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외손녀 논란의 유명 회사가 돌연 이름을 바꾸자..

조회수 2020. 9. 18. 10: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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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F&B·SKT라 부르지 마세요"..기업들 개명 붐
최태원 SK 회장 “사회적 가치와 안맞아”
현대상선→HMM, CJ헬스케어→HK이노엔
남양→건강한사람들, “갑질 피하기” 지적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출처: Chosunbiz 유튜브 캡처
최태원 SK 회장.

최태원(60) SK 회장은 2019년 8월 한 행사에서 계열사들에 회사 이름을 바꾸라고 권했다. 기존 사명으로는 업무 영역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는 “예전에는 자랑스러운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사회적 가치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또 “환경에 피해를 주는 기업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의 주문에 SK그룹 계열사들이 움직였다. 2020년 1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우리는 사명을 바꿔야 하는 시작점에 와 있다”고 했다. 달라질 사명으로 ‘초연결’을 뜻하는 ‘SK하이퍼커넥트’를 예로 들었다. 통신사에서 종합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을 고려한 이름이다. SK그룹 지주사 SK(주)도 회사의 미래와 어울리는 이름을 찾고 있다. SK센트라·SK넥스트림·SK뉴웬 등 상표를 출원했다.

출처: 각사 홈페이지 캡처
4월1일부로 사명을 바꾼 현대상선과 CJ헬스케어.

◇현대상선은 37년, CJ헬스케어는 36년만에 개명


최근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이름을 바꾸는 회사가 늘고 있다. 현대상선은 4월1일 회사 이름을 HMM으로 바꾸고 사명 선포식을 열었다. HMM은 1976년 아세아상선으로 화물 운송업을 시작해 1983년 현대상선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대상선은 2016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됐지만, 회사 이름은 그대로 써왔다. SK처럼 고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37년만에 개명에 나선 것이다. 배재훈 사장은 “단순한 해운회사로 기억되는 게 아니라, 해운 관련 최상위 회사로 구성된 그룹으로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본다”고 했다.


의약품 제조업체 CJ헬스케어도 4월1일 HK이노엔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한국콜마는 2018년 CJ제일제당의 계열사였던 CJ헬스케어를 1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고객 혼선을 줄이기 위해 회사 이름은 그대로 써왔다. 사측은 “글로벌 바이오헬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회사 임무와 비전을 담은 이름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HK’는 한국콜마에서 따왔다. 이노엔은 ‘innovation(혁신)’, ‘new(새로움)’, ‘연결(and)’, ‘미래(next)’ 등의 의미를 담았다.


◇남양F&B→건강한사람들···논란 피하기 지적도


유가공제품 제조·판매사 남양유업은 ‘남양’ 브랜드 흔적을 지우려고 회사 이름을 바꿨다는 지적이 있다. 남양유업 자회사이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전문 업체인 남양F&B는 2019년 11월 사명을 ‘건강한사람들’로 바꿨다.


남양유업은 2013년 본사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이 섞인 폭언을 하는 녹취록이 퍼져 비난을 받았다. 대리점주가 회사에서 강매하려는 상품 받기를 거부하자 “죽여버린다”, “잔인하게 해준다”는 등 막말을 했다.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떡값’을 요구하는 녹음 파일과 송금 명세서까지 나왔다. 본사가 항의 집회에 참여한 대리점주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출처: 네이버 캡처
남양F&B의 사명 변경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남양유업은 또 2019년에는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 때문에 또 한 번 대중의 입방아에 올랐다. 황씨는 약혼자였던 박유천과 필로폰을 사고 함께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잡혔다. 사측은 처음 “회사 경영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남양 외손녀’라는 꼬리표가 달리자 홍원식 회장이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다. 남양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회사 이름을 바꿨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남양 측은 갑질 논란을 피하려고 이름을 바꾼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중 기존 음료 회사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바꾼 것”이라고 언론에 말했다. 남양 측은 “2013년 벌어졌던 ‘밀어내기’ 갑질은 원천적으로 할 수 없게 막았다”라고 했다.


회사의 노력에도 소비자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남양F&B의 사명 변경 소식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회사 이름이 바뀌었으니 불매운동에 참고해달라’, ‘제조원이나 판매원을 꼭 보고 제품을 사라’는 등의 글이 올라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노력에도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이 많아 이미지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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