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를 남자 신인상 후보에 올렸다가 벌어진 일

조회수 2020. 9. 18. 10: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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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인지 여자인지 묻지 말라는 펭수..왜?
성별 구분 짓지 않는 젠더리스
패션·뷰티 트렌드 넘어 하나의 문화로

어깨에 매는 작은 크기의 핸드백. 여자만을 위한 패션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최근 핸드백을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과 EXO, 패셔니스타로 소문난 지드래곤과 송민호의 공항 패션에도 등장했다. EXO 카이가 착용한 모습으로 화제에 오른 브랜드 구찌의 핸드백은 품절 사태를 겪기도 했다.  


◇성별 떠나 취향에 맞는 패션 추구 


남자 아이돌이 핸드백을 매고 나온 이유는 젠더리스(genderless)가 최근 패션·뷰티 업계 트렌드기 때문이다. 젠더리스는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성별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밀레니얼과 Z세대의 취향을 반영했다. 젠더 뉴트럴, 크로스 젠더 등도 비슷한 뜻으로 쓰인다. 남녀 공용을 뜻하는 유니섹스보다 한층 더 나아간 단계다. 

출처: 왼쪽부터 구찌 코리아 제공, 코스모폴리탄 페이스북, 루이비통 홈페이지
왼쪽부터 핸드백을 맨 아이돌 가수 카이, 숏컷 스타일의 배우 정유미, 루이비통 봄 컬렉션

디올, 지방시 등은 2020 봄 컬렉션 패션쇼에 핸드백을 맨 남성 모델들을 내보냈다. 루이비통은 한발 더 나아가 꽃무늬를 활용한 남자 핸드백들을 선보였다. 남성용 핸드백을 지칭하는 ‘머스’라는 패션 신조어도 생겼다. 남자(man)와 지갑(purse)을 합친 단어다. 


여성 패션에서도 젠더리스 스타일이 대세다. 최근 길거리에 통이 큰 바지와 품이 넓은 상의를 입고 투박한 신발을 신은 여성들이 많이 보인다. 짧은 머리의 숏컷 헤어스타일도 유행이다. 젠더리스 스타일의 대명사로 불리는 팝가수 빌리 아일리시는 미국 1020세대의 패션 아이콘이다.  


◇립스틱 바르는 남자 모델     


화장품 업계에서도 젠더리스 유행은 마찬가지다. 남성 전용 제품을 넘어 그동안 여성용으로 출시된 립스틱·비비크림 등 색조 제품을 남성도 쓰기 시작했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입술과 얼굴을 붉게 화장한 남자 모델이 광고 전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입술 화장을 한 남자 아이돌과 화보를 찍은 코스메틱 브랜드 ‘릴리바이레드’와 ‘나스’ 등이 대표적이다.  

출처: (좌)릴리바이레드 공식홈페이지 (우)라카 공식홈페이지

젠더리스를 컨셉으로 내세운 곳도 있다. 국내 최초 젠더뉴트럴 코스메틱 브랜드를 표방하는 ‘라카’. 라카는 자사의 모든 제품에 대해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제안한다고 소개한다. 남성이 립스틱을 바르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TV 광고 영상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광고에 나온 제품은 올리브영과 같은 H&B스토어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인기다. 라카 측은 온라인몰 고객의 30%가량이 남성 고객이라고 밝혔다.  


◇펭수부터 알라딘까지 


젠더리스 트렌드는 단순히 패션·뷰티에만 한정된 건 아니다. 

출처: MBC 화면 캡처
MBC 방송연예대상에 화관을 쓰고 등장한 펭수

EBS가 공개한 펭수의 프로필 성별란에도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고 적혀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것이다.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펭수의 성별을 따지는 사람을 꼰대로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작년 연말 MBC ‘연예대상’은 펭수를 남자 신인상 후보에 올려 일부 누리꾼들의 비난을 받았다. 펭수가 낮고 굵은 목소리를 가졌다고 마음대로 남자로 규정해버린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성별 고정관념을 떨치려는 시도는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2019년 개봉한 디즈니 영화 ‘알라딘’은 기존 동화와 결말이 달라졌다. 왕자가 선택해 주기만 기다리던 쟈스민 공주는 이제 직접 왕위에 오르는 씩씩한 캐릭터로 변신했다. 같은 해 방영한 KBS 드라마 ‘조선 로코 녹두전’은 여자보다 더 예쁜 여장 남자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앞세워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나다움 추구하는 밀레니얼·Z세대 

출처: (좌)빌리 페이스북 (우)네이버 영화
(좌)미국 Z세대 패션 아이콘 빌리 아일리시 (우)영화 '알라딘' 속 자스민 공주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발표한 ‘2019년 밀레니얼·Z세대 라이프스타일 및 가치관 조사’ 보고서는 ‘마이싸이더’를 이들 세대의 달라진 가치관으로 봤다. 마이싸이더는 ‘내’가 우선인 주체적 삶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이재흔 책임연구원은 “마이싸이더 성향을 가진 밀레니얼·Z세대는 소신과 취향이 뚜렷하고 이를 서슴없이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사회가 정한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스타일과 사고방식을 당당히 추구하는 젠더리스 성향도 이런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 jobsN 오서영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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