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0명→8800명..죽어있던 곳 살린 38살 '임플로이언서'

조회수 2020. 9. 22.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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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제품을 알리는 홍주혜 과장
본아이에프 홍주혜 과장
사실상 운영 포기한 인스타그램 계정 도전
아들 재우고 집근처서 심야 라이브 방송

'임플로이언서'. 직원을 의미하는 영어 '임플로이(employee)'와 영향을 주는 사람의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합친 단어다. 많은 기업이 SNS에서 팔로우가 많은 인플루언서를 섭외해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이때 인플루언서가 아닌 SNS를 통해 직접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제품을 알리는 직원을 임플로이언서라고 한다.


프랜차이즈 기업 본아이에프도 임플로이언서를 내세워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 영업팀 홍주혜(38) 과장은 SNS에서 '모리언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 4월부터 팔로워 870명뿐인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을 시작했고 10개월 만에 팔로워를 8800여명으로 늘렸다. 영업팀 직원 홍주혜 과장이 SNS에 뛰어든 사연을 들었다.

출처: jobsN
홍주혜 과장

◇언론 홍보담당자에서 온라인 영업팀으로


홍주혜 과장은 파티 플래너 회사,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베네'를 거쳐 2015년 10월 본아이에프에 입사했다. 당시 홍보팀 언론 홍보 담당이었다. 그러던 중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 플랫폼이 뜨면서 홍 과장 역시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한 업무를 하고 싶었다.


"온라인 쪽 일을 하고 싶은데 이직을 하기에는 회사가 좋았습니다. 이런저런 방법을 알아보다가 직무 전환 제도를 통해 사내 부서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1년에 한 번 희망 직무를 조사해서 구성원에게 직무 전환 기회를 주는 것이죠. 그 시기는 아니었지만 인사팀에 얘기했고 마침 온라인 영업팀에 TO가 생겨서 2018년 초 부서를 옮겼습니다."


처음엔 온라인 영업팀에서 자사 온라인 몰인 '본몰' 관리를 맡았다. 상품, 가격 테이블 구성부터 배너 디자인, 사진 콘셉트 등까지 기획하고 관리했다. 1년 뒤인 2019년 4월 본사 인스타그램 계정 관리를 시작했다. 당시 팔로워는 870명이었고 운영도 거의 하지 않는 죽어있는 채널이었다고 한다.

출처: 본아이에프 제공
홍 과장이 라이브 방송하는 모습. 전자렌지, 후라이팬은 물론 방송 콘셉트에 맞춘 소품도 직접 준비한다.

◇라이브 방송 시작, 소비자와 직접 소통


처음에는 제품 사진 콘셉트, 이벤트 등을 기획해 글을 올렸다. 꾸준히 올리다 보니 점점 계정을 찾아오는 사람이 늘었다. 새롭게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이름을 짓고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나 비용이 따로 들기 때문에 제가 직접 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이름을 지었습니다. 본몰에서 따와 성은 '본', 이름은 '모리'라고 했습니다. 워낙 사람들 앞에 나서거나 말하는 걸 좋아해서 2019년 5월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첫 방송은 밤 10시 30분에 아들을 재우고 집 근처 파티룸을 빌려서 했습니다. 한 시간 동안 죽 데우는 법, 제품 나눔 이벤트, 죽 먹방 등을 보여드렸어요. 56명이 시청해주셨습니다."


반응이 좋았다. 댓글을 남겨주는 시청자도, 이벤트 참여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게시물로 방송예고를 하고 한 시간 정도 방송을 한다. 제품을 활용해 실생활에 필요한 조리법 등을 알려주고 이제는 방송 콘셉트에 맞게 소품과 의상도 준비한다. 또 방송을 보는 시청자에게 무료 쿠폰 배포 등의 혜택을 준다. 이 덕분에 방송 후 해당 제품의 매출이 200만~300만원 증가한다고 한다. 홍 과장은 매출 증가도 좋지만 소비자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할로윈 데이에 '어떤 액운을 물리쳐드릴까요?' 하는 질문을 남겼어요. 많은 분이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그중 한 분이 병상에 있는 언니가 나았으면 좋겠다고 올려주셨어요. 그 사연을 읽어 드리니까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이 모두 응원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연말 방송에서는 같은 분이 응원 덕에 언니가 많이 호전됐다고 감사하다고 남겨주셨어요. 이렇게 조그만 채널이지만 서로 공감하고 응원을 나눌 수 있다는 게 뿌듯했어요."

출처: 본몰 인스타그램·홈페이지
홍주혜 과장이 직접 기획한 제품들

◇워킹맘의 고충이 신제품으로


홍주혜 과장은 온라인 영업팀이지만 제품 개발에도 참여했다. 영업사원이 소비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기 때문에 개발팀과 기획팀에서 아이디어를 수용해준다. 신제품 의견을 내면 개발팀, 기획팀과 합의를 거쳐 제품 출시까지 이어진다. 지금까지 홍 과장이 기획한 제품은 두 가지다.


"엄마들은 출산 후 머리카락이 빠집니다. 저도 그랬죠. 이를 막기 위해 서리태 가루, 튀김 등을 챙겨 먹었어요. 가루는 맛이 없었고 콩 튀김은 육아에 지쳐 일일이 챙겨 먹기 어려웠습니다. 서리태, 흑미, 검은깨, 코코넛 슈가를 물에 녹는 가루로 만들고 가방에 쏙 들어갈 수 있게 팩 형식으로 만들었어요. 물만 타서 간단히 마실 수 있게 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트래블 키트입니다. 장조림, 고추장, 죽, 수저가 들어 있는 키트죠. 아이들이나 어르신, 음식에 민감한 사람이 여행 가서 먹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차곡차곡은 출시 후 10만팩을 팔았고 재구매율이 높아 2탄을 출시했다. 트래블 키트는 죽 매출이 가장 떨어지는 7~8월에 전체 매출 53%를 이끌었다. 또 와이파이 도시락에서 협업 요청을 받아 진행하기도 했다.

출처: 본아이에프 제공
지식페스티벌에서 1등하고 본죽인 인재 수상식에서 탁월한 역량상을 받은 홍주혜 과장

◇회사서 성과 인정 해외 여행 포상도


홍주혜 과장은 다양한 활동으로 '본죽인 인재 수상식'에서 상을 받았다. 반기에 한 번씩 탁월한 역량상, 놀라운 성과상 등 20여명을 선정해 상을 준다. 부상으로는 일주일 미국 여행과 금배지를 수여한다.


지식 페스티벌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지식 페스티벌은 분기마다 자신의 성과를 발표하는 시간이다. 팀별 자료를 만들어 올리면 심사를 통해 수상팀을 선정한다. 임원들도 자료를 보고 의견을 남기고 직원이라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다른 팀이 어떤 일을 했는지 알 수 있고 해당 부서 업무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 홍과장 역시 영업팀 업무를 습득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홍주혜 과장은 “성과를 인정해주는 회사의 환경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열심히 하도록 이끌어 준다”고 말했다. 가족의 도움도 큰 역할을 한다고 했다. “워킹맘이기 때문에 방송을 하는 날에는 남편이 일찍 퇴근해 아이를 봐줍니다. 아이에게는 며칠 전부터 그날 늦게 끝나니 아빠랑 먼저 자라고 말하죠.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이런 그의 목표는 친근한 모습으로 자사몰 운영을 하는 것이다. “자사몰이라는 플랫폼을 유지하기가 힘듭니다. 소셜 마켓, 오픈 마켓 등이 워낙 잘 돼 있기 때문이죠. 소셜 커머스에서 바로 살 수 있는데 따로 사이트를 검색해서 회원가입까지 할 이유가 없어요. 이런 허들을 넘으면서 오래 운영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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