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가장 먼저 한국 돕겠다 나선 뜻밖의 외국 회사
대구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광주
불매운동 직격탄 맞은 일본 기업, 잇따라 기부
차별받았던 난민도 “지금은 도와야 할 때”
‘달빛동맹.’ 대구의 옛 지명인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다. 2009년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을 두고 두 광역시간 갈등이 심했다. 당시 김범일 대구시장과 박광태 광주시장은 연구개발 사업을 공동으로 하기로 약속했다. 박 시장은 이에 달빛동맹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코로나19 사태에 달빛동맹이 다시 한번 빛났다. 두 도시 사람들은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을 요즘 실감하고 있다.
◇광주, 대구에 전달한 기부금 누적 10억원 넘어
광주시는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자 이틀 뒤인 2월20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마스크 2만장을 지원했다. 집단 감염으로 확진자가 빠르게 늘자 28일 추가로 2만장을 전달했다. 또 이용섭 광주시장은 3월 1일 대구지역 코로나 환자를 위해 병상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대구에는 병상이 부족해 확진자 2569명 중 1662명이 집에서 입원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을 때 가장 먼저 손을 내민 지자체 중 한 곳이 광주였다.
대구 지역 경증 환자들은 4일 광주 빛고을 전남대병원에 입원했다. 이들 중 일가족 4명은 8일 만에 완치판정을 받고 대구로 돌아갔다. 이들이 퇴원할 때 의료진과 시 관계자 등이 나와 돌아가는 가족을 배웅했다. 이 시장은 꽃다발을 건네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축하드린다”고 했다.
사실 코로나 사태에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대구다. 대구는 2월 4일 광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오자 12일 광주시를 찾아 보건용 마스크 1만장을 전달했다. 당시는 대구에 코로나가 퍼지기 전이었다. 예전 대한민국은 동서로 갈라져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대구는 동쪽을 광주는 서쪽을 대표하는 도시였다. 그러나 어려운 시기, 두 도시는 진정한 친구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불매운동?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
작년 한국에서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던 유니클로는 2월 20일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에 마스크·손 소독제 등 긴급 물품 구매를 위한 성금 1500만원을 기부했다. 삼성·LG·현대차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이 코로나 관련 기부를 시작한 시기가 26일이다. 사실상 가장 먼저 한국을 돕겠다고 나선 외국 회사가 바로 유니클로다. 당시 이를 알린 기사에는 ‘잊지 않겠다’, ‘우리는 불매운동 열심히 했는데 그들은 우리를 도와주네요’라는 댓글이 붙었다. 물론 유니클로의 과거를 잊지 말자는 댓글도 있었지만, 1년 만에 한국 네티즌들이 유니클로를 다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유니클로는 26일에도 대구아동복지협회에 마스크 1만5000장을 전달했다. 3월 3일에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성금 5000만원과 1억2000만원 상당의 기능성 의류를 기부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작년 약 19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2018년 영업이익은 2383억원이었다. 에프알엘코리아 측은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마음을 담아 마스크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난민들, ”조금이라도 도움 되고파”
어렵지만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나선 사람들도 있다. 수단·코트디부아르 출신 난민·학생·노동자들이다. 수단·코트디부아르 커뮤니티 회원 60명은 3월 21일 대한적십자사에 코로나 구호 활동에 사용해 달라고 성금 420만원을 전달했다. 수단 커뮤니티 대표 나자르씨는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준 한국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기부했다"고 말했다. 코트디부아르 커뮤니티 대표 앙지씨는 "우리는 한국인들과 같은 사회 구성원이고, 진심으로 한국의 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그들이 모은 420만원은 대기업이 낸 420억원보다 더 큰 감동을 줬다.
동두천 난민공동체는 정전기 필터를 넣은 마스크를 만들어 독거노인들에게 기부했다. 이들은 마스크에 들어갈 천과 필터를 자비로 구매해 직접 마스크를 만들었다. 8년전 한국에 들어온 라이베리아 출신 아마아타가 마스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공장에 취업했다가 쫓겨난 적도 있다. 인종차별로 힘들었지만, 위기인 한국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 아미아타는 경향신문에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문을 두드리며 먹을 것은 있냐고 물어보는 이웃 덕에 지금까지 살 수 있었다”고 했다.
이외에 영주에서는 25일 기초생활수급자가 코로나19에 써달라고 익명으로 100만원을 기부했다. 기부자는 신분을 밝히지 않았지만, 해당 주민을 알고 있던 담당 공무원은 “본인도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데도 100만원이나 되는 큰돈을 기부해 가슴이 짠했다"고 했다. 강동구에서는 9일 초등학생 두 명이 주민센터를 찾아 마스크 5매와 용돈 2만1900원이 든 저금통을 기부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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