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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17억 주시고, 저분에겐 12억 아파트 6억에 주세요”

“17억 안 되면 10억이라도...” 재개발 조합장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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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앞두고 셀프 성과급 의결했다가 부결
단지 한복판에 자기 업적 칭찬 시비도 세워
시공사에 뒷돈 받았다 징역살이하기도

올해 1월21일 서울 강동구 고덕 아르테온 재건축조합에서 대의원 회의가 열렸다. 1호 안건은 ‘우수성과에 대한 특별포상의 건’이었다. 2월 말 입주를 앞두고 신모 조합장이 “집행부가 노력해 최고의 단지를 만들어낸 만큼, 우수성과에 관한 특별포상을 의결해달라”고 상정했다.


집행부 성과급 안을 보면 조합장은 본인 몫으로 17억원을 책정했다. 세금을 떼면 9억2000만원가량이다. 그는 “시공사와 공사비를 협상할 때 조합장직을 걸고 벼랑 끝 전술을 펴 고급 마감재를 적용하게 했다”고 말했다. 6개월가량 공사 시작도 앞당겼다고 했다. 조합장은 “사업비를 절감해 3360억원의 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고덕 아르테온 전경과 실거래가.

출처(왼)조선DB, (오)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홈페이지

이사 5명 중 4명 몫으로는 각각 1억3000만원(세후 1억원)을 적었다. 2년 동안 돈을 받지 않고 상근한 이사 A씨 몫은 3억8000만원(세후 2억9000만원)이었다. 조합장은 “내 월급 380만원 가운데 일부를 A씨와 나눠 써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조합장은 시공사에 최고급 마감재 스펙을 먼저 제시해 협상을 주도한 것을 A씨의 성과로 꼽았다.


신 조합장은 전용 59㎡ 보류지 매물을 6억원에 살 권리를 사무장에게 주자는 안건도 올렸다. 보류지는 조합이 분양 대상자 누락·착오·소송 등을 대비해 남겨 놓은 물량이다. 2019년 11월23일 이 아파트 전용 59.98㎡ 입주권은 11억7000만원에 팔렸다. 시세보다 5억7000만원가량 싸게 파는 것이다. 조합장은 사무장이 스스로 야간과 휴일에 소유권 이전 고시 작업을 외주로 주지 않고 직접 처리한 덕에 10억원가량 아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전 고시는 정비사업으로 조성한 대지나 건축물의 소유권을 분양받을 사람에게 옮기는 행정처분을 말한다. 이 같은 집행부 성과급을 모두 더하면 30억원대에 달했다. 가구당 약 10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다.


회의에서는 대의원 100명 가운데 80명가량이 반대해 1호 안건은 통과에 실패했다. 회의 전 조합장이 본인에게 17억원의 성과급을 책정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일부 조합원은 강동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조합장 사퇴 요구도 나왔다. 강동구청은 조합 측에 “임금 및 상여금 외 별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는 내용의 행정지도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회의 참석자는 “조합장이 회의에서 17억원이 안되면 10억원이라도 달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고덕 그라시움 시비.

출처조선DB

◇수천만원 들여 본인 업적 칭송하는 시비 세워


고덕 아르테온과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고덕그라시움은 고덕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아파트다. 2019년 9월 입주를 시작했다. 2019년 10월 기준 전용 84㎡ 매물 시세는 13억5000만~14억원이다.


그라시움 단지에는 2m 높이의 시비(詩碑·시를 새긴 비석)가 있다. ‘고덕 그라시움 입주에 부쳐’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시는 재건축조합장 변모(66)씨가 지었다. 시집을 출판한 적이 있는 변 조합장이 자신의 업적과 소회를 비석에 담은 것이다. 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꿈을 꾸었다/아파트 조경의 신기원을 열겠다고/(···)/삭발에 단식투쟁으로 숱한 규제 대응하며/몸 사리지 않고 투쟁하며 일했건만/근거 없는 유언비어와 지나친 욕심들이/진심과 진실을 몰아낼 때 그 아픔이 얼마이던가(하략).

고덕 그라시움과 커뮤니티에 올라온 현안 문제.

출처(왼)조선DB, (오)고덕 그라시움 소유주 커뮤니티 캡처

조합장은 시비를 세울 때부터 반대에 부딪혔다. 포털 카페 ‘고덕 그라시움 소유주 커뮤니티’에는 그라시움 관련 문제 및 현황 가운데 하나로 조합장 시비 건립을 꼽았다. 조합 측에 취소 동의서를 취합해 발송한다고 했다. 결국 시비는 세워졌지만, 비석에 시비를 치우라는 내용을 담은 포스트잇이 붙기도 했다. 일부 주민 사이에서 “일기장에나 쓸 글을 비석에 새겼다”, “볼 때마다 부숴버리고 싶다”는 불만이 나온다.


조합장 변씨는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시인이라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화자찬이 아니라 정말로 혼신을 다해 왔다”며 “분양자 위주로 불만이 많지만, 조합원은 재건축 과정을 공유해 별말이 없다”고 했다. 변씨는 비석을 세우는 데 조합 사업비 몇천만원을 썼다고 한다.


◇막강한 영향력 행사하는 조합장, 뒷돈 받다 징역살이도


재건축 조합장은 노후 아파트 철거부터 새 아파트 입주까지 사업 방향을 정하고 이끄는 사람이다. 아파트 시공사나 철거업체를 선정할 때 영향력을 행사한다. 조합원 투표로 뽑는 조합장 선거가 치열한 수밖에 없는 셈이다. 2018년 4월 강남구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조합 임원 선임 투표에서는 몸싸움까지 일어났다.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깡패 수준의 경비용역이 투표함을 탈취하려고 시도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2017년 9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임시총회 현장.

출처조선DB

조합장 권한을 남용하거나 건설업체에서 뒷돈을 받았다 징역살이를 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충남 천안 백석5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장 A(51)씨는 2월6일 대전지방법원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조합 자금 9000만원을 임의로 사용하고 195번에 걸쳐 76억667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을 재건축한 헬리오시티는 분양 때부터 조합장 비위 문제로 논란을 빚었다. 2016년 1대 조합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고, 조합장 직무대행까지 같은 혐의로 감옥에 갇혔다. 2019년 2월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사업 전 조합장은 대의원 역임 때 정비업체에 뒷돈 95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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