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구는 '대륙 히어로'가 지킨다?

조회수 2020. 9. 23. 11: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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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차이니즈 히어로가 지킨다"..할리우드를 삼킨 '차이나 머니'
세계 최대 영화관 사업자는 중국 완다그룹
알리바바, 텐센트 등 대규모 자본 투자
할리우드서 망한 영화도 중국가면 제작비 회수
감독들 중국 눈치 보며 영화 질 낮춘다는 비판도

마블 스튜디오가 중국계 슈퍼히어로 주연의 영화를 제작한다. 2021년 개봉 예정인 ‘샹치 앤 더 레전드 오브 더 텐 링스’이다. 쿵푸 스타 이소룡이 모티브다. 케빈 파이기 마블 대표는 ‘샹치’ 캐스팅의 98% 이상이 아시안 배우들이라고 밝혔다. 중국 네티즌은 열광했다. 중국의 인기 SNS인 웨이보에는 ‘마블 첫 중국계 영웅’이라는 토론방이 생겼다. 4일 만에 방문객 6억5000만명, 댓글 14만건을 기록했다.


◇할리우드를 점령한 차이나 머니 


최근 이렇게 중국의 향기를 품은 할리우드 영화가 많이 등장했다. 주로 재난 영화나 블록버스터물이다. 주인공은 결정적인 순간에 중국인의 도움을 받는다. 위기에 영웅적으로 나서는 건 중국인이다. 뜬금없이 영화의 배경이 중국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모두 대규모 중국 자본이 할리우드 영화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출처: 영화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한 중국 배우 판빙빙

중국 자본은 2011년 할리우드에 처음 진출했다. 신위엔예라는 영화사에서 1000만달러(약 116억2900만원)를 투자해 SF영화 ‘클라우드아틀라스’를 만들었다. 할리우드 유명 감독인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다. 이후 중국 기업들은 줄지어 할리우드에 투자를 시작했다.


중국 부동산 재벌 완다그룹은 아예 할리우드 기업을 인수했다. 2012년 미국의 2위 영화관 체인 AMC를 26억달러(약 3조178억원)에 인수했다. 이미 중국 최대 영화관 체인인 완다 시네마를 가진 완다그룹은 이를 통해 세계 최대 영화관 사업자가 됐다. 완다그룹은 2016년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도 35억달러(약 4조638억원)에 인수했다. ‘다크나이트’, ‘인터스텔라’, ‘쥬라기월드’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다. 할리우드에겐 충격적인 인수합병 소식이었다.

출처: 조선DB
(좌)영화 '미션임파서블 : 로그네이션' (우)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대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 역시 영화사 알리바바픽쳐스를 설립해 투자에 나섰다.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 ‘스타트랙 비욘드’ 등 굵직한 영화에 참여하며 할리우드에 이름을 알렸다. 2016년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사 엠블린파트너스 지분 일부를 인수하며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2018년 영화 ‘터미네이터’의 제작사인 스카이댄스 미디어 지분 일부를 인수했다. 스카이댄스 미디어는 미국 파라마운트픽처스가 공동 출자한 회사다. 2019년 윌스미스 주연의 ‘제미니 맨’과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터미네이터 : 다크페이트’를 제작했다.  


◇중국 시장의 눈치를 보는 할리우드 


이제 할리우드는 중국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자본 투자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 영화 시장은 올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중국 박스오피스 누적 수입은 613억2000만위안(약 10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중국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 중이다. 한국의 흥행 기준 ‘1000만 관객’을 일주일 안에 넘긴다. 때문에 할리우드에서 망한 영화도 중국에서 흥행하면 제작비를 회수한다. 중국 시장에서 성공 여부가 할리우드 영화의 흥망을 좌우하는 셈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외국영화에 엄격한 검열을 실시한다. 중국이 조금이라도 부정적으로 나오거나 고위층의 심기를 건드리면 가차 없이 상영이 취소된다.

출처: 영화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한 중국 배우 리빙빙

때문에 할리우드는 중국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중국 내 상영 규제를 피하고 흥행을 노리기 위해서다. 불필요한 중국 로케이션 촬영을 하거나 중국인 배우를 기용한다. 하지만 무리한 끼워 넣기 식으로 영화의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중국의 향기를 가득 담아 흥행에 울고 웃은 할리우드 영화를 알아봤다.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Transformers : Age of Extinction, 2014)

출처: 영화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

할리우드 대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4번째 영화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 외계에서 온 로봇 트랜스포머가 지구를 뒤흔드는 이야기다. 중국관영 영화채널과 중국 지아플릭스엔터프라이즈가 투자에 참여했다. 그 결과 리빙빙, 한경 등 10여 명의 중국 배우가 출연했다. 또 시리즈 내내 미국 텍사스였던 영화 배경은 뜬금없이 중국으로 이동했다. 새로운 로봇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다. 대규모 전투신은 미국 시가지가 아닌 중국의 대자연 속에서 펼쳐진다. 등장인물과 배경이 모두 인위적이라는 혹평과 함께 북미에서 시리즈 최저 평점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에서 흥행은 성공했다. 북미 성적은 2억4000만달러(약 2788억원), 중국 성적은 3억2000만달러(약 3717억원)다. 영화 총 수익의 30% 이상을 중국이 책임졌다.


◇마션(The Martian, 2015)

출처: 영화 '마션'

리들리 스콧 감독의 SF 영화 ‘마션’은 중국의 투자를 받은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중국을 긍정적으로 그려내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의 주인공 맷 데이먼은 화성에 낙오된 우주비행사다. 중국의 과학 기술이 그를 지구로 무사히 귀환시킨다. 중국항공우주국은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위성발사체 ‘태양신’호 지원 등 중국 정부의 기술력이 돋보인다. 고웅, 로 진수, 브루스 웡 등 중국 배우들도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덕분에 마션은 개봉 첫 주에만 중국에서 5010만달러(약 580억원)을 벌었다. 전 세계 수익 5억4510만달러(약 6331억원)의 10% 수준이다.


◇그레이트월(The Great Wall, 2017)

출처: 영화 '그레이트월'

2017년 개봉한 영화 ‘그레이트월’은 미중 합작영화다. 할리우드 배우 맷 데이먼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중국의 장이머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완다그룹의 레전더리픽쳐스와 미국 유니버셜픽처스가 1억5000만달러(약 1744억원)를 들여 함께 만들었다. 영화는 서양의 용병 맷 데이먼이 화약을 구하러 중국에 간다. 그러다 만리장성에서 중국군과 함께 괴수 군단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다. 만리장성은 세상을 지키는 마지막 장벽으로 나온다. 중국 배우 경첨이 사령관으로 나와 주인공과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하지만 허술한 스토리 전개로 혹평을 받았다. 장이머우 감독은 중국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 내용 수정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북미 시장 수익은 4516만달러(약 525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중국에서 총 수익 3억3066달러(약 3844억원)의 50% 이상인 1억7096만달러(약 1987억원)을 벌어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었다.


◇퍼시픽림 : 업라이징(Pacific Rim :Uprising, 2018) 

출처: 영화 '퍼시픽림 : 업라이징'

‘퍼시픽림 : 업라이징’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미국 SF 영화 ‘퍼시픽림’의 속편이다. 완다그룹의 레전더리픽쳐스가 제작했다. 지구를 침공한 외계 생명체에 맞서는 로봇 예거와 조종사들의 이야기다. 일본이 주 배경이었던 1편과 달리 중국의 영향력이 커졌다. 로봇 예거 군단의 본거지는 중국이며 사령관도 중국인이다. 1편의 일본인 주인공은 갑작스럽게 죽는다. 빈자리를 채우는 사람은 중국 배우 경첨이다. 중국 거대 IT기업 샤오의 CEO 역할이다. 샤오는 로봇 조종사들이 위기에 처하자 첨단 기술을 이용해 인류를 구한다. 중국 기업 샤오미를 연상시키는 이름이다. 북미에서는 부실한 전개로 혹평에 시달렸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북미의 2.3배 수익을 냈다. 개봉 첫 주 북미 성적은 2800만달러(약 326억원)에 그쳤지만 중국 성적은 4528만달러(약 526억원)에 달했다.


글 jobsN 오서영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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