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에게 핸드폰 빼앗기고, 방에 갇힌 적도 있어요"

조회수 2020. 9. 21. 10: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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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업계의 삼성'서 영업사원으로 산다는 것은요..
주류 영업 12년 차 김충만 과장
2020년 우수 영업사원으로 뽑혀
지사 내 매출 120% 견인하기도

발렌타인, 로얄 살루트, 시바스 리갈, 앱솔루트...


사람들이 많이 알고 또 많이 찾는 대표적인 양주들이다. 주류 회사 '페르노리카 코리아(Pernod Ricard Korea)'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인기 브랜드를 모두 취급하고 있다. 1975년 설립한 페르노리카는 프랑스 주류 브랜드로 전 세계 86개국에 법인이 있고 약 1만8500명이 근무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한국에는 1992년 12월 법인을 설립했고 2018년 회계연도(2018년 7월~2019년 6월) 기준 연 매출 1857억원을 기록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주류 기업 입사를 희망하는 취업준비생에게는 주류업계의 '삼성'이라고 한다. 꿈의 직장인 셈이다. 이곳에서 지사 매출 최대 120%를 견인해 '2020 우수 영업사원'으로 뽑힌 직원이 있다. 영업팀 김충만(39)과장이다. 주류 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한 지 12년째인 그에게 영업사원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 김충만 과장 제공
페르노리카 코리아 김충만 과장

◇운동선수 꿈꾸다 영업사원으로


김충만 과장은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정구선수로 활동했다. 그러나 부상과 넉넉지 않은 형편으로 그만둬야 했다. 졸업하고는 군대를 바로 다녀왔고 전역 후에는 헬스 트레이너로 일했다.


-영업 직원으로 일한 건 언제인가요.


"같이 운동하던 선배 추천으로 의약외품 영업사원으로 시작했어요. 비타민, 칫솔 등 다양한 제품을 영업했습니다. 그러다 작은 규모의 주류 수입사로 이직했습니다. 워낙 술에 관심이 많았고 좋아했어요. 맛도 맛이지만 병 모양도 상당히 매력 있습니다. 발렌타인, 앱솔루트와 같은 제품을 보면서 좋아하는 제품을 영업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부터 영업이나 주류를 잘 알아서 시작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작은 수입사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무엇을 배웠나요.


"영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우리 제품만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거래처 사장님, 점장님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일을 해요. 그중 거래하고 있는 업장이 매출을 낼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주기도 합니다. 현재 시장 트랜드, 다른 업장 상황, 자금력을 파악해 세트 메뉴 구성, 소비자가 설정 등을 해주는 것이죠. 한국브라운포맨에서 좋은 선배를 만나 이 부분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출처: 김충만 과장 제공

◇스카우트 제의받고 이직


-페르노리카 코리아에 입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국브라운포맨에 있던 선배가 페르노리카 코리아로 이직하면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습니다. 주류업계에서는 꿈의 직장이기도 하고 저를 좋게 봐주셨기 때문에 이직을 결정했습니다. 2017년 3월 페르노리카 코리아에 경력직으로 입사했습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주류회사 영업팀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면 세 달 정도 교육을 받는다. 회사에서 취급하는 브랜드 교육은 물론 선배와 동행 방문도 한다. 영업사원 특성상 거래처 관리가 중요해 작은 실수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충만 과장은 경력직이어서 한 달 동안 브랜드 교육만 받고 바로 현장에 투입했다. 주류 영업사원 출근 시간은 오후 1시 퇴근은 밤 10시다. 거래처 시간에 맞춘 것이다. 퇴근은 더 늦어질 때도 많다.


처음 배치받은 지역은 서울 홍대와 이태원이었다. 크고 작은 클럽과 라운지바가 모여있는 곳이다. 이미 전 회사에서 친분을 쌓은 거래처들이라 영업하기 어렵지 않았다. 수도권 기준 서쪽을 주로 담당하다 입사 1년 후 새로운 지역을 맡게 됐다. 제주도였다. 해당 지역 시장 분석을 하고 그곳에 적합한 직원을 선정해 제안한다. 김 과장은 자신의 능력을 성장시킬 기회라고 생각해 받아들였다.

출처: 페르노리카 코리아 제공
페르노리카에서 취급하고 있는 브랜드

◇서울에서 왔다는 이유로 문전박대


-제주도에서의 영업은 어땠나요.


"쉽지 않았습니다. 제주도 주류 시장이 조금 폐쇄적이고 서울에서 왔다고 소개하면 경계를 많이 하셨습니다. 소형 업장에 판촉을 하러 갔는데 처음에 서울에서 왔다고 하니 싫어하셨어요. 전화도 받지 않으셨습니다. 가족도 다 같이 갔는데, 처음엔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어떻게 극복했나요.


"내쫓으셔도 웃으면서 다시 찾아갔죠. 여러 번 찾아간 끝에 대화도 몇 번 나눌 기회가 생겼어요. 한 번은 얘기하다가 제주도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사장님께 털어놨습니다. 아이들이 힘들어서 학교 끝나고 울면서 들어올 때도 있었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사장님께서 마음을 여셨습니다. 영업을 떠나 어떤 관계든 솔직하게 다가간다면 진심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얼마 동안 머물렀나요.


“1년 3개월 정도 있다가 다시 서부지점으로 왔습니다. 힘들기도 했지만 다시 한번 저를 돌아보고 재정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전투력이 상승한 기분이었죠.”

출처: 페르노리카코리아 제공

◇하루 동안 방에 갇히기도…좋은 지점 만들고 싶어


김충만 과장이 주류사 영업 사원으로 일한 지 12년째다. 얼마 전 2020 페르노리카 코리아 우수영업 사원으로 뽑혔다. 실적은 물론 성장추구, 책임감, 협동심 등 회사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해 반기마다 우수사원을 뽑는다. 김 과장은 서부지점에서 최대 월 목표 매출의 120%를 달성하기도 했다.


-12년 차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한 업장 사장님이 의사였습니다. 병원을 하면서 작게 운영하고 있던 곳이라 주류 업계 상황을 잘 몰랐어요. 자주 찾아가서 시장 이야기, 업계 에피소드 등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이걸 굉장히 고마워하시면서 가게 메뉴를 전부 우리 회사 브랜드로 바꿨습니다. 처음있는 일이었어요. 저도 참 감사한 고객입니다. 이 밖에도 건달을 만나 하루 동안 핸드폰도 뺏기고 방에 갇힌 적도 있습니다.”


-고급 주류 영업 노하우가 따로 있나요.


“하이 클래스 제품은 업장마다 그 제품만 찾는 단골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단골을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사장님들이 단골 고객이 몇 명이고, 어떤 사람인지 또 어떤 제품을 좋아하는지 자랑하듯 말하면 그 속에서 진짜 정보를 파악해야 해요. 고급 주류를 납품하는 다른 회사도 있어서 경쟁사 사원들보다 빠르게 정보를 캐치하는게 중요합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팀 리더입니다. 지점장이죠. 예절, 즐거움, 열정 3가지를 갖춘 분위기 좋은 지점을 만들고 싶습니다. 매출을 내려면 좋은 분위기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현장에서 각자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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