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000만원대 '사장님'..그들은 프로 선수

조회수 2020. 9. 21. 16: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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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선수 억대 연봉? 최저임금 못 받는 사람도 수두룩..
중소기업 신입보다 적게 받는 선수들도
야구선수 20%는 연봉 2700만원
상위 1%가 전체 55% 소득 가져가
출처: SBS '스토브리그' 캡처

2월17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KBO리그 소속 선수 등록 및 연봉 현황을 발표했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38) 선수가 연봉 25억원으로 4년 연속 연봉 1위. 2위는 23억원에 계약한 KIA 타이거즈 양현종(32) 선수다. 스타 선수들의 연봉은 많은 이들의 관심사다. 하지만 빛나는 스타 선수들 뒤엔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뛰는 선수도 많다.

출처: 조선DB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운동선수는 모두 억대 연봉?


2019년 기준 프로야구 선수 중 27%가 3000만원 미만 연봉을 받았다. 전체 등록 선수 556명 중 150명이다. 이중 신인 55명 포함한 113명은 최저연봉 2700만원을 받았다. 최저연봉자는 전체의 약 20%다. 프로야구 선수 절반이 넘는 290명이 연봉 5000만원 이하를 받았다. 그나마 2021년부턴 최저연봉이 3000만원으로 오른다. 2014년 이후 처음이다. 


프로 구단의 최저연봉은 흔히 듣는 최저시급을 바탕으로 한 최저연봉과는 다르다. 프로 선수들은 모두 사장이다. 쉽게 말해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다. 구단과 선수의 계약은 업자와 업자의 계약이다. 근로기준법은 프로 선수들을 보호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구단이 4대보험을 대신 내주지 않는다. 주 40시간 근무도 프로들과는 인연이 없다. 


물론 프로 야구 선수들은 대체로 고소득자다. 평균 연봉이 1억5065만원이고, 억대 연봉자는 156명이다. 

출처: 조선DB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선수.

다른 종목은 어떨까. 프로농구 올 시즌(2019-2020) 선수 평균 연봉은 1억4792만4974원, 최저연봉은 3500만원이다. 등록선수 155명 중 최저연봉자는 12명(7%)이다. 프로 축구나 배구는 최저연봉자 비율과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프로배구의 경우 올 시즌(2019-2020) 평균 연봉은 1억5160원, 최저연봉이 4000만원이다. 2019년 프로축구 최저연봉은 2000만원. 선수 1인당 평균 연봉은 1부리그 기준 1억9911만4000원이다. 국내 축구선수 중 최고연봉자 김진수(28·전북 현대) 선수는 14억3500만원을 받았다. 

출처: 전북현대모터스 공식홈페이지
전북현대모터스 김진수 선수.

운동선수는 빈부격차가 큰 직업 중 하나다. 소득 상위 1% 선수가 전체 선수 소득의 절반가량을 벌어들인다. 2017년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55%인 2605억원을 가져갔다. 2019년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소득 상위 1%가 전체 부의 30%를 가져간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두드러진 분야가 체육계다. 


◇못 벌어도 회사원보다는 많이 번다?


작년 8월 기준 대기업 신입사원 평균연봉은 4086만원. 중견기업 3377만원, 중소기업 2769만원(잡코리아 조사결과)이었다. 프로 스포츠 4대 종목(야구·축구·농구·배구)의 최저연봉은 대기업 신입사원 평균보다 낮다. 크게는 2086만원, 작게는 86만원 차이 난다. 최저연봉을 받는 신인 야구선수와 축구선수는 중견기업 신입사원(3377만원)보다 못 번다. 이들 중엔 중소기업 연봉(2747만원)보다 적게 받는 선수들도 있다. 


작년 최저임금 8350원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2100만원이다. 작년 기준 프로축구 최저연봉 선수들은 최저임금보다 약 100만원 적은 돈을 연봉으로 받은 셈이다. 또 근로자의 경우 의료보험비 등 이른바 4대보험을 회사에서 부담한다. 그러나 자영업자인 운동선수들은 이런 비용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올해는 프로축구 최저연봉이 2400만원으로 올라 근로자 기준 최저시급보다는 높아졌다. 


2019년 기준 4대리그 프로선수들의 평균 최저연봉은 3050만원. 대졸 신입사원 평균(대기업 ·중견기업·중소기업)연봉은 3233만원(인크루트·알바콜 조사결과)이었다. 


원래부터 프로선수들 연봉이 일반 회사원보다 낮진 않았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선수들 최저연봉은 600만원으로, 당시 대졸 신입사원 초봉보다 2~3배 많았다. 하지만 이후 10년간 최저연봉 인상이 없었다. 프로농구는 출범 당시엔 최고 연봉과 최저 연봉 차이가 3.5배였으나 지금은 36.5배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스타 선수들 연봉은 꾸준히 치솟는 동안 최저연봉은 제자리걸음이었던 셈이다.

출처: 정승원 인스타그램 캡처
대구FC 정승원(24) 선수.

◇더 열악한 미국 마이너리그 신인들 


2020년 프로야구 평균 연봉이 작년보다 감소했다. 외국인 선수와 신인을 제외한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억4448만원이다. 지난해 평균 연봉 1억5065만원보다 4.1% 줄었다. 

2월 15일 미국프로야구는 마이너리거 최저연봉을 대폭 올릴 것이라 발표했다. 2021년부터 마이너리거 최저연봉을 지금보다 38~72% 올릴 예정이다. 마이너리거 평균연봉은 2015년 기준 7500달러(약850만원)였다. 메이저리그 선수들 작년 평균연봉은 405만1490달러(약47억원), 최저연봉은 56만3500달러(약6억7000만원)였다. 


미국 마이너리그의 신인(루키)급 선수들 상황은 더 열악하다. 이들의 주급은 290달러에서 올해 400달러로 오른다. 루키보다 한 단계 높은 A급 선수의 주급은 290달러에서 500달러로 오른다. AA급 선수 주급은 350달러에서 600달러로, AAA급 선수들은 약 200달러 오른 700달러를 받는다.

출처: JTBC '이방인' 캡처

◇적게 벌수록 일찍 은퇴해 


게다가 버는 돈이 적은 선수들이 오히려 먼저 은퇴한다. 프로야구선수들은 보통 30대 중반에 은퇴하지만 20대에 은퇴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2015~2017년 3년간 은퇴한 운동선수의 80% 이상이 20대였다. 대부분의 저연봉 선수는 은퇴 후 벌어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할 만한 여력이 없다. 은퇴 후 생계 문제도 심각하다. 어린 나이부터 운동을 시작해 공부를 못한 탓에 은퇴 후 일반 회사에 취업하기 쉽지 않다. 선수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는 코치, 감독 등 자리는 극소수다.


게다가 운동선수들이 생각하는 적정임금 수준도 일반인보다 높은 편이다. 작년 서울시체육회가 조사한 결과 운동선수들은 은퇴 후 연봉 3900만~4200만원이 적정하다고 생각했다. 5500만원을 받으면 무조건 취업하겠다고 답했다. 선수 출신들이 취업을 원하지 않는 수준은 3200만원은 일반 청년들이 ‘무조건 취업하겠다’고 답한 금액이다. 일반 사회초년생들이 2300만~2700만원을 적정한 임금이라 보고, 취업을 원하지 않는 수준은 2200만원이라고 답한 것도 비교되는 결과다. 

출처: SBS '스토브리그' 캡처

◇임금 격차는 프로스포츠 생태계? 


팀 내 임금 격차가 크면 선수들 의욕이 떨어지고 협력이 잘 안 돼 팀 성적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응집성 이론(cohesiveness theory)’도 있다. 임금 격차가 줄어들면 팀의 협동성이 높아져 효과적인 팀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최정우와 김기민, 2011)가 이를 뒷받침한다. 메이저리그 구단 팀 내 임금 격차와 팀 성과의 관계를 다룬 연구도 많은데, 모두 팀 성과는 팀 내 임금 격차 크기와 부(-)의 관계를 갖는다는 결론을 냈다. 말하자면 팀 내 연봉 차이가 작어야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이다. 

출처: SBS '스토브리그' 캡처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구단 입장에선 정해진 연봉총액 안에서만 인건비를 지출할 수 있다. 특정 선수 몇몇이 많이 가져갈수록 나머지 선수들의 몫은 줄어드는 제로섬 구조다. K리그 홍보팀 관계자는 “운동선수들은 성과가 연봉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개인이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연봉이 뛰는 게 프로스포츠 생태계”라고 말했다. 결국 같은 팀 누군가가 특출한 성적을 내 연봉이 치솟으면 다른 사람들 연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흔히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고 한다. 프로 세계의 실제 온도는 생각보다 더 차다. 


글 jobsN 박새롬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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