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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특채도 포기했다…고대생이 만든 ‘7초’ 서비스

“내 아이디어랑 비슷한 특허가 있냐고요? 7초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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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특허검색기 개발한 ‘고교 발명왕’
인터넷 검색하듯 선행기술 조사 가능해
1~2주 걸리던 특허 조사 7초로 끝내

“제 아이디어랑 비슷한 특허가 이미 있다고요?”


연구자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특허다. 연구에 관한 특허가 이미 있다면 짧게는 몇개월, 길게는 몇 년 간 진행한 연구가 헛수고가 돼버린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 관련 기술이 이미 발명된 바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 특허검색 사이트는 사용법이 복잡해서 아무나 쓸 수 없다. 변리사에게 의뢰를 하자니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줄 웹서비스가 있다. 인공지능(AI) 특허조사 서비스 ‘브루넬’이다. 기존 특허검색 사이트와 달리 사용법이 간단해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 문장을 그대로 입력하면 된다. 1~2주씩 걸리던 사전 조사 작업을 7초 만에 끝내준다. ‘브루넬’을 개발한 고려대 기계공학부 14학번 박상준(26) 디앤아이파비스 대표를 만나봤다. 

박상준 대표

출처josbN

◇AI 특허검색기 개발한 ‘고교 발명왕’


-‘브루넬’ 소개를 해주세요.


“‘브루넬’은 특허 관련 문서 검색을 도와주는 인공지능 웹 서비스입니다. 특허 등록의 가장 첫 번째 단계는 기존에 유사한 특허 기술이 있는지 찾아보는 선행기술조사 업무에요. ‘브루넬’은 인터넷에서 정보 검색하듯이 간단하게 선행기술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조사 범위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중국, 유럽, 일본 그리고 특허협력조약(PCT) 국제 특허까지 포함합니다. 해외 특허 내용은 번역해서 보여줍니다. 변리사 등 전문가들이 1~2주씩 수작업으로 대조해야 했던 번거로운 과정을 7초 만에 끝낼 수 있죠.”


-‘브루넬’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생 때부터 선행연구 조사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어요. 충북과학고 시절 친구들이 발명품 10개를 낼 때 홀로 60개를 낼 정도로 ‘연구 벌레’였어요. 친환경에너지에 관심이 많아 지진파 에너지, 미생물 연료 전지, 태양광 관련 발명을 하고 출품도 했죠.


하지만 유사 연구가 이미 있어 특허 출원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선행조사를 안 해서가 아니라 했는데도 못 찾은 거였어요. 그때 누구나 쓸 수 있는 쉽고 정확한 특허검색 시스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죠. 고교시절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대학에서 사업을 구체화했습니다.” 

브루넬 검색 화면

출처디앤아이파비스 제공

-창업까지의 과정은.


“2016년 12월 겨울방학 특강 과제로 논문과 특허를 검색해주는 앱을 만들었어요. 이 아이디어로 교내 창업경진대회에 입상했고, 2017년 7월 본격적으로 스타트업에 뛰어들었어요. 전문 개발자분들을 하나둘 모으면서 2018년 3월 ‘디앤아이파비스’ 기업을 설립했습니다. 1년 반 동안 연구개발(R&D)과 대기업 현장테스트를 거쳐 2019년 9월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요. 1인 스타트업이었던 디앤아이파비스는 현재 15인 규모로 성장한 상태예요.” 


◇복잡한 검색식 없이 문장만 입력하면 끝


-특허청의 특허 검색 시스템 ‘키프리스’와의 차이점은. 


“검색 방식과 검색 결과가 달라요. 키프리스는 복잡한 검색식을 쓰고 검색 조건도 설정해야 합니다. 이후 단순히 키워드가 많이 포함된 순서로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지고요. 예를 들어,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을 때 바르는 피부진정크림’을 검색하면 ‘피부’란 단어가 포함됐단 이유로 바지 관련 특허가 먼저 뜨거나 ‘크림’ 표현을 근거로 아이스크림 관련 특허를 보여주기도 하죠.


하지만 브루넬은 검색식이 필요 없어요.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내용을 문장으로 넣어서 검색하면 됩니다. 자체 AI가 해당 문장을 분석해 유사한 특허를 빠르게 찾아줘요. 이후 유사도 순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정확도도 높습니다.” 

특허청 '키프리스'의 검색 방식

출처디앤아이파비스 제공

-국내 최초로 등장한 인공지능 특허검색 엔진 ‘키워트’와 다른 ‘브루넬’만의 강점은.


“키워트도 인공지능 엔진을 사용하지만, 단어·키워드를 기반으로 돌아갑니다. 저희는 문장 형태의 검색 시스템입니다. 문맥 등 NLP(자연어처리) 기술과 머신러닝 기반입니다.” 


-같은 일을 하는 변리사와 브루넬이 부딪치진 않나. 


“브루넬은 일을 도와주는 AI지, 일을 대체하는 AI가 아니에요. 오히려 변리사분들이 브루넬을 많이 이용하시고 좋아하세요. 사실 선행연구 조사라는 것이 변리사에게도 귀찮은 일이거든요. 조사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과 인력은 많이 드는데 소홀히 할 수도 없어서 골치아픈 부분입니다. 저희는 변리사를 파트너로 두고 함께 공생하는 관계로 지내고 있습니다.”


-기업의 반응은 어땠나.


“기업에서도 반응이 좋았습니다. LG CNS에서 2018년 10월부터 약 10개월에 걸쳐 현장테스트를 했어요. 직원 세 명이 1주일 가량 수행할 선행기술조사 업무량이 브루넬 도입으로 많이 줄었어요. 한 명이 1시간 만에 해낼 정도로요. LG는 디스플레이, 통신, 가전 등 지식재산권 경쟁이 치열한 그룹 내 6개 분야까지 브루넬을 적용할 계획이에요. 아직 논의 단계이긴 하지만요.” 


◇“젊음은 불태우라고 있는 거다” 부모님이 조언해주셔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정부지원사업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초기엔 핀테크지원센터의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에서 1억원을 지원받았어요. 이후 특허청의 ‘특허 기프트 제도’에 선정돼 1억원 상당의 특허데이터를 받았고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브루넬만의 DB서버를 구축했습니다. 창업경진대회 ‘2018 TIPS Summit’에서 대상을 받아 6억원의 투자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2018년 9월 LG CNS의 ‘Startup Monster’에 뽑혀서 사무실, 개발비를 지원받는 등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어요.” 


-창업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특허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 없이 창업을 하려고 하니까 힘들었어요. 창업 당시 전 특허에 대해 조금 관심 있는 23살 대학생이었을 뿐이니까요. 그래서 변리사분들을 일일이 찾아가 직접 여쭤봤어요. 특허의 종류, 전문용어 등 사업에 필요한 부분을 많이 배웠습니다.”


-주변에 반대는 없었는지. 


“고려대 기계공학부에서 대기업에 들어가는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요. 원래 전 태양광 관련 연구로 삼성 특채를 받아놓은 상태였어요. 삼성휴먼테크 논문 대상에서 금상을 받았거든요. 그걸 포기하고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부모님의 반대가 심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다행히 부모님이 지지해 주셨습니다. 젊음은 불태우라고 있는 거다, 지금 못하면 나중에 후회로 남을테니 하고싶은 일 다해보라고 조언해주시기도 했고요.”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적은.


“‘브루넬 서비스 정말 필요했었어’라는 한마디를 들을 때입니다. 몸에서 소름이 돋을 만큼 기뻐요. 그런 말을 듣고 팀원들이 좋아할 때도 대표로서 참 뿌듯하고요. 본인들이 지금 옳은 일을, 맞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더 적극적으로 일을 하려고 해요. 물론 뿌듯한 동시에 책임감이 막중해지기도 하죠.” 


◇“브루넬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 듣고 싶어요


-특허 관련 연구자나 변리사만 쓰는데, 너무 제한된 시장 아닌가. 


“투자를 받을 때 많이 지적받은 부분이에요. 확장성 있는 사업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죠. 특허시장이 한정돼있기는 해요. 변리사는 4000명 정도고, 기업이나 학교에 소속된 연구자까지 합하면 60만명이죠. 현재 특허 사업만 보면 한계가 있는 게 분명하지만, ‘브루넬’ 기술을 활용해 다른 분야로 나아갈 확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저흰 AI 기술이 사람의 업무에 도움을 주는 방법을 계속 찾아나갈 생각이에요. 최근엔 비즈니스 서비스 쪽 비대면 협업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파일을 검색하는 방법에 브루넬같은 인공지능 기능을 적용한 서비스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에서 활용할 수 있어요. 현재 거의 다 만들었고 조만간 공개할 예정입니다.”


-수익 구조는. 


“브루넬은 구독제 방식의 유료 서비스입니다. 한 달 정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이후 유료로 전환돼요. 이용료는 월 30만원 정도입니다. 보통 기업이나 변리사분들은 연 단위로 끊어서 사용해요. 주요 이용자는 400~500명 정도입니다. 그런데 기업의 경우 브루넬 서비스를 넣으려면 기업이 갖고 있는 인프라에 맞게 바꿔야 해요. 그 비용과 서비스 이용 비용까지 합해서 산정합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올해 목표는 2500명의 이용자 확보와 20억원 매출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 ‘브루넬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은 못 들어봤는데, 그 말을 꼭 들어 보고 싶어요. ‘고맙다’는 표현은 ‘필요했어’라는 말보다 더 레벨이 올라간 표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도 사람을 돕는 AI를 만들며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 


글 jobsN 현민정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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