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난투극까지..그들이 화장지에 집착하는 까닭

조회수 2020. 9. 18. 15: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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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유럽·호주에선 화장지가 마스크·손세정제보다 귀하신 몸

뒤처리는 오직 화장지… 서구에선 ‘화장지=위생’

비데 문화 있는 중동인들도 서구의 사재기 “이해 못해”



최근 호주의 대형마트 울월스 매장에서 여성 3명이 서로 이 물건을 자기가 가져가겠다고 뒤엉켜 난투극을 벌였습니다. 이들이 차지하려던 물건은 ‘무려’ 화장지(toilet paper)였습니다. 화장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 감염 사태에서 마스크·손세정제 못지 않은 필수품이라는 것입니다. 미국 오리건주 경찰 당국은 “화장지가 부족하다며 911센터에 전화 좀 하지 말라”고 공지를 올렸습니다. 주민들이 화장지 부족을 재난 상황으로 보고 경찰에 “도와달라”고 전화를 했다는 얘기네요. 영국 대형마트 테스코는 한 사람이 화장지를 너무 많이 사가지 못하도록 ‘1인 5롤’로 판매를 제한했다고 합니다.

대형마트에서 화장지 사재기를 하는 미국인들. /인터넷 화면 캡쳐

대체 화장지가 무엇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한국인들은 어리둥절합니다. 이 와중에도 유럽의 마스크 착용률은 한 자리수라는데, 마스크보다 화장지가 방역에 더 중요하다는 것일까요. 북미·유럽·호주 등 주로 서양 문화권에서 도드라지는 화장지 사재기 현상의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화장지는 인간을 깨끗하게 유지해주는 물건이다!?”

/인터넷 화면 캡쳐

해외 매체에 소개된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휴지가 있어야 할 장소에 있으면 안심이 된다. 먹고 자고 배변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다. 특히 인간을 깨끗한 상태로 유지시켜주는 것이 바로 휴지다.”(매리 알보드 조지워싱턴대 의대 교수)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앞으로 휴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바루크 피쇼프 미국 카네기멜런대 공학공공정책부 교수) “다른 사람들이 사니까 따라서 사는 밴드왜건 효과다.”(스티븐 테일러 ‘전염병의 심리학’ 저자) 종합해보면 ‘휴지는 매우 중요한 물건이라 떨어지면 안되니 사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인데, 여전히 시원하게 이해가 되진 않습니다.


서양인들에게 휴지는 한국인들에게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생활용품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서양 문화권 출신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며 내린 결론은 서양인들은 용변 후 뒤처리를 할 때 화장지를 대체할 수단이 딱히 없다고 여긴다는 점입니다. 


◇화장지 없으면 다른걸로… 선택지 많은 한국

/조선DB

어느날 지구상에서 화장지가 사라졌다고 가정해봅시다. 일단 한국인들은 비데를 쓰겠죠. 비데가 없다고 해도 그렇게 절망적이진 않습니다. 호스로 연결된 샤워헤드를 내려서 물로 씻을 수도 있습니다. 이마저도 안된다면… 조금 서글프지만 신문지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국산 화장지가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1971년부터입니다. 가가호호 화장지가 보급된 것은 아파트가 본격 지어진 1980년대 들어서라고 합니다. 그러다 불과 10여년 뒤인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 전국적인 화장실 개선운동이 벌어집니다. 비데도 빠르게 보급됐습니다. 신문지에서 비데까지 불과 한 세대만에 이룩한 ‘화장실의 기적’입니다. ‘화장지 없으면 절대 안되던’ 시절은 아주 잠깐인 셈입니다.


화장지 문화의 역사가 짧아서일까요. 한국의 화장지 문화는 다른 나라와 조금 다릅니다. 사용한 화장지를 변기에 못 버리게 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라고 합니다. 초창기에 화장지 대신 신문지를 넣었다가 변기가 막히던 것이 원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용변 볼 때 쓰는 화장지(toilet paper)와 화장용 티슈 등이 혼재돼 쓰이는 것은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특이한 점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소재입니다. 


◇화장지 없으면 위생 붕괴… 선택지 없는 서양권

화장지 품귀 현상을 희화화한 SNS 사진들 /인스타그램 캡쳐

반면 서양인들에게 화장지가 사라지는 상황은 절망 그 자체입니다. 일단 비데 사용률도 매우 저조합니다. 욕실 구조를 보면 대체로 샤워헤드가 벽에 고정돼 있습니다. 이걸 내려서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서양에 화장지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57년이고, 1940년대에 ‘2겹’ 화장지가 보편화됐다고 합니다. 뒤처리는 오직 화장지로 하는 것이라는 관념이 박혀있을 것입니다. 화장지 외의 다른 종이류·섬유류로 뒤처리를 해본 서양인들이 있다면, 아마 지우고 싶은 기억일 것 같네요.


유럽 발칸 반도에서 발생한 보스니아 전쟁(1992~1995년)을 겪었던 셀코(Selco)라는 인물이 쓴 생존기에도 화장지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그는 전기·교통·상수도 등이 끊기고 도심 곳곳에는 저격수가 배치된 전장 한 복판에서 수년간 생존했습니다. 그는 “화장지는 아주 많이 필요하다. 총에 맞아 죽는 사람보다 위생 문제로 병에 걸려 죽는 비율이 높았다”고 회고합니다. 화장지를 위생과 등치시키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화장지 사재기 사태가 한국인들 눈에만 의아한 것은 아닙니다. 중동의 이슬람 문화권 국가들입니다.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인사이더 보도를 보면 “용변을 본 뒤 물로 뒤처리를 하는 중동의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서양인들의 화장지 사재기를 의아해한다”고 합니다. 중독 국가들은 대체로 수동식 비데를 사용해 뒤처리를 합니다. 용변 후 물로 씻으라는 계율이 있어 일찌감치 비데 문화가 발달했다고 합니다. 


북미·유럽 지역에서 화장지 공급이 부족해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합니다. 원료 공급도 생산도 차질이 없다네요. 설령 화장지 부족사태가 온다고 해도 개인 위생이 무너질 정도로 대체품이 없다고 보이진 않습니다. 전염병 대유행의 상황에서 발생한 막연한 불안감 탓일 뿐입니다. 아무쪼록 코로나 사태가 조속히 진정되길 바랄 따름입니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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