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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짐칸에 반려견 태우는 걸 보고 결심했죠"

조회수 2020. 9. 22. 14: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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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수의사가 26살에 창업한 이 사업
수의대 졸업 후 청담동 동물병원서 근무
아픈 반려동물 치료 못하는 사람들 보고
펫시팅 플랫폼 스타트업 펫트너 창업
수의사·수의대생이 방문 돌봄 서비스

“동물 병원에서 수의사로 일할 때였습니다. 심장 수술을 받고 퇴원하는 강아지가 있었어요. 보호자분이 회사 일로 너무 바빠 다른 사람이 대신 온다 했습니다. 나가봤더니 오토바이를 탄 심부름센터 직원분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해서 아이 상태를 확인할 정도로 반려견을 아끼는 보호자였는데 말이죠. 혼자 사는 1인 가구나 가족 모두가 바쁜 요즘 반려인들에게는 비슷한 고충이 많았습니다. 아픈 반려견을 오토바이 짐칸에 태울 수 밖에 없는 이런 상황을 도와줄 방법을 고민했죠.”


펫트너 최가림(29) 대표는 전남대 수의과 대학을 졸업했다. 서울 청담동의 한 동물 병원에서 수의사로 일하던 그는 2017년 펫시팅 스타트업 ‘펫트너’를 창업했다. 펫시팅은 반려인이 집을 비운 사이 반려동물을 대신 돌봐주는 서비스다. 반려동물을 대신 돌봐주는 사람은 펫시터라고 부른다. 펫트너는 수의사·수의대생·수의 테크니션들이 펫시터로 일하고 있다.

출처: 펫트너 제공
최가림 펫트너 대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펫시팅 플랫폼 펫트너를 운영 중인 최가림입니다. 동물 병원에서 수의사로 일하는 동안 반려인 분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을 봤습니다. 제가 일한 곳은 청담동의 대형병원이었어요. 기업 회장님이나 연예인분들의 반려동물도 많이 왔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은 반려동물이 아플 경우 병원에 일찍 데려옵니다. 본인이 바쁘면 병원에 대신 와줄 수 있는 사람도 많죠. 하지만 일반 직장인의 경우 회사 일이 늦어지면 반려동물을 병원에 데려올 시간이 없습니다. 대신 돌봐줄 사람이 없어 아픈 아이를 혼자 두고 출근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최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다. 미국은 펫시팅 문화가 한국보다 잘 발달되어 있다. 그는 한국에서 이미 서비스 중인 펫시팅 플랫폼들을 찾아 병원 손님들에게 알려줬다.  


“한국에도 이미 서비스 중인 펫시팅 플랫폼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반려인분들이 모르는 사람에게 반려동물을 맡기는 것을 불안해했어요. 그래서 믿고 맡길 수 있는 병원처럼 수의사나 수의대생이 펫시팅 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출처: 펫트너 제공
반려견을 돌보는 중인 펫시터

-어떻게 사업을 시작했나요.


“전문직 신용대출을 받아서 초기 자본금을 마련했습니다. 시작만 하면 잘 될 줄 알고 창업을 쉽게 생각한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웃음) 


먼저 사업성을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 수의사 이력을 쓰고 펫시팅을 해주겠다는 전단지를 돌렸습니다. 그러자 바로 연락이 왔어요. 이후에도 몇 차례 더 문의가 왔죠. 반려인들이 수의대생·수의사는 신뢰한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바로 창업에 뛰어들었죠. 개발자를 섭외해 웹사이트를 만들고 2017년 오픈했습니다. 2019년에는 한화 드림플러스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벤처캐피탈의 투자도 받았죠. 2019년 11월 정식 출시한 앱 버전은 같은 해 애플 앱스토어 ‘올해 나온 멋진 앱’에 선정됐습니다."

-펫시터는 어떻게 모집했나요.


“수의대 네트워크를 통해 모집했습니다. 전국 수의과 대학은 총 10곳입니다. 수의대생·수의사들 사이의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 있죠. 커뮤니티에 펫트너 서비스를 설명하고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응답자의 70%가 펫시터를 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이 왔죠. 이 중 130명의 수의대생을 모아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수요가 많네요. 


“실제로 전체 수의사의 13%가 휴직 중입니다. 아픈 동물을 돌보는 일이 감정 소모가 크고 번아웃이 빨리 오기 때문이죠. 보통 휴직 중인 수의사 분들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펫시터 활동을 합니다. 수의대생의 경우 앞으로 커리어를 쌓는데 펫시터 경험이 도움이 됩니다. 학교에서는 실제 반려동물 보호자와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없으니까요.


요즘은 수의사·수의대생 외에 수의 테크니션들도 펫트너의 펫시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수의 테크니션은 동물 병원에서 일하는 진료보조인력입니다. 대부분 동물병원이 24시간 운영하다 보니 수의 테크니션은 체력 소모가 큽니다. 노동강도에 비해 처우가 좋은 편도 아니죠. 그래서 펫트너 활동을 풀타임 직업처럼 하는 수의 테크니션 분들도 있습니다.” 

출처: 펫트너 제공
펫트너의 펫시터 목록

-수의사가 아닌 창업을 선택하는데 고민은 없었나요.


“그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웃음) 사실 저희 부모님도 언젠가는 다시 수의사를 하겠지 생각하세요. 저는 이 사업도 수의사의 역할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수의대 졸업생 중에 병원에서 일하는 수의사는 3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70%는 방역·제약회사·연구직·공무원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죠. 일반 반려동물 외에 소·돼지 등 가축 전문 수의사도 많습니다. 


저는 수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사람과 동물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법을 고민하는 일이라면 모두 수의사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본인도 비슷한 창업을 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후배들도 많습니다.”

출처: 펫트너 제공
회의 중인 최 대표와 임직원들

-펫트너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펫트너는 단순 돌봄을 넘어 반려동물을 어떻게 더 건강하게 키울지 조언하는 역할을 합니다. 올해 상반기 안으로 앱에 건강체크 기능이 추가됩니다. 펫시터가 바이탈·피부·눈·코·귀·비만도 등을 체크해서 보호자에게 알려주는 거죠. 물론 정식 진료는 병원에서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펫트너가 반려동물 건강과 관련된 조언이나 객관적 정보를 전달할 수는 있죠. 얼마나 꼼꼼히 관찰하는지에 따라 병을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으니까요. 미용이나 트레이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펫시팅 플랫폼보다 좀 더 깊이 있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프거나 나이가 많은 동물 의뢰가 주로 들어오는 편입니다. 아픈 아이를 두고 출근해야 하는 보호자분들이 많기 때문이죠. 이런 반려인들에게 펫트너 서비스는 믿을 수 있는 전문가가 나처럼 또는 나보다 더 잘 반려동물을 돌봐줄 수 있다는 대안이 됩니다.   


또 한화손해보험과 협력해 펫시팅 서비스 전문 보험을 준비 중입니다. 펫시터와 고객이 보험에 가입해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사고를 대비하는 거죠. 펫트너의 펫시터는 전문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보험사에서도 상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물론 7만시간이 넘는 돌봄 동안 펫트너에서 안전사고가 생긴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출처: 펫트너 제공
펫트너의 임직원들

-등록된 펫시터는 몇 명인가요. 어떤 검증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등록된 펫시터는 모두 576명입니다. 수의대생 87%·수의사 11%·수의 테크니션 2% 구성입니다. 수의대생·수의사·수의 테크니션 모두 자격요건을 철저히 확인합니다. 학생증·의사 등록번호·병원 근무 경력 등입니다. 수의 테크니션의 경우 1년 이상의 병원 근무 경력이 필요합니다. 평판도 확인하고요. 온라인 서류 과정을 거쳐 본사에서 교육도 받습니다.”  


-매출이 궁금합니다. 


“펫시터분들에게 지급하는 금액을 제외한 월평균 매출은 2500만원 정도입니다. 펫시터분들은 풀타임으로 일할 경우 1달에 200만원 정도 정산 받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아직 펫시팅 서비스에 대해 모르는 분들도 많고 불안감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펫트너의 긍정적인 기능을 많이 알려 반려인들이 더 편안한 반려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또 새롭게 출시하는 건강체크 기능 등을 통해 반려동물 헬스케어 종합 플랫폼으로 성장해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글 jobsN 오서영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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