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실장님 개가 사무실에? 한국 오피스에 '펫 프렌들리' 바람 솔솔

조회수 2020. 9. 22. 15:25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주인은 스트레스완화, 동료들은 유대관계 강화
미국 아마존·에어비앤비·우버·구글 시행 중
스트레스 해소·업무능률 향상·동료 관계 좋아져

사무실에 애완견과 함께 출근하는 사람들이 있다. ‘펫 프렌들리(Pet Friendly)오피스’를 운영하는 회사 덕분이다. 펫 프렌들리 오피스는 업무공간에 반려동물을 함께 데려올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출처: 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미국에선 아마존·에어비앤비·우버·구글 등 다수 IT기업이 펫 프렌들리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IT 전문 매체 ‘긱 와이어’는 “회사 문화는 인재들이 기업을 선택하고 얼마나 오래 일할지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회사입장에선 펫 프렌들리 오피스가 인재 유치를 위한 전략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출처: 유튜브 '사우썬이스트 독' 캡처

한국에도 펫 프렌들리 오피스가 있다. 아직 애완동물 사료, 용품들을 만드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애완동물과 무관한 회사 중에 반려동물과 함께 출근할 수 있는 곳을 찾아봤다.


◇위워크코리아, 대표부터 입주사 직원까지 ‘펫 프렌들리’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WeWork)코리아는 20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거의 모든 지점에 ‘펫스테이션’을 설치하고 반려동물 배변패드·배변봉투·강아지 물그릇 등을 제공한다. 1인기업부터 대기업 팀 단위 입주사 등 구성원 모두가 펫스테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출처: 위워크코리아 제공
반려동물과 근무하는 위워크 직원, 위워크 지점에 설치된 펫스테이션.

손해린 위워크코리아 재무팀 매니저는 원할 때면 초코(푸들)을 회사에 데리고 온다. 위워크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가족 같은 초코와 함께 출근 할 수 있어서다. 손 매니저는 잡스엔에 “미국에서 일할 땐 로펌과 금융 계열 회사들 빼곤 IT 계열 스타트업 대부분이 강아지를 데리고 출근할 수 있었다. 대형견도 전혀 눈치 볼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초코엄마, 초코 언제와요?"


손 매니저는 초코 덕분에 직장 동료들과 더 친해졌다고 말한다. 업무상 만날 일이 없는 부서 직원들도 초코가 회의실을 돌아다닐 때면 먼저 “얘는 몇살이에요?”같은 질문을 한다. 한 번 얼굴을 익힌 직원은 손 매니저를 만날 때면 “초코 엄마, 초코 언제와요?”고 묻는다. 그는 “친해질수록 커뮤니케이션이 잘 돼 업무 효율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출처: 손해린 매니저 제공
손해린 위워크코리아 재무팀 매니저가 키우는 초코

초코가 출근하면서 재무팀 분위기도 달라졌다. 정다운 재무팀 매니저는 “숫자를 다루는 재무팀 특성상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많다”며 “강아지를 만지고 놀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최근 정 매니저는 초코의 영향을 받아 강아지 입양을 준비 중이다. 가족 중에 돌봐줄 사람이 없지만, 함께 출근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대표 강아지와 매니저 강아지는 친구


애완견과 함께 출근하려면 직장 동료들의 의견도 중요하다. 손 매니저는 “위워크가 이미 펫 프렌들리를 시행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입사한 분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강아지를 특별히 싫어하시는 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회사 상사들도 펫 프렌들리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그는 “애완견이 사무실에 ‘실수’를 해도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나서서 치워주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출처: 손해린 매니저 제공
위워크 사무실에 '출근'한 초코

위워크 본사 직원, 입주사 임직원들의 애완동물은 회사를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초코도 회사에서 다른 개들을 만나면서 사회성이 좋아졌다. 푸들은 견종 특성상 집착이 심한 편이다. 전에는 손씨가 출근하기 전에 씻기만 해도 불안해했다. 함께 출근하면서 분리불안도 많이 없어졌다. 회사 라운지를 마음대로 뛰어다니는 탓에 초코가 출근한 날은 따로 산책을 갈 필요도 없다.


◇"꾸리가 공유강아지가 됐어요"


이재숙 소쿠리패스 이사도 꾸리(비숑프리제)와 함께 출근한다. 소쿠리패스는 위워크 을지로점에 입주했다. 직원 5명과 함께 근무하는 사무실 한 쪽에 꾸리의 쉼터가 있다. 이대표는 프랑스 파리에서 일할 때도 꾸리를 데리고 출근했다. 파리에서는 케이지에만 넣으면 애완견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 프랑스에는 애완견과 함께 출근할 수 있는 회사가 많다고 한다. 

출처: 재숙 소쿠리닷컴 이사 제공
사무실에 있는 꾸리

프랑스 근무를 마치고 한국에서 위워크를 선택한 이유 역시 꾸리와 같이 출근할 수 있어서다. 이제 이이사가 출근할 때면 꾸리도 따라나선다.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이라 주변 입주사 직원들도 잘 따른다. 이씨는 잡스엔에 “공유 사무실에 있다 보니 공유강아지가 됐다”고 말했다. 꾸리는 다른 입주사 사무실에 들러 놀다 나오기도 한다. 

출처: 재숙 소쿠리닷컴 이사 제공
사무실에 있는 꾸리

이씨는 ‘펫티켓’에도 신경 썼다. 공유사무실인 만큼 개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꾸리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쉽게 짓지도 않고 혹시 모를 ‘실수’에 대비해 회사에선 기저귀를 찬다. 이이사는 “꾸리가 7.5kg의 작지 않은 체구지만 불독이나 셰펴드 같은 견종이 아니라 사람들이 더 친근감을 가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홍보대행사 커뮤니크엔 ‘설대리’가

출처: 손승희 커뮤니크 실장 제공
회사에 출근한 설이

손승희 커뮤니크 실장도 애완견 ‘설이’와 함께 출근한다. 신명 커뮤니크 대표가 “직장에 반려동물을 한 번 데려와 보자”며 제안한 게 시작이었다. 그 뒤 설이는 주 3일 월·수·금요일에 출근한다. 손대표는 설이에게 월 15만원의 급료도 지급한다. 급료는 손 실장이 애견용품을 사는 데 쓴다. 직원들은 설이를 ‘설대리’라 부른다. 

출처: 손슨희 커뮤니크 실장 제공
'고독한 설이방', '설대리' 인스타그램 계정

손 실장은 펫프렌들리 오피스의 가장 큰 효과를 직원들 간 유대감이라고 설명한다. 설대리가 출근하면서 직원들끼리 대화가 많아졌다. 간식을 주거나 놀아주는 것도 손 실장 보단 직원들 몫이다. 설리는 간식을 주는 직원들을 유독 좋아한다. 카카오톡에 대화 없이 설이 사진만 공유하는 ‘고독한 설이방’도 있다. 퇴사한 직원도 이 카카오톡 방만은 나가지 않는다.


회사가 허락해도 출퇴근이 문제


회사가 애완동물과 출근을 허락해도 매일 함께하는 건 쉽지 않다. 우선 출퇴근이 어렵다. 손해린 매니저는 초코와 출근할 때면 택시를 탄다. 초코를 애견 텐트에 넣어 이동하기 때문에 주로 타다나 콜택시를 이용한다. 출근 시간에 타다를 타지 못해 급하게 일반 택시를 탄 적도 있다. 초코와 함께 출퇴근하려면 하루 교통비만 최소 3만원이 드는 셈이다. 그래서 손 매니저는 한 달에 보통 3~4차례 초코와 출근한다.


이재숙 이사는 자차를 이용한다. 덕분에 매일 함께 꾸리와 출근한다. 손승희 실장은 회사와 가까워 날씨가 좋을 땐 설이와 회사에 걸어온다. 커뮤니크가 직원들에게 애완동물을 데려올 수 있도록 허락했지만 설리와 신명 대표의 애완견 쿠키를 빼곤 회사에 자주 오는 개는 없다. 대부분 교통편이 불편해 반려견을 자주 데리고 올 수 없는 형편이다.


◇스트레스 해소·업무능률 향상


버니지아 커먼웰스 대학 연구팀은 2012년 3월 펫 프렌들리 오피스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결과 애완견과 함께 출근한 직장인은 직업 만족도도 높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인 직장 동료들도 비슷한 효과를 봤다. 짧게 강아지와 놀아주거나 함께 산책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직원사이의 유대감도 높아졌다.


위워크 관계자는 잡스엔에 “한국도 이제 반려동물 인구가 1천만명이 넘는다”며 “위워크는 입주사가 가장 편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말했다. 위워크에서 일하고 있는 손매니저와 이대표는 잡스엔에 “집에 혼자 있는 개를 걱정하지 않아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위워크가 입주 건물을 고를 때 ‘애완동물 출입이 가능 한지’를 점검하는 이유다.


◇성숙한 애완문화도 필수


동물을 싫어하는 동료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커뮤니크는 경우 강아지나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직원을 배려한다. 알레르기가 있는 직원은 다른 층에 배정하고 사무실 입구에 펜스를 설치해 동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만약 근무공간을 구분하기 어려운 회사라면 애완동물을 데리고 출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외근이 많은 직원도 사실상 반려동물과 함께 출근하기 어렵다. 

견주가 직접 반려견 성향이 사무실에 적합한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다른 개들과 자주 싸우는 개인지, 사람에게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는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가디언은 영국의 펫프렌들리 오피스에 대해 보도하면서 “택배 배달원에게 공격성을 보이거나 다른 직원의 물건을 물어뜯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양이는 사무실에 풀어놓는 게 위험할 수도 있다. 좁은 공간에 숨거나 높은 곳에 오르려는 성향 때문이다.


글 jobsN 정세진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출처: 손승희 커뮤니크 실장 제공
회사에 출근한 설이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