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마이너스의 손'이라고요? 안 망한 것도 있어요

조회수 2020. 9. 18. 15: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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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닫은 삐에로쑈핑..신세계 '정용진표' 신사업 성적표 들여다보니
쇼앤텔, 부츠, 푸른밤 등 줄줄이 고전, 폐업도
조선호텔은 ‘레스케이프’ 때문에 신용등급 하락
'일렉트로마트', ‘노브랜드 버거’는 순항...테마파크도 도전

"폐점 정리 대처분. 70% 할인"


2020년 2월 중순 이마트에서 운영하는 잡화점 '삐에로쑈핑'에 걸린 할인 안내 문구다. 약 한 달 동안 전국적으로 할인 행사를 한 삐에로쑈핑은 3월 초 전국에 있는 매장 문을 닫았다. 삐에로쑈핑은 만물상 콘셉트로 일본의 돈키호테를 본따 전국에 문을 연 매장이다. '정돈보다 혼돈', '쇼핑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역발상으로 매장을 꾸렸다.


2018년 론칭 후 연간 누적 방문객 420만명을 기록하면서 호평을 들었지만 성적은 부진했다. 2018년 10월에 문을 연 명동점은 1년 동안 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주요 상권에 입점해 높은 임차료와 부진한 성적으로 적자를 면할 수 없던 것이다. 결국 2019년 12월 명동점을 시작으로 전국 7개 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신세계 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과거 "앞으로 유통업의 경쟁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삐에로쑈핑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다. 그는 2019년 11월 '화성국제테마파크 비전 선포식'에서 "모든 사업역량을 쏟아부어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테마파크에는 4조6000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이런 정용진 부회장이 지금까지 어떤 것을 시도했었고 결과는 어땠는지 '정용진표' 꼬리표가 붙은 사업을 알아봤다.

출처: 신세계그룹제공
명동 한복판에 있던 삐에로쑈핑. 2019년 12월 문을 닫았다.

쇼앤텔


삐에로쑈핑에 이어 이마트 남성 패션 편집숍 '쇼앤텔'도 철수를 시작했다. 프리미엄 아울렛에 입점해있는 오프라인 매장 '쇼앤텔 맨즈' 7곳을 3월 말까지 우선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쇼앤텔은 '남성들의 놀이터'라는 콘셉트로 2018년 8월 처음 선보인 남성 패션 편집숍이다. 남성 의류, 악세서리, 피규어 등을 가성비를 내세워 판매했지만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는 평을 들었다.


레스케이프(L'Escape) 호텔


2018년 7월 처음으로 선보인 신세계 조선호텔의 첫 독자 브랜드다. 프랑스 파리를 모티브로 한 부티크 콘셉트의 최고급 호텔이다. 반려동물과 호텔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하기도 했다. 가격은 일반 객실 기준 30만~40만원대고, 스위트룸은 최저 52만원부터 800만원대까지 있다.


당시 레스케이프는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 찬 신사업 아이템으로 '정용진 호텔'로 불렸다. 직접 내부 인테리어에 신경쓸 정도로 애정을 가진 사업이기도 하다. 큰 기대를 안고 출범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신세계 호텔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2017년 영업이익 7억원대를 기록했지만 2018년 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 3분기까지 누적적자는 135억원에 이른다. 숙박 업계는 관계자들은 공실률이 높은 원인으로 '비싼 가격', '수영장이 없는 것', '공감할 수 없는 콘셉트' 등을 꼽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19년 중순부터 10가지 테마로 구성한 체험 수업 프로그램 '살롱 드 레스케이프'를 시작했다. 수강 가격도 1만원대로 낮추고 투숙객에는 무료로 제공했다. 그 결과 2019년 4분기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세계조선호텔 단기신용등급이 A2에서 A2-로 떨어졌다. 나이스 신용평가는 '레스케이프 호텔 실적 부진으로 인한 영업적자 지속'을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출처: 제주소주 푸른밤 유튜브 캡처, 신세계조선호텔 제공
푸른밤 광고(좌), 레스케이프 호텔. 반려동물과 동반 전용 객실도 있다(우).

부츠(Boots)


H&B(Health and Beauty) 스토어로 2017년 영국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와 손잡고 오픈했다. 프리미엄 H&B 콘셉트로 넘버세븐, 솝앤글로리 등 고가 브랜드를 입점하면서 차별화했다. 국내에 30여개 매장을 오픈했다. 그러나 2020년 3월 기준 남아있는 매장은 11개뿐이고 이마저도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매장 철수는 2019년 7월부터 시작했다. 이마트가 최초로 분기 적자를 기록하자 실적 부진이 계속돼 온 전문점부터 손을 댔다. 부츠는 론칭 시 내세운 프리미엄 전략을 큰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H&B 고객층에게 프리미엄 브랜드가 통하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19로 올해 성장 가능성도 불투명하지만 아직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와 계약 기간이 남아있어 모든 매장을 철수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정용진의 H&B 사업은 부츠가 두 번째다. 한국형 드럭스토어 '분스(boons)'가 그 시작이었다. 2012년 처음 문을 연 분스는 3년 동안 7곳 밖에 열지 못했다. 제품 소싱에 어려움을 겪고 서울 강남, 명동 등 임대료가 비싼 곳에 위치해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결국 론칭 3년 만인 2015년에 사업을 접었다.


제주소주 푸른밤


'제주소주 푸른밤'은 이마트가 2016년 12월 제주소주를 인수하면서 새롭게 내놓은 소주 브랜드다. 정용진 부회장이 주도적으로 인수를 추진한 곳으로 알려져 '정용진 소주'라고 불렸다. 당시 신세계그룹 유통망을 활용해 전국구 소주 브랜드로 재탄생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이마트는 소주 생산 설비 확충 등을 위해 250억원을 투자했다.


2017년 9월 출시 후 4개월 동안 300만병을 팔면서 인기를 끌었지만 그 인기는 그때뿐이었다. 2018년 기준 매출 43억원을 냈지만 영업손실이 129억원이었다. 소주는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기존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새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푸른밤도 그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SSG닷컴


정용진 부회장은 온라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온라인 사업을 키워왔다. 2014년 초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을 통합한 플랫폼 'SSG.COM'을 오픈했다. 2019년 3월 온라인 신설법인 'SSG닷컴'을 공식출범하면서 온라인 사업에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는 계열사 중 하나다. 그러나 이마트 감사보고서를 보면 첫해 성적표는그리 좋지 않다. 1년 동안 844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당기순손실 606억원을 기록했다. 경쟁으로 인한 마진 감소, 배송비 부담 등 이커머스의 시장에 닥친 위기를 SSG닷컴도 피해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출처: 이마트 제공, 노브랜드 유튜브 캡처
일렉트로마트의 일렉트로맨(좌), 한현민을 내세운 광고로 인지도를 높이기도 했다.(우)

일렉트로마트·노브랜드 버거


정용진의 사업이 모두 바닥을 친 건 아니다. 점포를 정리하는 와중에 잘 나가는 브랜드도 있다. 2015년에 오픈한 체험형 가전 매장 '일렉트로마트'다. 히어로 캐릭터 '일렉트로맨'을 내세워 키덜트를 겨냥한 매장이다. 매출은 2015년 213억원에서 2018년 5400억원으로 늘었다. 2019년 13개 점포를 새로 열었고 2020년에도 10여개의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가성비 버거로 유명한 노브랜드 버거는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메뉴 개발 과정에 참여할 만큼 애정을 가진 사업이다. 2019년 8월 홍대점으로 시작했고 6주 만에 판매량 10만개를 돌파했다. 지금까지는 서울, 경기, 인천에서 직영매장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2020년 가맹사업을 통해 매장수를 대폭 늘릴 예정이다. 노브랜드 버거의 시작은 '정용진 햄버거'로 알려진 '버거 플랜트'다. 신세계 푸드가 2018년 6월부터 운영한 '버거 플랜트'를 1년 만에 노브랜드 버거로 이름을 바꾸고 리뉴얼해서 재탄생한 것이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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