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회사 법무팀장이 퇴사한 후 차린 뜻밖의 회사

조회수 2020. 9. 21. 10: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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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홈술족 늘며 '주류 구독 서비스' 인기

‘결제는 오프라인, 수취는 온라인’으로 규제 피해

4월부터 술도 ‘사이렌 오더’ 가능… “규제 풀리면 시장 커질 것”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로 회식이 실종된지 오래다. 대신 집에서 ‘홈술’을 한다. 코로나 사태로 집에만 있다보니 답답해서 오히려 더 마신다는 분들도 있다. 주당들은 술 사러 슈퍼마켓·편의점에 간다. 바이러스가 무서워 생필품·신선식품까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상황이지만, 술만은 예외다. 술은 온라인 판매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회식이 실종됐다. /조선DB

요즘 언택트(비대면) 소비도 뜬다는데, 주류를 언택트 구매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찾아봤더니… 회원 가입을 하면 매달 일정 수량의 술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스타트업이 있었다. 심지어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최근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합법적으로 온라인 배송을 해줄 수 있는 것일까?


◇고객의 취향을 고객보다 더 정확히 파악해 추천 배송

퍼플독의 정기 구독 상품. /퍼플독 제공

2018년 하반기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와인 정기 배송업체 ‘퍼플독’은 지난 2월 한 달 동안만 회원이 10% 늘었다고 한다. 퍼플독은 소믈리에 자격증을 갖춘 와인 전문가들이 고객의 취향을 파악해 이에 맞는 와인을 고객에게 보내준다. 생산지, 품종, 와이너리는 물론 함께 마시면 좋은 음식과 보관법까지 상세히 적힌 카드도 동봉된다. ‘붉은 것은 레드, 투명한 것은 화이트’ 밖에 구분할줄 모르는 왕초보는 물론 늘 마시던 것 말고 새로운 와인에 도전해보고 싶은 애호가들에게도 인기다. 가격대는 월 3만9000원부터 최대 100만원까지 다양하다.

퍼플독 박재정 대표. /jobsN

퍼플독이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는 것은 결제를 ‘대면’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현행 주세법은 인터넷이나 전화로 주류를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판매라는 것을 결제 행위로 본 것이다. 회원 가입을 원하는 이들은 퍼플독 운영 매장이나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결제를 해야 한다. 이로서 판매행위는 완성이 됐다. 다만 제품을 택배로 보내주는 것일 뿐이다. 박재정 대표를 비롯해 직원 대부분은 매일유업 법무팀 출신이다. 박 대표가 법무팀장이었다. 박 대표는 “나를 비롯해 팀원들 모두 소믈리에 자격증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와인을 좋아했다”며 “점점 더 취향에 적합한 와인을 소비하고자 하는 고객이 늘 것이라 판단해 창업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규제 대상이 아닌 전통주는 온라인 판매에 제한이 없다. /술담화 제공

전통주 정기 배송업체 ‘술담화’ 전국의 전통주 양조장 900여곳의 제품 중 ‘전통주 소믈리에’가 선정한 이달의 술 2병과 간단한 안주를 배송해준다. 술은 절기나 의미에 맞춰 구성을 한다. 예컨대 3월엔 매화로 빚은 술을, 11월엔 장원 급제를 기원하는 술을 보내는 식이다. 이 업체는 결제도 배송도 모두 온라인으로 한다. 전통주가 주세법의 예외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2017년 7월 ‘전통주 육성’이란 취지로 전통주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통신판매를 허용했다. 이 업체 이재욱 대표는 “지난 2월에만 회원 수가 약 16.3% 늘었다”고 했다.


◇점차 완화되는 규제… “시장도 커질 것”

/퍼플독 제공

주류 온라인 판매는 엄격한 규제가 불가피하다. 청소년 음주 문제 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류 구독 서비스 시장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규제 해석에 따라 사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실제 2017년부터 주류 정기 구독 서비스를 해온 스타트업 ‘벨루가’는 지난해 서비스를 중단했다. 벨루가는 매달 두 번 회원들에 간단한 안주와 수제 맥주를 배송하는 서비스를 출시했었다. 주세법을 살펴보면 ‘음식점에서 전화 등을 통해 주문받아 음식에 부수하여 함께 주류를 배달하는 것은 통신 판매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치킨집에서 양념통닭 한 마리를 시키며 ‘맥주 1000㏄’를 주문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벨루가가 배송해주는 술이 ‘음식에 부수한’ 것인지 논란이 일었다. 배(음식)보다 배꼽(술)이 크다는 것이었다.


분명한 것은 주류 온라인 판매와 관련된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4월부터 스마트폰 앱 등 온라인으로 주류(酒類)를 주문한 뒤 식당·편의점 등에서 찾아갈 수 있는 방식의 주류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와 같은 방식으로 술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주류업계에선 온라인 판매에서도 성인 인증이 가능해질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할 것이고, 이에 따라 규제는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재정 대표는 “규제가 풀릴 것을 전제로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법규를 준수하며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있다”면서도 “규제가 완화된다면 그만큼 주류 정기구독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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