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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전단 붙이던 KAIST 청년의 반전

조회수 2020. 9. 21. 17: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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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말고 나나 좀 가르쳐 달라"에 번쩍, 월 매출 1억 찍어요
카이스트 출신 이범규(31) 고래코딩 대표
개발자, 밴처투자 거쳐 코딩 비전공 일반인 교육
영어처럼 코딩이 제2 언어되는 ‘코딩사회’ 대비

카이스트(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학생이었다. 재학 중 병역특례로 3년간 게임 회사와 배달의민족에서 개발자로 대체 복무했다. 2016년 졸업 후 입사한 곳은 벤처캐피털 본엔젤스다. 투자할 회사를 발굴하고 분석하는 투자심사역으로 일했다. 한국과 동남아 시장을 맡아 20여개 회사에 투자했다.


2년 반 동안 승승장구한 그는 2019년 3월 회사를 나와 창업가의 길을 선택했다. 비 개발자 성인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을 하는 스타트업 고래코딩을 세웠다. 작년 4월 서비스를 시작해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누적 수강생 400명, 월 매출 1억원을 달성했다. 이범규(31) 고래코딩 대표의 창업 스토리를 들어봤다.

출처: 스파르타코딩클럽 제공
이범규(31) 대표.

-왜 하필 코딩 교육이었나.


“개발자로 일할 때부터 코딩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나는 코딩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대체복무 때 개발자로 일했지만, 일하면서 배운 게 더 많다. 그래서 초등학교 3~5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을 해보려 했다. 내가 선생님을 교육하고, 선생님이 과외 형식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사업을 하려 했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 가서 전단도 붙였다. 그런데 연락이 거의 오지 않았다. 만일 카이스트 졸업 이력을 내세우면서 수학이나 과학 과외를 한다고 했으면 더 많이 연락이 왔을 텐데, 예상보다 너무 반응이 없었다. 


여러 학부모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초등학교 고학년은 대학 진학에 필요한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시기다. 코딩 교육에 쓸 시간도 없고, 수능에 들어가지 않는 코딩 교육에 큰 관심을 보일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방과후교육으로 배우는 코딩 과정을 수료하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할 줄 알았다. 그보다 더 수준 높은 교육을 하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상황이었다. 그래서 성인 대상 코딩교육으로 바꿨다. ‘애들 가르치지 말고 나나 좀 가르쳐 달라’는 동료들의 말도 참고했다.”


-유튜브나 학원 등 코딩을 배울 수 있는 곳은 많은데.


“본인을 위한 교육이 없다고 하더라. 온라인에서 배우면 혼자 힘으로 학습하기 힘들다. 질문할 사람도 없지 않나. 또 끈기를 갖고 수강을 마치기도 어렵다. 20~30명씩 모여 수업하는 직무교육도 수강생 밀착형 강의를 할 수 없다. 짧은 기간에 선수로 키워내는 부트 캠프(boot camp)도 안 맞았다. 그래서 쉽고 트렌디하게 코딩을 배울 방법을 고민했다. 코딩계의 ‘다이어트 복싱 클럽’을 만들었다. 자세 좀 틀렸다고 윽박지르거나 1년 동안 줄넘기만 시키는 게 아니라, 신나고 빠르게 핵심을 파고드는 실용주의 교육 방식을 도입했다.”

출처: 스파르타코딩클럽 제공
수강생이 코딩 수업을 듣고 있다.

-교육 과정을 소개해달라.


“8주 프로그램이다. 첫 5주는 웹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이론을 교육한다. HTML·자바스크립트·파이썬 등 프로세스의 처음부터 끝까지 배운다. 나머지 3주는 실습이다. 쉽게 말해 ‘삽질의 시간’이다. 아무리 이론에 빠삭해도 직접 고생해야 배운다. 실습 기간에 본인이 기획한 서비스를 만들고 론칭한다. 한 펀드매니저 수강생은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자료를 활용해 특정 펀드를 클릭하면 운용역의 이력과 수익률이 나오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수강생의 배경이 다양해 개발자가 떠올리기 어려운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 


-그렇게 8주를 배우면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나.


“코딩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다고 하자. 8주 뒤에는 간단한 웹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기자 수강생이라면 본인에게 기삿거리를 제보할 수 있는 웹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내가 보고 싶은 기사만 모아 보는 챗봇도 만들 수 있다. 여전히 코딩은 천재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편견이나 두려움이 있다. 20년 전에는 그 말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8주만 열심히 하면 간단한 웹사이트 정도는 만들 수 있다.”


-중도 포기하는 사람은 없나.


“2020년 1~2월 6기 수강생이 152명이다. 그중 2월11일 기준 7명이 환불했다. 7명 중 5명은 전근·임신과 같은 사유로 수강을 취소했다. 중도탈락률이 거의 없는 셈이다. 수강생을 위해 같은 교육 과정이라도 실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비슷한 속도로 배울 수 있게 반을 나눈다. 또 스터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출처: 스파르타코딩클럽 제공
튜터 단체사진.

-어떤 사람이 주로 수강하나.


“많은 수강생이 영업사원이나 외국 세일즈 담당 등 코딩과 관련 없는 분야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다. 본업과 관련이 없어도 코딩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영어 공부와 비슷하다. 당장 영어를 잘한다고 외국인과 소통할 일이 많은 건 아니다. 그래도 영어 실력이 있으면 일을 할 때든 여행을 갈 때든 유용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누적 수강생 400명 가운데 3분의 2가 직장인, 나머지는 학생이다. 직장인 가운데 기획자·디자이너 등 유관 직종 종사자가 40%다. 나머지 60%는 비유관직종이다. 세상의 모든 직업군이 있다고 봐도 될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


-교육은 누가 하나.


“현업 개발자인 튜터 1명이 수강생 8명을 가르친다. 그래서 152명인 6기는 반이 19개다. 튜터 풀에 등록된 사람은 50명 정도다. ‘개발자스럽지 않은’ 친근한 개발자를 시간제 튜터로 뽑는다. 수업이 평일 저녁 이후나 주말에 열려 튜터도 직장을 다니면서 활동한다. 지금까지 튜터 면접을 200명가량 봤다. 그중 50명을 뽑았다. 지원자가 다니는 회사에 직접 찾아가 카페에서 면접을 봤다. 얼마나 친절한지, 설명은 잘하는지 본다. 수강생을 잘 보듬어줄 수 있을 것 같은 분 위주로 모시고 있다. 그래서 수업 분위기도 좋다.”

출처: 스파르타코딩클럽 제공

-수강료는.


“8주 수업에 70만원 중반대다.”


-스파르타코딩클럽만의 경쟁력은.


“코딩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일반인을 위한 코딩 교육을 고민한 사람은 없었다. 이미 수요가 증명된 개발자 대상 교육 시장은 내가 들어갈 필요가 없다. 그래서 99%에게 필요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경쟁력이라 본다. 그 고민의 결과로 튜터 1명이 8명을 가르치는 소수 정예 반을 꾸렸다. 어떻게 하면 수강생이 더 쉽게 배울 수 있을까 끊임없이 생각한다. 왕초보 교육에 관한 진정성을 차별화 지점으로 본다.”


-매출은 얼마나 나오나.


“한 기수당 매출이 1억원가량 나온다. 7기 정원은 256명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월 매출이 1억9000만원으로 오른다. 나 포함 3명이 회사를 키웠다. 최근 2명을 더 뽑아 직원은 5명이다.”


-퇴사를 후회한 적은 없나.


“수입은 훨씬 줄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물론 비 오는 날 전단을 붙일 때는 힘들었다. 돌아보면 방향을 가늠하지 못할 때 두려움이 찾아오는 것 같다. 전단을 붙이는데 연락은 안 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냥 나오지 말걸’ 하고 잠깐 생각도 했다. 그런데도 세 명이 월 매출 1억원 서비스로 키웠다. 지금껏 생활비를 충당할 수준의 월급만 받았다. 번 돈을 배불리 먹는 데 쓰기보다는 미래를 위해 비축해두자고 서로 합의했다.”

“애들 말고 나나 좀 가르쳐 달라”에 번쩍, 월 매출 1억 찍어요

-코딩 교육이 왜 필요하고, 활용 가능한 분야는 어딘가.


“코딩할 줄 아는 사람이 전문적으로 배우는 것보다, 아예 코딩을 모르는 사람이 조금 배우는 게 훨씬 효과가 크다고 본다. 매일 코딩하지 않아도, 코딩할 줄 알면 삶의 범위 자체가 달라진다.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손쉽게 할 수 있다. 수작업으로 했던 일도 자동화할 수 있다. 또 뉴스에서 나오는 IT 관련 소식에 관한 이해도도 높아진다.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계획은.


“왕초보 수강생 대상 코딩 교육에 집중할 생각이다. 오프라인 교육만 하고 있는데, 곧 수업 시간대가 맞지 않는 사람이나 지방 거주자를 위해 온라인 교육 시장에도 진출하려 한다. 그래서 요즘은 왕초보 수강생을 위한 진정성 있는 온라인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영어처럼 코딩도 모두가 할 줄 아는 제2의 언어가 될 거로 본다. 그때 우리가 한국이 코딩 사회로 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보람차고 뿌듯할 것 같다. 코딩은 정말로 어렵지 않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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