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타고 36만km 돌아다니던 청년, 2000억 사장님 됐다

조회수 2020. 9. 18. 10: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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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로 분식 한류를 이끌다

김관훈 두끼 대표


“찐득한 떡은 외국인에게 먹히지 않는다” “떡볶이는 한국인만 좋아한다”는 편견을 불식시키고 해외에서 승승장구 중인 떡볶이 매장이 있다. ‘떡볶이로 한 끼, 볶음밥으로 두 끼’를 표방한 떡볶이 뷔페 ‘두끼’다. 지난해 매출액 2000억 원 돌파, 떡볶이 프랜차이즈 분야에서 매출액 1위를 기록했다. 가맹점 증가율 역시 1위다. 지난 1월 기준 국내 2300개점, 해외 56개점을 거느리고 있다. 23개의 매장을 거느린 베트남에서 두끼는 줄 서서 먹는 맛집이다. 대기 시간이 길 때는 세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잘나가는 떡볶이 업체들이 분식 한류를 꿈꾸며 해외 진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런 면에서 두끼의 활약은 이례적이다. 그 비결에 대해 김관훈(41) 대표는 이렇게 털어놨다.

“떡볶이 자체만으로 해외에 수출했다면 백전백패였을 겁니다. 우리는 떡볶이라는 콘셉트의 한식 레스토랑 뷔페입니다.”


황교익 음식 평론가의 평도 비슷하다. 그는 떡볶이를 “달콤한 매운탕”으로 표현하며 “한국인의 떡볶이 소비 행태를 가장 정확히 파악한 업체가 두끼떡볶이다. 이름에 떡볶이가 붙어 있을 뿐, 뷔페형 전골 전문점이라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해외에서 소비되는 두끼의 소비 행태도 그렇다. 대만에서 두끼는 ‘한국식 훠궈’, 태국에서는 ‘한국식 수끼’로 불린다. 


두끼는 무한리필 셀프 떡볶이 뷔페다. 소스도 다양하고, 들어가는 떡의 종류와 채소 토핑도 여러 가지다. 원하는 소스를 조합해 토핑을 넣고 끓여, 원하는 방식으로 먹는 것이 특징. 동대문 소스를 넣으면 어릴 적 추억의 맛을, 카레소스나 크림소스를 넣으면 신개념 파스타처럼 즐길 수 있다. 조합에 따라 로제소스도 가능하다. 떡 종류만 모양과 맛에 따라 열 가지. 찐득한 떡이 싫다면 당면이나 쫄면, 옥수수면, 라면사리를 넣으면 된다. 조합에 따라 수백 가지의 떡볶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셈이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두끼 본사에서 만난 김관훈 대표는 “잘될 줄 알았지만, 이렇게 잘될 줄은 몰랐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청바지에 운동화, 편안한 티셔츠 차림. 그의 평소 복장이라고 한다. 소탈하고 격의 없는 스타일 때문에 그를 처음 만난 사람들의 반응은 엇비슷하다. 


“사장님 같지 않으시네요.” 


그의 시작은 소박한 듯 거창하다. 최고의 떡볶이 명장이 되는 것.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 떡볶이를 알리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뒀죠. 떡볶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만들어 먹어야 하니까 셀프 시스템이어야 했고, 친숙한 재료를 사용해 다가가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해외 매장의 성공은 철저한 현지 조사가 주효했다. 태국 매장은 프리미엄 뷔페 형태로 입점했다. 치킨만 여러 가지고, 삼겹살, 목살, 오징어, 홍합 등도 있다. 라면을 시키면 직원이 끓여서 가져다준다. 태국에서 두끼는 특별한 날에 찾는 패밀리 레스토랑 형태로 자리 잡았다. 미국 입점도 목전에 두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인들이 좋아할 수 있는 재료로 입점할 계획이다. 햄버거나 베이커리와 함께 선보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좋아하는 것과 간절함이 만나면

출처: 두끼
‘무한리필 떡볶이 뷔페’를 표방한 두끼는 사리와 소스, 토핑의 조합에 따라 수 백 가지의 레서피가 가능하다.

두끼를 처음 선보인 건 5년 전. 그때까지 그는 서울의 한 대기업 정유회사 영업사원으로 7년간 일했다. 어려서부터 끼가 많고 말하는 걸 좋아해 PD나 개그맨을 꿈꿨으나 이루지 못했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하다 보니 회사에서도 그다지 인정받지 못했다.


볶이를 사업화하기로 한 건 그즈음이다. 원하는 일을 할 때와 원하지 않는 일을 할 때 스스로도 태도의 편차가 유독 크다는 걸 안 그는 떡볶이에 매달리기로 했다. 떡볶이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질리지 않는, 마음의 고향 같은 맛이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네이버카페 ‘떡볶이의 모든 것’을 운영하며 전문성을 쌓아갔다. 


그가 떡볶이 명장이 되기 위해 들인 공은 놀랍다. 2011년 7월 개설 이후 카페 회원들과 전국 떡볶이 맛집 3000여 곳을 찾아다녔다. 방문한 떡 공장만 46군데에 달한다. 그는 “당시에 모닝을 타고 다녔는데 2년 반 동안 36만㎞를 달렸다”고 했다. 떡볶이 투어를 하면서 전국 각지의 특색도 파악했다. 


“부산의 떡볶이는 주로 쌀로 된 가래떡을 이용하는데, 맵지 않고 단맛이 나요. 대구는 매운맛이 아주 강한데, 후추 향이 세죠. 충청 지방은 매운맛과 단맛이 조화롭고, 강원도는 간장 베이스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의 성공은 하고 싶은 일과 절박함이 잘 맞아떨어진 경우다.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생기자 그는 딴사람이 됐다. 소위 일에 미쳐 살았다. 좋아하는 것을 만나니 열심히 하게 됐고, 열심히 하다 보니 성과가 좋았다. 성취감을 맛보면서 자신감도 더해졌다. 


행동이 전부다

출처: 두끼
베트남에서 ‘두끼’는 줄 서서 먹는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가장 큰 힘은 ‘실행력’이다. 그는 “행동이 전부다”라고 말한다. 직원들에게도 세 가지, “즉시 하라, 지금 하라, 바로 하라”고 강조한다.


“35세까지 저는 행동을 안 하고 살았어요. 실행하지 않으면서 자기만족, 자기 합리화를 하며 살았죠. 행동을 하기 시작하니 삶의 모든 부분이 바뀌더군요. 요즘엔 일이 너무 재밌고, 하는 일마다 신나서 잠이 안 와요.” 


35세 전후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김관훈 대표. 행동력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은 그는 초청 강연에서도 이런 메시지를 전한다. 


“뭘 하든 많이 경험하고 행동해보라고 합니다. 크든 작든 성공 경험을 느껴보는 게 중요해요. 큰 목표를 잡으면 이루기도 어렵고, 실패할 경우 좌절감이 커서 다시 도전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아주 사소한 도전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트와이스 춤추기, 노래방에서 100점 맞기 같은 거요.” 


또 하나, 그는 “버킷리스트를 적어봐라. 단 깊이 생각하지 말고”를 강조한다. 


“버킷리스트를 적어보라는 건, 내가 뭘 해야 할지 목표와 방향성을 가지라는 거예요. 너무 깊이 고민해서 적으면 버킷리스트가 아닌, 먼 훗날 목표가 돼버려요. 어린 나이에 완벽한 목표를 정해놓고 행동하는 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사람을 지치게 해요. 일찌감치 큰 목표만 바라보면서 가기보다는 사소한 성공을 맛보라는 거죠.” 


그의 40대 버킷리스트에는 이런 소원이 적혀 있다. 


“어머니 집 사드리기, 두끼 50개 해외 매장 오픈하기, 떡볶이 레시피 1000개 만들기, 예능 프로그램 50개 나가기, 걸그룹 동생 100명 만들기 등.” 


구체적이면서도 노력하면 실현 가능한 ‘현실형 꿈’들이다. 


글 톱클래스 김민희 

사진 서경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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