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안가도 되는데 자진입대한 청년, 26억 '찍었다'

조회수 2020. 2. 27. 08:37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3시간 걸리는 와인 디캔팅 1초로 줄이니 4년 연속 아마존 판매 1위
와인 액세서리 브랜드 '빈토리오' 민병은 대표
아마존 읽는 방법 터득하고 아이템 선정
누적 판매량 100만개 이상, 2019년 매출 26억

온도, 디캔팅, 페어링 음식, 스월링…


와인을 맛있게 먹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중 디켄팅은 침전물이 있는 와인을 디캔터(Decanter)에 옮겨 침전물을 걸러내는 것이다. 이때 디켄터로 흘러 들어간 와인은 산소와 닿으면서 풍미가 살아난다. 이를 에어레이션(Aeration)이라고 한다. 보통 30분에서 3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대부분 생략한다. 이 과정을 1초로 단축해 와인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게 만든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와인 액세서리 브랜드 '빈토리오(Vintorio)'다.


빈토리오는 와인 에어레이션을 돕는 에어레이터부터 디캔터, 오프너 등을 만드는 곳이다. 주력 제품은 아마존에서 와인 에어레이터 부문 4년 연속 1위인 '빈토리오 와인에어레이터'다. 민병은(33) 대표와 6명의 직원이 함께 이끌고 있다. 그는 와인을 즐기기 위해서 마시는 술이라고 말한다. "와인을 즐기는 방법, 그리고 이를 통해 느끼는 여유와 즐거움을 전하고 싶어 빈토리오를 만들었다"는 민병은 대표를 만났다.

출처: jobsN
민병은 대표

◇와인의 즐거움을 알리고 싶은 회사


-빈토리오는 어떤 회사인가요.


"Life is too short to drink bad wine. 나쁜 와인을 마시기에 인생은 짧다는 의미입니다. 와인을 더 맛있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곳이에요. 와인은 어려운 술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우리 제품을 통해서 그렇지 않다는 걸 알리고 있습니다. 와인 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을 위한 오프너, 최대 3시간까지 걸리는 에어레이션이 귀찮은 사람을 위한 에어레이터 등을 만듭니다."


-주력 제품인 와인에어레이터는 원리로 작동하나요.


"와인과 산소가 만나게 하는 과정을 에어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와인을 마시기 전, 잔을 돌리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디캔터에 와인을 담는 전통방식은 번거롭고 30분~3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이를 확 줄여 와인을 잔에 따르는 동시에 에어레이션이 일어나도록 돕는 것이 에어레이터입니다. 액체를 따를 때 새지 않게 하는 푸어러(pourer)처럼 생겼어요.


3가지 에어레이션 공법이 에어 튜브, 원형 플레이트, 본체를 거치면서 차례로 발생하게 했습니다. 에어레이터 중간에 구멍이 뚫려 있어 와인을 따르는 순간 공기가 들어가는데, 이때 처음으로 산소가 에어 튜브를 통해 와인에 직접 들어가요. 와인이 본체로 들어오면 원형 플레이트에서 두 번째로 산소와 만납니다. 마지막으로 본체를 거치면서 베르누이 효과(단면적이 작은 곳을 지날 때 흐름이 빨라져 공기가 빨려 들어가서 와인과 산소가 섞여 내려오는 것)가 납니다. 이 방법으로 미국에서 특허도 받았습니다."

◇직장 다니면서 사업 구상


민병은 대표는 부모님 사업 때문에 홍콩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대학까지 마쳤다. 이후 한국에 들어와 공군통역장교로 입대했다. "당시 군사 2, 3급 기밀을 다뤄 핸드폰도 없이 일했어요. 쉬는 시간에 핸드폰 대신 책을 가까이 하다 보니 수백권을 읽을 수 있었죠. 다양한 읽을거리를 접하면서 사업의 꿈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바로 사업을 하진 않았습니다. 전역 후에는 삼성중공업 해외 영업 사업부에 입사했어요. 장기적으로 그리고 전략적으로 봤을 때 나중에 기회가 많이 생길 것 같아 삼성을 택했습니다."


-처음 도전한 분야는 무엇인가요.


"앱이었어요. 애플 스토어 랭킹을 살펴보면 어떤 앱이 돈을 제일 잘 벌고, 인기가 있는지 보입니다. 그중 게임이 눈에 띄었어요. 코딩할 줄 몰라 인터넷에서 소스코드를 다운받아서 유럽에 있는 프리랜서 개발자에게 의뢰했습니다. 틀은 비슷하지만 제가 원하는 그래픽과 디자인으로 만드는 것이죠. 출시하고 시장의 흐름을 보니 앱은 마케팅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돈은 벌었지만 저와 맞지 않는 것 같아 그만뒀습니다."


-그다음엔 무엇을 했나요.


"회사에 다니면서 제게 맞는 사업을 찾았어요.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제품과 시장 흐름을 파악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팔면 성공 확률이 높을 것 같았습니다. 차트처럼 베스트 셀러 랭킹을 보여주는 아마존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은 물론 소비자 피드백도 볼 수 있죠. 매일 아마존에 접속해 구조, 흐름, 인기 제품, 제품 사진 및 소개 글 등을 살펴봤어요. 몇 개월 동안 보다가 와인에어레이터를 발견했습니다.”

출처: 민병은 대표 제공
공군 장교 임관 모습(좌), 삼성 중공업 재직 시절(우)

◇아마존에서 찾은 두 번째 아이템


워낙 주류를 좋아하기도 하고 기존 제품을 조금만 보완하면 잘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부터 와인 에어레이터 공부를 시작했다. “상위 랭킹에 있는 제품을 다 사서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마케팅은 어떻게 하는지 등 시장 조사를 했습니다. 원리는 금방 파악할 수 있었고 다음엔 소비자 반응을 살펴봤어요. 어떤 부분이 불편한지 알아보고 그 부분을 보완해서 직접 설계를 했습니다. 400만원으로 공장도 직접 알아보고 시제품이 나오기까지 7~8개월 정도 걸렸죠.”


-출시 후 시장 반응은 어땠나요?


“제품은 9페이지에 가야 볼 수 있었고 하루에 1~2개 팔리는 것조차 신기했습니다. 마케팅 작업을 시작했어요. 아마존을 잘 이해한다면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돈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소개 문구를 바꾸는 거예요. 회사는 ‘아마존 1위’ 처럼 제품을 잘났다고 소개를 합니다. 그러나 소비자 중심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에어레이터를 통해 당신의 와인을 더 맛있게 만들어줍니다’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보여줘야 해요. 미묘하지만 큰 차이입니다.”


-언제 본격적으로 빈토리오를 시작했나요.


“2015년 3월에 첫 판매를 했고 같은 해 5월 퇴사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새벽 4시부터 오전 8시까지 사업준비를 하고 출근했어요. 퇴근 후에도 에어레이터에만 매달렸습니다. 판매율이 늘면서 1년 정도는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퇴사해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2016년부터는 직원도 뽑았습니다.”

출처: 민병은 대표 제공
빈토리오 직원과 함께(좌), 스타트업 토크콘서트에서의 민병은 대표(우)

◇출시 3개월 만에 1위, 4년째 정상 지켜


빈토리오는 출시 3개월 만에 와인 에어레이터 부문 1위를 했다. 4년째 정상을 지키고 있다. 지금까지 100만개 이상을 팔았고 미국, 유럽 등을 포함한 10여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2019년 기준 매출은 26억원이라고 한다. 지금은 소비자가 알아주는 제품이지만 힘든 일도 많았다.


“6개월도 안 돼서 복제품이 많이 생겼어요. 제품은 물론 설명, 사진 등을 다 카피해서 더욱 저렴한 가격에 팔더군요. 처음엔 일일이 대응했어요. 소용없는 행동이었다는 걸 늦게 깨달았죠. 소비자의 눈은 굉장히 높습니다. 그동안 탄탄한 제품력으로 신뢰를 쌓은 곳이 어딘지 분명히 압니다. 그냥 카피 제품과 오리지널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카피 제품 신경 쓸 시간과 금액을 내 제품, 사업에 투자하는 게 훨씬 이득입니다.”

출처: 빈토리오 제공
와인 에어레이터를 이용해 와인을 따르면 공기 방울이 생긴다고 한다. 빈토리오가 받은 특허증과 상표등록증

소비자 의견에 귀를 기울여서 제품을 개선하기도 했다. 에어 튜브가 처음엔 견고한 재질이었다. 그러다 보니 병에서 잘못 뽑으면 부러지기도 한다는 리뷰를 읽고 잘 구부러지게 만들었다. 또 한국인 고객은 에어레이터를 들고 다니면서 음식점에서 썼더니 친구들이 좋아했다는 의견을 남겼다.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고 싶어 플라스틱 케이스에 넣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빈토리오의 목표는 세계 1위다. “사실 1위보다는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한국에 와인 문화를 퍼뜨리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일단 칼을 뽑았으니 네이버 1위, 아마존 1위에 이어 세계 1위 브랜드도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회사가 해외로 진출하도록 돕는 실크로드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한국 회사 중에 해외에서도 잘 될 곳이 많아요. 그분들께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지금 와디즈와 아마존에 대한 강의도 준비 중이에요. 유튜브나 다른 강의를 보면 허술하게 가르치는 곳들이 많더라고요. 다른 사람의 생계가 달린 일인데 그렇게 가르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준비하고 있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