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남녀 직업·나이 모르고 연애하는 경우 많아요

조회수 2020. 9. 21. 16: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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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살롱 크리에이터 클럽 이야기
온라인 콘텐츠에서 오프라인 살롱으로
소셜살롱 매 시즌 1.3배씩 성장
목표는 전국민 라이프스타일 만드는 툴

평일 저녁 7시 강남 테헤란로 인근 카페처럼 보이는 160여평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흉부외과 의사와 백수가 만나 죽음이 무엇인지 토론한다. 공무원과 타투이스트가 직업관에 대해 의논한다. 이곳 회원들은 매일 밤 다양한 사람들과 자신의 삶·경험·생각을 나눈다. 규칙은 간단하다.

출처: 크리에이터클럽 제공

나이, 직업을 묻지 않고 서로 ‘님’ 자를 붙여 부른다. 이곳은 ‘열정에 기름붓기’가 운영하는 ‘크리에이터클럽’. 표시형 대표가 2013년 창업한 열정에 기름붓기는 콘텐츠를 만들어 페이스북 등에 올리는 스타트업이었다.

출처: 표시형 대표 제공
표시형 열정에 기름붓기 대표

회사는 이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주무대를 옮겼다. 프랑스 파리에서 피카소·헤밍웨이·’위대한 게츠비’를 쓴 스콧 피츠제럴드가 만나 대화를 나누던 살롱을 한국에도 만들겠다는 포부다. 강남 테헤란로 크리에이터클럽 작업실에서 표시형 대표를 만났다.


-열정에 기름붓기를 소개해주세요.


“콘텐츠를 만들던 스타트업입니다. 우리세대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려보자는 마음이었죠. 제 전공이 광고홍보학이거든요. PT를 할때 처럼 이미지를 넘겨가면서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2030세대가 공감할만한 동기부여 콘텐츠를 페이스북에 올렸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했나요.


“친구가 편하게 조언해주는 느낌의 콘텐츠를 만들었죠. 책 내용을 요약해 알기 쉽게 그림 혹은 카드 형태로 만들었어요. 흔히 카드 뉴스라고 불리는 콘텐츠입니다. 콘텐츠 만들려고 제가 직접 책을 읽다 보니 변하는 게 느껴졌어요. 사고력이 자라고 전과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20, 30대에게 책을 권하는 콘텐츠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당시 출판사들은 서점 안에서 홍보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아예 책을 안 읽는 사람도 많은데 그분들에게 효과적으로 홍보를 못 하고 있는 상황이었죠. 저희 콘텐츠에서 추천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출판사가 일주일에 50~100권씩 책을 보냈습니다. 출판사에서 써 달라고 막 보낸 거죠. 그렇게 유명세를 얻어 정부기관, 대기업 요청을 받고 콘텐츠를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공익성 콘텐츠를 만들거나 사회공헌 사업도 같이 했습니다.”


- 그러다 크리에이터클럽을 만든 계기는 뭔가요.


“책 콘텐츠를 만들면서 망원동에서 무인서점도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콘텐츠 구독자들이 하나 둘 씩 서점에 모이기 시작했어요. 오라고 한 적도 없는데 그냥 자기들이 와서 책 읽고 이야기하다 편지 써 놓고 가고. 커피 머신도 있었는데 뒷사람 마시라고 자기가 돈을 미리 넣어놓고 그러더라고요. 모여서 이야기 한 번 하자 했죠. 처음에 10명 정도 모여 자기 꿈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이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면서 집에 안 가더라고요. 어디 가서 꿈이 뭔지, 나답게 사는 게 뭔지 이야기 나눌 때가 없잖아요. 2017년 11월 10명이서 시작했습니다. 금세 100명으로 늘었어요.

출처: 크리에티러클럽 제공
크리에이터 클럽 모임 중인 회원들.

장소가 부족해 아예 마포구 망원동에 3층짜리 단독주택을 빌렸습니다. 본격적으로 크리에이터 클럽을 시작했죠. 대한민국에서 소셜샬롱을 처음으로 시작한 겁니다. 이 모임에 참석하려고 부산에서 오시는 분도 있었죠.”


-소셜살롱이 뭔가요.


“낯선 사람들과 비일상적이면서 생산적인 대화를 자유롭고 편하게 나누는 장소에요. 프랑스 파리에서 피카소·헤밍웨이·’위대한 게츠비’를 쓴 스콧 피츠제럴드가 만나 대화를 나누던 ‘스타인 살롱’이 유명하잖아요. 마네·모네·세잔·르누아르 같은 사람들도 카페에 모여서 자기 라이프스타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당시 주류 예술계에 대항해 인상파를 만들었고요. 18세기 프랑스에서 살롱은 신분·직업·성별·재산·나이·국적을 따지지 않고 사랑·시·음악·시사 이슈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던 장소입니다. 우리식 살롱을 만든 거예요. 크리에이터클럽이라고 이름 붙였고요. 망원동 공간이 좁아서 160평 규모로 강남에도 모임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작업실’이라고 이름 붙었어요.”


-소셜살롱은 어떻게 운영하나요.


“저흰 크클이라고 부르는데, 크클 회원들은 10개 테마 중 하나를 택해 한 시즌(3개월) 동안 2주에 한 번 모여 정기모임을 합니다. 예를 들어 ‘작은 철학’은 사랑·성공·실패·질투 등에 대한 자기만의 철학을 이야기합니다.

출처: 크리에이터 클럽 홈페이지 캡처
크리에이터 클럽 정기모임 테마들.

‘낯선 생각’ 테마에서는 뜨거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서로 비난은 하지 않는 선에서 토론합니다. 자서전을 쓰기도 하고 일자리와 직업에 대해 분석하기도 합니다. 다른 활동 모임에 놀러 갈 수도 있습니다. 주로 대화하고 서로가 쓴 글을 공유하는 활동이에요. 3개월 회비는 22만5000원 입니다.


정기모임과 별도로 크클 앱을 통해 추가적인 모임도 할 수 있습니다. '더모임'이라고 저희 회원들이 소믈리에·디제잉·꽃 그리기같이 각자 재능을 발휘해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해요. ‘크클링’이라고 앱을 통해 모르는 사람끼리 선물하기, 불금에 같이 기부하러 가기 같은 주제로 즉흥 모임을 꾸리기도 합니다.


-참여한 회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한 시즌이 3개월인데 재등록률이 40%정도 입니다. 매 시즌1.3배정도 성장해서 이번 시즌에는 2300여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크클로 일주일을 다 채우시는, 취미가 크클인 분들도 많아요. 

출처: 크레에이터클럽 제공
'더모임'활동 중인 크리에이터 클럽 회원들.

여기선 교통사고 수준으로 가치관이 부딪치고 변하거든요. 백수와 흉부외과 의사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공무원이 타투이스트와 직업관에 관해 토론하고요. 여기서 만나서 같이 창업한 분들도 있습니다. 회사를 떠나거나 새로운 선택을 하는 분도 많습니다. 크클에서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분들도 많아요. 웃긴 건 모임에서 나이와 직업을 공개 안 하다 보니 서로 연애를 하는 사이인데도 직업과 나이를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 주목하는 이유는 뭔가요.


“삶이 달라지는 경험을 같이하고 싶어요. 콘텐츠를 만들 때는 교조적으로 될 수밖에 없었어요. 계속 뭘 배우라고. 배우긴 뭘 배워요. 우린 너무 많이 배워서 문제에요. 각자 생각을 정리하고 삶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하면 충분해요. 제가 열정에 기름붓기에서 콘텐츠를 만들면서 경험했거든요.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꿈꾸며 살아가도록 변할 수 있어요.각자 주체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하는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자기는 꿈도 없고 열정도 없다는 사람도 알고 보면 다 할 말이 있더라구요. 해 본 적도 없고 그럴만한 장소도 없고, 주변에 그런 사람도 없어서 그런 거죠. 주변에 어떤 사람과 만나느냐가 정말 중요하잖아요. 각자 꿈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인데 멋있는 분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최근에 취미활동이나 모임을 주선하는 서비스가 많이 생기지 않았나요.


“저희랑 다르다고 봐요. 저희는 가르치지 않습니다. 원데이 클래스 개념이 아니에요. ‘나답게 살자’는 이야기를 할 만한 곳이 별로 없잖아요. 매일 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삶·경험·생각을 공유하는 공간이 크클입니다. 

출처: 크리에이터클럽 제공
크리에이터클럽 모임 중인 회원들.

돈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사회 보편적 기준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아요. 그런 생각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과 연결해주는 장소는 찾기 어렵죠. 저흰 그걸 합니다. 그러다 보니 고작 6번 만난 사람끼리 가족보다 더 가까워지기도 해요.


10명이 시작해서 2년 사이에 1400명으로 늘었어요. 3년 누적 회원이 9386명입니다. 저희 모델을 베끼기도 어렵지만, 베껴도 좋습니다. 저희 가치가 사회로 퍼져 나가는 거니까요. 독특한 플랫폼이죠. ”


-앞으로 목표는 뭔가요.


“이미지를 다룰 땐 포토샵을 쓰잖아요. 저희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툴이 되고 싶어요. 크클을 자기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할 때 꼭 써야 하는 서비스로 만들고 싶어요. 저희 모토 중 하나는 ‘소비하는 사람에서 생산하는 사람으로’예요.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을 소비하고 있잖아요. 옷도 연예인 따라 입고. 크클을 통해 우리답게 사는 방식을 찾고 만들어가는 거죠.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찾도록요. 

출처: 크리에티러클럽 제공
크리에이터 클럽 모임 중인 회원들.

우리 같은 방식으로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희가 콘텐츠에 집중할 땐 10명이 연 매출 6억원을 벌었어요. 지금은 연 매출이 25억원 정도 됩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내가 이정도 밖에 성과를 못 내나 싶을 정도로 훌륭한 팀원도 14명이나 있습니다. 더 뽑아야 하고요. 많은 사람이 이 플랫폼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매일매일 생산적이고 즐거운 일이 벌어지는 공간을 만들 겁니다.”


글 jobsN 정세진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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