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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많이 읽은 척 도와주는 직업 16개 남자입니다

“책 읽은 척 하게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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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고전·명작 풀어주는 '시한책방'
작가·겸임교수·칼럼니스트··· 직업 16개
신림동 1타강사에서 북튜버로

총균쇠·사피엔스·코스모스··· 나 빼고 다 읽어본 것 같은 추천·교양도서. 읽긴 읽어야 하는데 다 읽을 엄두가 안 난다면 유튜브를 열면 된다. 어디 가서 책 꽤나 읽은 척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채널이 있다. 책을 대신 읽어주는 시한책방의 ‘읽은척책방’ 코너다.


작가이자 겸임교수, 스타강사, 방송인 등 16개 직업을 가진 시한책방 주인 이시한(48)씨. tvN ‘문제적남자’ 초창기에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10회 정도 출연했다. tvN ‘요즘책방’ 도서선정위원이기도 했다. 본업(학생들 가르치는 일)보다 부업(책에 대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으로 바쁘지만 행복하다는 그를 만나봤다.

출처유튜브 채널 '시한책방' 캡처

◇안 읽은 책 읽게 도와주는 유튜브


-읽은척책방을 시작하신 계기가 뭔가요? 


“KBS라디오 김난도 교수님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1년 출연했어요. 교수님이 유튜브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추천하셨어요. 저도 늘 선택받아야 하는 게스트 역할이 아닌 온전한 내 채널을 운영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2018년부터 시작했습니다. 


제 채널은 말 그대로 어디 가서 읽은 척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목표예요. 주로 책장엔 있지만 끝내 읽지 못한 책들. 서울대 권장 도서 같은 걸 다루는데요. 이걸 쉽게 설명해서 가려운 곳을 긁어줘요. 또 사람들이 제 영상을 보고 ‘이거 한 번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어요.” 


-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려운 걸 쉽고 짧게 소개하니까요. 사실 책 요약하는 채널이 생각보다 없고 그중 어려운 책을 설명하는 건 더욱 없어요. 제 채널은 ‘총균쇠처럼 어려운 책을 7분 안에 소개한다고’라는 호기심에 들어오는 것 같아요. 정의란 무엇인가, 사피엔스 이런 책들 다들 책장엔 꽂혀있지만 다 읽은 사람은 드물잖아요. 줄거리 요약만 하는 게 아니라 현실의 문제점이나 현상과 연결하는 통찰을 덧붙이는 점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또 전문적이고 어려운 책도 다루지만 만화책도 다뤄요. 실제 책방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의 책을 다룬다는 것도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영상이 기억에 남으시나요? 


“‘수레바퀴 아래서’를 다룬 적 있는데요.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상급학교에 진학하려는 주인공 상황을 현 한국 교육 상황과 연결했어요. 목적 없이 남들 하는 대로 대학가고 취업하려는 지금 젊은이들과 100년 전 독일 이야기가 닮아있는 거죠. 또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도 기억이 나요. 굉장히 어려워 보이는 제목이잖아요. 여기서 얘기하는 청교도 정신과 현 미국 부자들과 연결했어요. 사람들이 지적 쾌감 느끼는 지점이 이런 부분이에요. 


가장 조회 수 많이 나온 건 ‘총균쇠 외전’ 편이에요. 총균쇠 책 뒤에 일본인의 기원은 어디인가에 대한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논문이 붙어있어요. 일본 현대 일본인들의 조상인 야요인의 문화와 유전자가 대부분 한국인 것과 흡사하다는 내용입니다. 사실은 너무 바빠서 몇 페이지 안 되니 대충 때우자는 생각으로 급하게 올린 영상이었는데 조회 수 42만회가 나왔어요. 세계적 석학이 일본인들의 기원이 한국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 흥미를 끌었죠.”

출처유튜브 채널 '시한책방' 캡처

◇16개 직업엔 공통점이 있다


-직업을 굉장히 많이 가지셨는데요. 


“차례대로 떠올리면 여행 T/C(Tour Conductor), 논술 강사, 여행 칼럼니스트, 영화제홍보팀장, 영화평론가, 시나리오 작가, PSAT 강사, 로스쿨 학원장, 교육 칼럼니스트, MDEET 강사, 방송인, CEO, 경영컨설턴트, 대학교수, 작가, 유튜브 크리에이터예요. 16개지만 본질은 비슷해요. 사람들에게 필요한 어려운 정보를 잘 정리하고 분석해 알기 쉽게 전달하는 거죠. 어려운 걸 보고 혼자 이해하는 똑똑한 사람은 많지만, 중학생도 이해할 정도로 쉽게 전달하는 게 제 특징이에요.”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생 땐 여행 T/C라는 일을 했어요. 젊은 사람들이 20~30명씩 모여서 배낭여행을 갈 때 도시를 이동할 때만 같이 다니며 인솔하는 일이에요. 해외여행 정보가 많이 없던 시절이었죠.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정보를 정리해서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하는 걸 업으로 삼아왔던 것 같습니다. 


대학원 다니면서 영화 칼럼니스트, 전주영화제 홍보팀장으로 일했어요.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나선 먹고 살아야 하니 강사 일을 시작했어요. 굉장히 잘돼서 신림동 스타강사가 됐죠. 2007~2008년도였는데 연봉이 평균적으로 4억~5억 정도였고, 한 달에 1억4000만원을 번 적도 있어요. 열흘짜리 강의에 수강생 1500명이 몰렸죠. 그 무렵(2008년)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어요. 취업 정보 회사와 협력해 자료를 만들고 전국 대학들에 취업 특강을 다녔죠. 그러다 방송 출연 기회가 생겨 EBS ‘최종면접’, MBN ‘직장의 신’ 등에 출연했고요.“

출처유튜브 채널 '잡코리아TV' 캡처

-작가님은 20대 때 어떤 사람이었나요.


“노홍철 같은 사람이요. 즐겁게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대학생 때 여행T/C를 하게 된 계기도 비슷해요. 과외를 해서 번 돈으로 방학마다 일본, 호주, 유럽 여행을 다녔는데요. 제 여행 티켓을 매번 끊어주던 여행사 직원이 ‘여행 좋아하는 것 같은데 T/C 한번 해보라고 하셨죠. 며칠 뒤 바로 여행사를 찾아갔더니 그분이 깜짝 놀라시는 거예요. 사실 해보라고 말한 사람은 많았는데 찾아온 건 제가 처음이었다면서요. 


그렇게 여행 일하면서 쓴 글을 나우누리라는 곳에 연재했는데 출판사에서 책으로 내자고 연락이 왔어요. 사람들은 모두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실천에 옮기는 일은 드물어요.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뭐든 처음 시작할 땐 두렵기도, 부끄럽기도 해요. 하지만 어쨌든 첫발을 내딛어보죠.“ 


-작가님도 실패하신 경험이 있나요. 


“물론입니다. 고등학생 수시를 도와주는법인을 설립한 적 있어요. 고등학생들이 수시전형으로 대학 입학하게 하려고 콘퍼런스를 주최하는 등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었죠. 1년을 온갖 인맥을 동원해 겨우 네트워크를 짜놓았는데 당시 정부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없애고 수시를 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죠. 정부가 원하는 것과 반대 방향으로 가려니 사업이 정말 힘들어지더라고요. 결국 1년간 구축한 걸 지인에게 다 넘겨줬어요. 모든 사람이 실패를 여러 번 경험해요. 다만 실패의 이유를 본인에게 돌려서 더 작아지느냐, 실패를 발판 삼아 다음번에 더 성장할 거라 기대하느냐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후자에 해당하고요.” 


◇일단 시작해라 


-고민이 있으신가요. 


“본업과 부업 비율이 80:20이었다면 점점 80:50이 되어가고 있는 거예요. 한계를 넘어가고 있죠. 문제는 그 50을 차지하는 부업이 너무 재밌어서 줄일 수가 없다는 거예요. 저는 직업을 가질 때 항상 5년 후를 생각합니다. 5년 뒤엔 지금 본업의 효용이 줄어들 거라 생각해요. 콘텐츠를 기획하는 부업의 비중이 더 늘어나겠죠.  


주 2회 연재하는 읽은척책방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요즘 생각하는 건 고전읽기 프로젝트예요. 예를 들어 고전읽기 소모임에서 직장인들끼리 모여서 군주론을 읽어요. 이들이 궁금해하는 포인트를 모아서 100명을 상대로 강연을 하는 거예요. 그다음에 책으로 내는 거죠. 그리고 모든 과정을 유튜브로 공유를 하고 싶어요.”

출처이시한 작가./jobsN

-20~30대 청년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신다면.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최대한 많은 시도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청년들이 10번 시도를 안 하는 건 9번 떨어지는 경험이 싫어서죠. 거절당하거나 실패하면 그 일이 내 일이 아닌 거지, 내 인생이 실패하거나 내가 잘못된 게 아니거든요. 하지만 그걸 반복하다 보면 실패와 내가 동일시돼요. 그만큼 자존감이 떨어지는 시대에 청년들은 살고 있어요. 


처음부터 대단한 목표를 이룰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어딜 가든 그다음에 더 좋은 곳에 가기 위해 노력하면 돼요. 청년들은 처음부터 원하는 데 못 가면 실패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인생의 끝이 절대 아니에요.“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시한 작가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더니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앞으로 뭘 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은 없어요. 다만 지금 하고 있는 시한책방같은 프로젝트를 꾸준히 하다보면 결국엔 문화를 기획하는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글 jobsN 박새롬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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