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때 당뇨병, '세상 끝났다' 생각했던 소년은 11년후..

조회수 2020. 9. 21. 10: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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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난 것 같았어요"..중3 때 당뇨 진단받은 소년이 11년 후 만든 서비스
혈당 수치 기록하면 건강보고서 발간
환자들끼리 식단·운동법도 공유
당뇨 환자 위한 쇼핑몰도 운영 중

닥터다이어리 송제윤(30) 공동대표는 동국대 전자전기공학과 4학년 때 당뇨 관리 어플리케이션(앱)을 만들었다. 공과 대학 전공 수업 조별 과제가 앱 만들기였다. 부동산 중개, 아르바이트 구인 앱 등 이미 웬만한 앱은 나와 있었다. 송 대표는 잘 아는 분야이자, 타겟층이 확실한 당뇨 관리 서비스를 떠올렸다. 같은 조였던 컴퓨터공학과 친구들과 당뇨 관리 앱 닥터다이어리를 만들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당뇨병을 앓았습니다. 학교에서 소변검사를 했는데 보건실 선생님이 병원에 가보라고 하셨어요. 진단을 받고, 세상이 끝난 것 같았습니다. 좋아하는 빵과 떡볶이도 못 먹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꾸준히 관리하기도 쉽지 않았어요. 혈당 관리를 돕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닥터다이어리를 만들었습니다.”

출처: 닥터다이어리 제공
닥터다이어리 송제윤 공동대표

◇수업에서 조별 과제로 만든 앱을 사업화


-과제로 앱을 만든 게 사업 발판이었다고. 


“수업에서 앱을 만들고, 2016년 9월 플레이스토어 등 앱 마켓에 출시했어요. 홍보를 전혀 안 했는데 앱을 사용하는 분들이 생겼어요. 제대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창업동아리에서 만난 류연지(28) 공동대표, 앱을 같이 만들었던 조원들과 함께 2017년 5월 닥터다이어리를 창업했습니다.” 


-앱으로 어떻게 당뇨를 관리할 수 있나. 


“당뇨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혈당 관리입니다. 규칙적으로 혈당을 재고, 기록하는 게 중요해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귀찮아서 혈당을 재지 않거나, 재고도 기록하지 않는 분들이 많아요. 닥터다이어리는 알림 기능을 통해 까먹지 않고 꾸준히 혈당을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혈당 수치를 입력하면 그래프와 통계로 혈당 변화를 보여줍니다. 일부 혈당 측정기 회사와는 제휴를 맺었어요. 혈당을 재기만 해도 자동으로 앱에 데이터가 쌓입니다. 식단이나 운동량도 기록할 수 있는데요. 혈당과 식단·운동 데이터를 토대로 매월 개인별 건강보고서를 발간해요. 보고서를 출력해 병원 정기검진 때 제출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혈당 변화나 건강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서 환자와 의사에게 반응이 좋아요.”

출처: 닥터다이어리 홈페이지 캡처
이용자가 받아볼 수 있는 건강보고서 예시

-닥터다이어리의 강점은.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대화하고 있습니다. 당뇨는 평생 관리해야 해요. 그래서 지치고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앱 내에서 서로 응원하고, 효과 좋았던 혈당 관리법을 공유합니다.” 


◇당뇨 환자 쇼핑몰·카페도 운영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쇼핑몰과 카페도 하고 있다고. 


“처음 앱을 만들었을 때는 수익 구조가 없었어요. 앱을 유료로 바꿀까 고민했지만,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고민 끝에 쇼핑몰을 만들었어요. 밀가루나 설탕을 쓰지 않아 당뇨 환자도 먹을 수 있는 간식이 많아졌는데, 대부분 그런 정보를 모르고 계셨어요. 그래서 환자들을 위한 쇼핑몰, 닥다몰을 시작했습니다. 


2019년 7월에는설탕과 밀가루를 쓰지 않고, 탄수화물 함량을 낮춘 오프라인 디저트 카페도 열었습니다. 빵·빙수·케이크 등 환자들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팔고 있어요. 또 카페에서 소규모 행사를 열고 교육도 합니다. 이제 막 당뇨 진단을 받은 분들에게 관리 노하우를 알려주고, 의사분들을 초청해 교육하기도 합니다.”

출처: 닥터다이어리 제공
닥터다이어리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교육 모습과 회원들에게 나눠준 안내 책자

-제품은 직접 만드는 건가.


“시중에 나온 제품 중에 당뇨 환자에게 필요한 제품을 고르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당뇨환자를 위한 제품이 많지 않아요. 예를 들어 한국에는 무설탕 케첩이 없어요. 케첩처럼 한국에 없는 외국 제품을 수입해오기도 하고, 베이커리 종류는 직접 공장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사업 현황은. 


“첫해 연매출은 1억원이었어요. 2018년 10억원, 2019년 25억원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2월 한 달간 매출 3억40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창업 공모전 상금으로 자본 마련해 


-초기 자본은 어떻게 마련했나. 


“창업 관련 공모전에 계속 나갔습니다. 덕분에 상을 많이 받았어요. SK창업경진대회 우수상, 캡스톤 디자인 Value-Up 대상, 전국앱개발챌린지 최우수상 등을 받았습니다.”

출처: 무가당 인스타그램 캡처
오프라인 디저트 카페에서 판매중인 메뉴

-사업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고객 연령대가 높아 응대하기가 어려웠어요. 닥터다이어리 이용자 평균 연령이 43세인데요. 스마트폰 사용이 서툰 분들이 많고, 인터넷 결제를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무작정 사무실로 전화해서 물건을 보내달라고 하는 분도 있었어요. 묻지도 않고 아무거나 20만원어치 간식 좀 보내달라고 먼저 돈을 보낸 분도 있었습니다. 처음엔 당황했는데, 지금은 고객 편의를 위해 전화주문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목표는.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 간 거래)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 볼 때 닥터다이어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어요. 또 혈당 데이터를 분석해서 개인 맞춤형 당뇨 관리법을 추천해줄 수 있는 서비스도 개발 중입니다. 예를 들어 혈당이 높은 날 식단이나 운동법을 추천해 혈당을 낮출 수 있게끔 하는 서비스에요. 당뇨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하지만, 제대로 관리하면 합병증 없이 잘 살 수 있는 질병이에요. 환자들이 꾸준히 관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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