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우, 랍스타..4000원으로 이런 밥이 가능합니다

조회수 2020. 9. 21. 17: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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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당 4000원도 안 되는 급식비 갖고 랍스터, 한우 먹이는 이 사람
세경고등학교 김민지 영양사
아이들 미소에 7시 20분 출근, 저녁 8시 퇴근
발품팔아 랍스터, 폭립, 캐비어…명품 급식 제공
급식 만족도 90점 이상, 교육부 장관 표창도

‘랍스터 숯불 파스타, 데리닭다리, 옥수수 수프, 김치밥까스 샐러드, 쉬폰 초코케이크, 수제 딸기 우유'


호텔 레스토랑 메뉴가 아닌 경기도 파주시 세경고등학교 급식 메뉴다. 이 밖에도 ‘1++ 한우 불고기’, ‘활전복 구이' 등 고급스러운 식재료, 학생들이 선호하는 메뉴 덕분에 '호텔 급식', '명품 급식'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SNS로 메뉴를 접한 누리꾼들은 '재입학 가능한가요?', '이 정도면 아파도 조퇴 안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국에서 입소문을 탄 급식을 만드는 사람은 바로 세경고등학교 김민지(31) 영양사다. 그는 조리사 1명, 조리실 직원 8명과 함께 세경고등학교, 파주중학교 급식을 책임지고 있다. 아이들이 급식을 맛있게 먹는 개학이 기다려진다는 김민지 영양사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김민지 영양사

◇처음엔 발주 누락하는 실수도


김민지 영양사는 졸업한 지 7개월 만인 2013년 10월부터 세경고등학교와 파주중학교 영양사로 일했다. 지금은 아이들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떻게 식단을 짜야 하는지 꿰고 있는 8년 차 영양사지만 당시는 도움을 주기보다 받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식단 작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어요. 점심에 두부찌개가 나갔는데 저녁에 또 두부조림을 만들었어요. 실수도 많았죠. 고추장 불고기가 나가야 하는데 고추장을 안 시켰어요. 당시 경력이 많은 조리사님께서 냉장고에 있는 재료와 토마토소스를 이용한 피자 양념으로 만들자고 하셨어요. 그렇게 피자 불고기가 탄생했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이 좋아해서 잔반도 안 남았고 지금까지도 메뉴로 만들고 있어요.


모르는 건 영양사 선생님, 학교 동기, 선·후배한테 물어보고 배우면서 1년 차 때 식단 작성에 익숙해졌고 다음 해에는 현장에서 많이 배웠어요. 기구 사용법, 조리 기구 동선을 익혀 조리 과정에서 메뉴가 꼬이지 않게 했어요. 예를 들어 튀김 요리가 두 가지면 하나는 오븐, 또 하나는 튀김기를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메뉴로 식단을 짜는 것이죠. 이렇게 한 해, 한 해 배우면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출처: 김민지 영양사 제공
세계 음식 체험의 날에 나온 스페인 음식. 키조개 해물 빠에야, 꼬꼬뱅닭, 무알콜샹그리아, 메론 프로슈토 등을 내놓았다.(좌) 향토음식 체험의 날에는 제주도를 테마로 식단을 꾸렸다. 제주도 고기국수, 메밀전병, 제주도에서 유명한 김만복 전복 김밥 초밥 버전, 청귤에이드, 돌하르방빵 등이 나갔다.(우)

◇수다날, 세계 음식 체험의 날…테마만 10개


김민지 영양사는 학생들이 급식실에서 웃으면서 밥을 먹기 바랐다. 어떻게 하면 즐겁게 식사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테마를 생각해냈다. 매달 첫째 주 금요일은 생일자를 축하는 생일상, 수요일은 다 먹는 날인 '수다날',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소개하는 '세계 음식 체험의 날' 등 10가지가 있다.


"세계 음식 체험의 날이면 국가 하나를 정해 2가지 메뉴를 선정합니다. 낯선 음식이기 때문에 전통 메뉴는 2가지 정도로 한정하고 우리 입맛에 맞게 재료를 골라요. 예를 들어 베트남이면 김치 쌀국수나 소고기 쌀국수, 파인애플 볶음밥, 월남 샐러드 등으로 식단을 짭니다. 다른 테마 역시 같은 방식이에요. 이렇게 한 달 치 식단을 완성하면 업체 입찰을 받습니다."


식단은 한 달 전부터 짜야 하기 때문에 일상이 메뉴 개발이다. SNS는 물론 요리 관련 프로그램도 꾸준히 보고 제철 음식 공부도 꾸준히 한다. 여행을 가면 꼭 그 지역의 향토 음식을 먹어보고 레시피를 알아 온다. 학생이 먹고 싶다고 한 음식도 가서 먹어보고 연구해서 최대한 똑같은 맛을 내려고 한다. 이런 김 영양사의 핸드폰 사진첩은 음식사진으로 넘쳐나고 아이디어를 적는 음식 노트는 금방 바닥을 보인다.


또 메뉴는 최대한 수제로 만들려고 한다. "돈가스도 완제품보다는 직접 숙성시킨 고기를 계란, 밀가루, 빵가루를 묻혀 튀깁니다. 바삭함을 위해 한 번 더 튀겨서 아이들에게 제공합니다." 

출처: 김민지 영양사 제공
2월10일에 나간 특식. 랍스터 숯불 파스타, 데리닭다리, 옥수수 수프, 김치밥까스 샐러드, 쉬폰 초코케이크, 수제 딸기 우유(좌). 일반 식단. 김치제육덮밥, 초코와플, 소떡소떡 꼬치, 블루베리망고우유, 콩나물국(우).

◇급식비 4810원 중 70~73%를 재료비로


무상급식이라 매해 급식비가 달라진다. 올해는 인당 4810원이다. 세경고등학교는 이중 70~73%를 재료비로 사용한다. 그러면 3300원~3500원을 재료비로 쓰고 나머지는 운영비, 인건비로 쓰는 것이다. 타 학교보다 식재료비 비중이 높다. 학교에서 시설 유지비, 공과금 등을 지원해줘서 가능하다고 한다. 김 영양사는 "아이들 식단에 관심이 많은 교장선생님 덕분"이라고 말했다.


"특식 메뉴는 재료를 조금 더 낮은 가격에 납품받기 위해 시장 조사를 많이 하는 등 발품을 팔아요. 예를 들어 랍스터 테일이 메뉴에 있으면 랍스터 도매 업체 여러 곳에 전화를 해서 알아봅니다. 그중 패밀리 레스토랑에 주로 납품하는 한 도매상에서 학교와는 처음 거래한다고 저렴하게 해주셨어요. 이렇게 직접 발품을 팔아요. 그렇다고 해도 특식은 평균 단가보다 많이 나와요.


또 특식이 나가면 다른 날 단가를 절약하기도 해요. 랍스터가 나간 다음 날은 고기와 김치를 섞은 '제육김치덮밥', 기존에 있던 재료로 만든 '콩나물국', ‘소떡소떡’, ‘초코와플’ 등을 포함한 식단을 3000원 선에 맞춥니다. 단가를 절약하면서도 학생들 기호에 맞는 메뉴로 구성해요. 이럴 땐 손이 더 많이 갈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닭고기가 들어가는 메뉴가 있다면 손질돼 있는 게 아닌 통닭을 삽니다. 살을 손으로 발라서 쓰는 거죠. 손이 더 가지만 아이들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모든 급식실 직원이 기쁜 마음으로 해주셔서 가능합니다."

출처: 김민지 영양사 제공
(시계방향으로)수능특식으로 나갔던 전복 구이, 랍스터 구이 위에 캐비어를 고명으로 올려 나갔다. 단가가 높아 맛만 보여줄 수 있는 정도였다고 한다. 꽃게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짬뽕.

◇“7시 20분 출근, 저녁 8시 퇴근해도 아이들보면 힘나요”


김민지 영양사는 2016년 교육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당시 급식 단가는 3800원이었다. 그때도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랍스터, 탄두리 치킨 등 특식은 물론 학생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상을 받고 기쁘기도 했지만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2016년 하반기부터는 세경고등학교, 파주중학교의 급식 만족도를 90점 초중반으로 유지하고 있다. 급식 만족도는 1년에 두 번 하는 조사로 학생, 교직원, 학부모에게 받는 평가다. 이런 성과는 함께하는 조리사와 조리원분들 덕분이라고 한다.


"제가 메뉴 작성을 하고 조리사님께서 조리 팁을 주시면 식단이 완성됩니다. 조리사님께서는 처음에 잘 모를 때 귀찮을 정도로 질문해도 하나씩 다 알려주셨어요. 또 내 자녀들 해준다는 생각으로 항상 열심히 해주시는 여사님들(조리실 직원)이 계셔서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힘들 때도 많다. 급식실 직원은 아침 식재료를 받아야 해서 오전 7시 20분까지 출근한다. 석식까지 있을 경우 저녁 8시~8시 30분에 퇴근한다. 서류 업무까지 마치면 밤 9시~10시 퇴근을 하기도 한다.업체 입찰 기간에는 야근은 물론 밤을 새기도 했다. 이럴 때 힘이 되는 건 학생들이다.

출처: 김민지 영양사 제공
아이들이 직접 감사인사를 하기도 하고 SNS로도 소통한다. 또 급식실에는 소리함을 운영해서 아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다. 김민지 영양사는 아이들 이름을 기억하려고 하고 소소한 대화를 나누면서 계속 소통하면서 더 나은 급식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급식을 먹고 감사하다고 맛있다고 인사해주는 아이들 보면 힘이 나요. 최근 응원문구를 새긴 텀블러에 음료를 담았어요. 한 학생이 이걸 보고 힘이 난다고 감사하다고 편지를 써줬습니다. 이럴 때 동기부여가 많이 됩니다. 잔반이 많이 나올 때도 마찬가지예요. 마라샹궈가 유행해서 마라샹궈 불고기 덮밥을 했는데, 마라향이 너무 강했습니다. 잔반이 많이 나와 속상했지만 '다음에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김민지 영양사의 목표는 더 전문적인 영양사가 되는 것이다. 식품 관련 자격증 공부는 물론 대학원 준비도 하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영양사를 꿈꾸는 후배를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저는 고민이 많아서 시간을 많이 낭비했어요. 이 부분을 정말 많이 후회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분들은 시간을 잘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잘 모르겠고 확신이 없으면 선·후배와 교수님께 여쭤보세요. 또 방학 때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면 좋습니다. 시간도 넉넉하고 학교 지원 프로그램도 있으니까요. 고민하고 망설이기보다는 행동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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