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옥타곤' 클럽 때문에 덩달아 유명해졌죠

조회수 2020. 9. 22. 17: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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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화려한 파티, 그 뒤에 제가 있습니다
파티플래너 김은경 ‘스토리 앤 테이블’ 대표
푸드 스타일링 하다 파티 플래너로 입문
옥타곤 클럽 할로윈 파티 기획 호평

드라마나 영화에 보면 파티플래너라는 직업이 자주 등장한다. 파티를 기획하고 연출하는 파티플래너의 캐릭터가 멋지게 그려져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종이기도 하다. 실제로 파티를 위해 뒤에서 준비하는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있을까.


파티플래너로 10년간 일해온 김은경(41) '스토리 앤 테이블' 대표는 브랜드의 론칭 파티부터 유명 호텔의 서머 파티, 클럽의 할로윈 파티까지 다양한 파티 이벤트를 연출하고 있다. 요리를 좋아해서 파티에 들어가는 음식들을 직접 만들기도 하는 그는 하나의 파티를 위해서 뒤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무척 많다고 했다. 직접 만나 파티플래너의 세계를 들어봤다.

김은경씨

- 파티플래너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자세히 설명 부탁한다.


“파티의 기획부터 연출에 이르기까지 총괄적인 책임을 맡아서 파티에 필요한 요소들을 조율하는 일을 하는 것이 파티플래너입니다. 파티에는 음향, 조명, 음식, 장식, 의전, 게스트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어요. 파티플래너는 주최자의 요구에 따라서 콘셉트를 정하고 파티를 기획한 후 각 요소마다 전문가들과 함께 파티의 완성도를 위해서 조율하고 진행하는 역할을 합니다.”


- 주로 어떤 종류의 파티들이 열리는지 궁금하다.


“우선 기업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파티가 있어요. 화장품같이 브랜드의 상품을 론칭하거나, 할로윈 같은 특정일에 이벤트성 파티를 합니다. 기업의 기념일이나 송년파티 등 내부적으로 열리는 파티도 있고요. 개인이 여는 프라이빗 파티도 있어요. 가족 연회나 생일파티, 브라이덜 샤워같이 소규모로 열리는 파티가 많습니다.”

출처: 김은경씨 제공
파티 장식

- 직접 진행한 파티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파티가 있다면.


“지난 여름에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 야외 수영장에서 열렸던 풀(Pool) 파티를 맡은 적이 있어요. 무더운 여름에 야외 장소를 데코레이팅 하기는 무척 힘들어요. 바람과 기후 영향으로 장식품을 마음껏 매달기 힘들고, 음식도 변질 가능성이 많아서 메뉴를 정하기도 까다로운 편이죠. 시원함을 강조하기 위해 직접 투명 대형 풍선을 비롯한 여러 장식을 직접 만들어서 수영장을 꾸미고 음식도 선별해서 직접 만들었어요. 좋은 평가를 받아서 뿌듯했던 파티였습니다. 몇 년 전 서울 옥타곤 클럽의 할로윈 파티를 맡은 적도 있어요. 넓고 어두운 공간이라서 어떻게 꾸밀지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고심 끝에 화려하게 장식한 할로윈 콘셉트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아서 그 후로 할로윈 파티 의뢰가 많이 들어왔던 점도 기억에 남습니다.”

출처: 김은경씨 제공
(왼)수영장에서 여름 파티, (오)할로윈 파티

- 시작은 푸드 스타일리스트였다고.


“고등학교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어요. 요리와 관련된 직업을 보다가 푸드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무척 생소한 직업이었어요. 음식을 맛있어 보이게 꾸미고 플레이팅 하는 일을 하는 직업이에요. 주로 광고나 사진 촬영과 연관돼 있는 직업이었죠. 푸드스타일리스트 1세대 조은정 선생님이 운영했던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 푸드 스타일링을 하다가 파티플래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푸드 스타일링을 하면서 파티나 이벤트에 음식을 제공하는 케이터링 일을 함께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파티플래너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음식을 꾸미다 보면 꽃 장식이 필요했고, 음식이 놓이는 테이블보나 벽면을 장식하다 보니 공부해야 할 범위가 점점 넓어진 거죠. 플라워에 대해서도 배우고 요리도 배우고 컬러리스트 아카데미에서 색상 조합에 대해서도 공부했어요. 이벤트 회사에 취직해서 일하면서 파티플래너에 대해 배워나갔습니다.”

출처: 김은경씨 제공
자연과 어울리는 푸드 스타일링

- 지금은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며 활동하고 있다고. 파티와 관련된 일을 하려면 직원이 많아야 할 것 같은데.


“12년 전에 ‘스토리 앤 테이블’이라는 회사를 만들었어요. 플라워를 전문으로 하는 하는 분과 스텝, 저를 포함해 모두 세 명의 직원을 가진 작은 회사에요. 파티 플래닝을 하려면 여러 가지 요소가 있어서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파티를 맡았을 때 전문 업체와 계약을 맺고 협업을 하거나 음식 케이터링같이 인력이 많이 필요할 때는 단기적으로 아르바이트나 어시스턴트를 구합니다. 대학의 조리학과나 푸드 스타일리스트와 같이 관련 학과와 연계를 해서 학생들을 알바로 현장에 투입하기도 해요.”


- 파티플래너로 성공하려면 남들과는 구별되는 특색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파티를 연출하는 데 있어서 나만의 비법이 있다면.


“파티플래너마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어요. 그래서 어느 파티를 가보면 누가 기획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색 있는 플래너가 있어요. 저는 깔끔하게 미니멀하면서도 꽃이나 나무 같은 자연 소재를 많이 쓰려고 노력해요. 화려함보다는 내추럴한 느낌을 추구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색깔도 컬러풀한 것보다는 그린이나 화이트 계열을 주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제가 요리를 좋아해서 이 일을 시작한 만큼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음식을 데코레이팅 할 때는 마음에 드는 재료가 있으면 비싸서 손해를 보더라도 반드시 사용해요. 케이터링에 나가는 음식은 대부분 제가 직접 요리해요. 얼마 전 서울 운경 고택에서 열렸던 사진전 오프닝 파티에 케이터링 했던 음식들은 음식 전문가들로부터 칭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출처: 김은경씨 제공
파티 음식 플레이팅

- 파티에도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있다고. 매출 규모도 궁금하다.


“파티에는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극명하게 갈려요. 10월에서 12월까지 이어지는 연말에 가장 파티가 많이 열립니다. 크리스마스를 비롯해서 송년 파티가 많은 시기에요. 지난 12월에는 크고 작은 행사를 13개 맡기도 했어요. 반면에 연초에는 상대적으로 파티가 없습니다. 비수기죠. 그래서 성수기와 비수기의 매출 차이도 극명해요. 올해 연 매출 목표는 4억원 정도로 잡고 있습니다.”


- 파티플래너의 애로사항은 무엇인가.


“파티는 예쁘고 화려해 보이지만 뒤에서 준비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아요. 영업을 하고 있는 장소에서 열리는 파티의 경우는 영업이 끝난 후에 파티 준비를 시작해서 다음 날 영업 시작 전까지 마쳐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밤부터 시작해서 새벽까지 밤새워 파티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티장을 꾸미는 것도 모두 몸으로 직접 하는 일이에요. 장식품을 달고 벽면을 꾸미고 꽃 장식을 하고 음식을 세팅하는 것까지 고된 육체적 노동이 뒷받침돼야 하죠. 많은 체력이 요구되는 직업이에요.” 

출처: 김은경씨 제공
일하는 모습

-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파티를 주최한 사람이 만족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기대치를 갖고 저에게 맡긴 파티가 즐겁고 화려하게 진행되면 클라이언트가 좋아서 감동하는 게 느껴질 때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파티를 꾸며놓고 개인적으로 만족감을 느낄 때도 있어요. 제가 생각했던 기대치만큼 행사가 완벽하게 꾸며지고 진행됐을 때 쾌감을 느낍니다.”


- 파티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저기서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지.


“물론 파티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나도 저 무리에 섞여서 편하게 즐기고 싶을 때가 많아요. 하지만 주최자의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제가 맡은 일이기 때문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마지막까지 집중하게 됩니다. 예외적이긴 하지만 저희가 행사를 주최하거나 초대받는 경우도 있어요. 그때는 저희도 파티의 일원이 돼서 즐겁게 즐길 때도 있습니다. 몇 해 전 할로윈 파티 때는 밤을 꼬박 새우고 공간을 꾸민 뒤에 저를 포함한 모든 스태프들이 코스튬도 재밌게 차려입고 밤새 신나게 놀았는데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파티를 기획하고 연출하는 사람 스스로가 파티를 즐길 줄 알아야 재밌고 멋진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아요.”

김은경씨

- 파티플래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보기에는 화려해 보일지 모르지만 막상 부딪혀 보면 체력적인 소모도 많고, 클라이언트에게 늘 평가받는 직업이다 보니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는 직업이에요. 제가 이 일을 오래 하며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힘들어도 일하며 재미를 느끼고 좋아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성공적인 파티플래너가 되기 위해서는 파티의 준비부터 진행까지 무리 없이 마무리할 수 있는 체력과 파티의 특색을 위해 최신 트렌드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공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글·사진 오종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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