머로 훨훨 날아가는 비둘기를 다시 불러올 방도가 없었습니다. 결국 이후 준비했던 마술은 관객들께 보여드리지 못했고 다른 마술을 후다닥 보여드려야 했죠. 관객들께 죄송하기도 하고 저도 무척 당황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은 모두 마술사의 책임이니 비둘기를 원망하지는 않아요.”


-수익은.


“수익은 일정하지 않습니다. 큰 기업 행사나 파티에는 출연료를 많이 받아요. 하지만 그런 행사는 흔하지 않고 섭외 경쟁도 심하죠. 그래서 기업이나 개인을 상대로 하는 마술 교육 활동을 꾸준히 합니다. 강의 같은 경우에는 보통 기업이 정한 금액이 대부분 강사들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다른 기업강사들 수준의 수익을 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마술사 홀리

-목표는.


“행사를 다닐 때 20~30분짜리 마술 공연을 합니다. 시간을 더 늘려서 40분 동안 눈을 뗄 수 없는 구성으로 마술을 만들고 싶어요. 행사 관계자들을 초대해서 쇼케이스를 해도 재밌겠죠. 더 큰 목표는 홀리의 마술극장을 만들어서 1시간짜리 매직쇼를 올리는 것입니다. 지금은 행사장을 찾아가서 공연을 보여드리는 일이 많은데 관객들이 저를 보러 극장으로 오는 순간을 기대합니다.”


글 jobsN 김미진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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