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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엘사'라 불린다는 딸, 그뜻 알고 통곡했어요

조회수 2020. 9. 23. 11: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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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거지·전거지·월거지, 이백충·삼백충 들어보셨나요?
주거 형태, 부모 월급이 놀림감이 된 교실
거지·벌레 붙여 비하하는 표현 유행해
유치원생들도 친구에게 부모 월급 물어

김포에 사는 주부 김모씨(38)는 첫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최근 빌라에서 아파트로 이사했다. “엄마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 요즘 초등학생들이 빌라에 살면 ‘빌거지’라고 놀린다는 글이 올라왔었어요. 아이가 유치원 다니면서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지만, 신경이 쓰였어요. 남편과 오랜 기간 상의한 끝에 이번에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빌라 살면 ‘빌거지’·임대아파트 살면 ‘휴거지’·‘엘사’ 


김씨만의 고민이 아니다. 일부 초등학생들은 빌라나 아파트 등 주거 형태로 또래 아이들을 구분 짓고 있다.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유모씨(28)는 “아이들이 빌라에 사는 친구를 빌거지라고 부르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유씨는 “처음에는 너무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빌라든 아파트든 형태만 다르고, 다 같은 집이라고 설명을 해주긴 했는데, 처음 빌거지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의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고 했다.

출처: 유튜브 'KBS Drama' 캡처
드라마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에서 유치원생들이 어느 아파트, 몇 평에 사냐고 묻는 장면

빌거 또는 빌거지는 빌라와 거지를 합친 말로, ‘빌라에 사는 거지’라는 의미다. 빌라에 사는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 돈이 없어서 빌라에 산다는 식으로 비하하는 말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브랜드의 아파트나, 임대아파트에 사는 이들을 비하하는 단어도 있다. 엘사와 휴거지다. 휴거지 혹은 휴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브랜드인 휴먼시아와 거지를 합친 말이다. 엘사는 LH 사는 사람, 즉 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을 비하하는 단어다.

출처: 조선DB
서울의 한 빌라와 경기도에 위치한 LH 아파트

2019년 12월 한 맘카페에는 신혼희망타운에 들어갈지 말지 고민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만점이라 청약 확률도 높은데 주위에서 ‘LH 아파트에 살면 아이한테 좋지 않다’, ‘학교 들어가면 ‘엘사라고 놀린다’고 해서 충격받았다”고 했다.


휴먼시아에 사는 아이가 빚을 내서라도 이사하자고 엄마를 졸랐다는 글도 있었다. 글쓴이는 “지인의 딸이 4학년에 올라가더니, 이사하자고 엄마 앞에서 통곡했다”고 적었다. 이어 “반 아이들이 휴먼시아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휴거라고 놀리고 있었다. 아이는 나도 자이 아파트 살고 싶다면서 한참을 울었다. 그 얘기를 듣고 지인도 딸을 붙잡고 펑펑 울었다고 하더라”고 했다.

출처: MBC '엠빅뉴스' 캡처

◇소유 형태 두고도 ‘전거지’·‘월거지’라 불러


주택 소유 형태에 따라 전세 살거나 월세 사는 이들을 비하하는 단어도 있다. 전거지와 월거지다. 전거지는 전세 사는 거지, 월거지는 월세 사는 거지를 의미한다.

출처: MBC '엠빅뉴스' 캡처

6살 자녀를 키우고 있는 임모씨(32)는 “딸 아이가 유치원에 다녀와서 대뜸 우리 집 산 거야? 전세야? 월세야? 이렇게 묻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임씨는 “딸에게 너 그게 뭔지는 아냐고 물었더니 무슨 뜻인지 이해조차 못 하고 있었어요.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냐니까 친구들이 물어봤대요. 그러면서 월세 사는 애들이랑은 안 논다고 했다는데 그 말 듣고 기도 안 찼어요”라고 회상했다.


임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집을 가졌는지 못 가졌는지를 두고 차별하고, 차별받는 현실을 걱정했다. 그는 “주변에 지방에 집이 있는데도 아이를 더 좋은 환경에 키우고 싶어 서울에서 월세 사는 사람들도 있어요. 월세든 전세든 집마다 사정이 있는데 왜 그걸로 아이들을 평가하는지 안타까워요”라고 말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전거지·월거지에 대한 반응들

◇부모 월급도 비하···월 200만원 벌면‘이백충’


부모 월급이 적다는 이유로 벌레 충(蟲) 자를 붙여 비하하는 단어도 있다. 월급 액수에 충을 붙인 이백충과 삼백충이다. 2019년 8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 애들 놀림감’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초등학교 사회복무요원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1~2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이백충, 삼백충 하며 별명을 부르는 것을 봤다”고 했다. 그는 “호기심에 물어보니 아빠 월급을 뜻하는 거였다. 월급이 200만원대면 이백충, 300대면 삼백충, 500 이상이면 금수저라더라”고 설명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요즘 애들 놀림감.jpg'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

서울의 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최모씨(29)는 “3학년 아이들이 학원에서 일하면 한 시간에 얼마를 받냐고 물어봤다”고 말했다. 최씨는 “아이들이 시급 1만원은 받냐, 그 정도밖에 못 벌어도 괜찮냐면서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마냥 어린 애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한 육아 커뮤니티에는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부모 월급, 차종을 물어본다는 글도 올라왔다. 다른 네티즌은 “유치원생들이 우리 차는 OO다 이런 식으로 자랑을 한다. 외제차면 으쓱하고, 국산차는 창피해한다”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글 jobsN 박아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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