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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전하던 아나운서의 반전, 이젠 새내기 순경입니다

조회수 2020. 9. 23. 11: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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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그만두고 32살에 순경 계급장 달았습니다
멕시코대사관 인턴 하다 우연히 방송계 진출
경찰 아버지 권유로 29살 때 순경 공채 도전
중앙경찰학교 298기 졸업생 김민선(32) 순경

"산토끼에서 집토끼로 변신한 기분이에요."


2019년 12월27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신임경찰 298기 졸업식이 열렸다. 2994명 졸업생이 어깨에 계급장을 달고 경찰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서울 강서경찰서 가양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김민선(32) 순경도 그 중 한 명이다.

출처: 본인 제공
김민선(32) 순경.

특이한 것은 김 순경의 이력이다.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 전까지 5년간 프리랜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다. KBC광주방송·울산MBC·KTV 국민방송·BBS불교방송에서 시청자와 만났다. 취업준비생과 어린이를 위해 스피치 강의도 했다. 그런 그가 진로를 바꿔 경찰 시험에 도전한 이유가 궁금했다.


-방송인 출신 경찰이다. 이력이 특이한데.


“덕성여대 스페인어과를 나왔다. 첫 직장은 주한멕시코대사관 인턴 비서였다. 친구의 소개로 여성잡지에서 뷰티 모델을 했는데, 이를 계기로 지역 방송국에서 리포터 일을 시작했다. 통·번역 쪽을 생각하다 방송 분야로 진로를 바꿨다. 프리랜서는 각 방송사 프로그램별로 일감을 맡는다. 2017년에는 불교방송 스님 초대석 프로그램과 강서구청 구정 뉴스 등을 진행했다. 2013년 울산MBC에서는 등산 프로그램을, 같은 해 KBC에서는 ‘생방송 투데이’같은 교양 프로를 했다. 취준생을 상대로 면접 특강, 어린이 대상 스피치 강의도 했다.”


-아나운서 생활은 어땠나.


“성격이 외향적이라 원래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사람 만나기를 좋아한다. 아나운서로 일하는 동안 전국 각지를 누비며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아웃도어 관련 방송 프로그램에서 먼저 출연 제의가 오기도 했다. 근무환경은 만족스러웠다.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출처: 본인 제공
김 순경이 강서구청 구정 뉴스를 진행하는 모습.

-그런데도 경찰로 전직을 결심했다.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다. 친구들은 직장에서 자리를 잡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프리랜서인 나는 일이 없으면 무기한 무급 휴가를 보내는 것과 다름없었다. 언제까지 계속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었다.


경찰로 전직한 건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가 38년 동안 경찰공무원으로 일하고 2016년 퇴직하셨다. 2014년쯤 경찰 시험을 준비하는 게 어떻냐고 권하셨다. 경찰에서도 내 특기와 경험을 살릴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그때는 방송을 정말 재미있게 하고 있어서 전혀 생각이 없었다. 퇴직하시면서 다시 한번 권유하셨는데, 이때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합격까지 얼마나 걸렸나.


“2016년 말에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엔 1년을 잡고 뛰어들었는데, 딱 2년 걸렸다. 달라진 생활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매일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다. 주말에는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싶었지만, 참았다. 1년 6개월 동안은 공부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학원 수업을 꾸준히 들으면서 마지막 4개월은 기숙학원에서 공부했다.”

출처: 본인 제공
리포터 시절 인터뷰하는 김 순경.

-전혀 다른 환경으로 바뀐 셈인데.


“경찰학교에서는 휴대폰도 자유롭게 쓸 수 없다. 하지만 경찰이라는 직업 특성상 어느 정도의 규율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중앙경찰학교에서 10살 넘게 어린 동기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여대를 나와서 남녀가 함께 어울릴 기회가 적었는데, 나이, 성별과 상관없이 친구처럼 즐겁게 지냈다.”


-경찰로 전직을 후회한 적은 없나.


“수험 생활을 할 때는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함께 공부를 시작했는데 먼저 합격한 친구들을 보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 필기시험이 1년에 두 번 있는데, 다섯 번째에 붙었다. 공부할 때 조금만 더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합격 이후 지금까지는 한 번도 후회해본 적 없다. 일도 적성에 맞다.”

출처: 본인 제공

-지구대에서는 어떤 사건이 많나.


“주취자가 많다. 술에 취한 시민을 상대하는 게 가장 힘들다. 술을 마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입이 거칠어지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사람이 많다. 처음엔 나한테 왜 욕을 할까 반감이 들었다. 이제는 그냥 술이 잘못이라 생각하고 넘긴다.


지구대 근처에 가양대교가 있다. 신변을 비관해 다리에서 뛰어내리거나 투신을 시도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까지 두 번 정도 뛰어내리려는 사람을 뒤에서 끌어안아 막았다. 한 번 시도해본 사람이 투신 시도를 되풀이할 때가 많다. 이름을 다 외울 정도다.”


-아나운서로 일할 때와 지금의 근무환경을 비교한다면.


“산토끼에서 집토끼로 변신한 기분이다. 수입은 줄었지만, 경력직으로 입사한 게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였다. 근무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92점을 주고 싶다.”

jobsN: [CCBB]아나운서 그만두고 32살에 순경 계급장 달았습니다

-지난 5월 대림동 경찰 폭행 사건으로 ‘여경 무용론’ 논란이 있었다.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는 걸 안다.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성별을 떠나 본인이 가장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방송업계에 있다가 들어왔다. 체력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단련하고 있다. 나부터 잘하자는 생각뿐이다. 앞으로 여경 체력시험 기준을 강화한다고 들었다. 무조건 비판하기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


-경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처음에는 막연하게 대화경찰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화경찰이란 시위대 참가자와 소통하고 협상하는 경찰을 말한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근무를 시작하면서 다양한 업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경제·지능범죄·사이버범죄 등 전문성을 살려 일할 수 있는 전문수사요원으로 근무하고 싶다. 시보 기간이 끝나면 수사관 자격이 주어지는 수사경과 시험에 도전해보고 싶다. 전문성을 살려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시민을 돕는 든든한 경찰로 일하고 싶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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