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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역경이나 고난이 아니에요. 그저 다른 것입니다"

조회수 2020. 9. 23. 11: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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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사랑받는 유튜버들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사랑받는 유튜버들
‘동정’ 아닌 ‘존경’으로 콘텐츠 보는 구독자

조금 어눌하지만 끝까지 노래하는 사람, 일회용 소변줄 사용법을 보여주는 사람…


요즘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유튜버들이다. 이들의 영상을 본 누리꾼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고 아무 생각 없었던 일상이 소중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조회 수 100만회씩 기록하는 영상의 주인공들은 장애인이다. 유튜버마다 다른 장애를 갖고 있지만 모두 자신의 장애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들이 어떤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지 알아봤다.

출처: 노래하는 민이 유튜브 캡처
처음엔 '노래하는 경민'으로 시작했다가 악플이 심해 계정을 닫았다. 그리고 용기를 얻어 '노래하는 민이'로 다시 시작했다.

◇노래 하나 50번 연습해서 부르는 ‘민이’


"몸이 불편하고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래를 좋아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큽니다."


'가족사진',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등 다양한 노래를 부르는 이 사람은 유튜버 '노래하는 민이'다. 그의 말처럼 노래하는 민이는 선천적 뇌성마비를 앓고 있어 움직임이 불편하다. 그러나 누구보다 열심히 진심을 다해 노래한다.


평범한 회사원이 꿈이었던 그는 면접도 많이 봤고 회계, 심리상담사 2급 자격증을 따는 등 노력도 많이 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평범한 회사원이 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계속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고민하던 중 중학생 때 장애인 가요제에 나가 상을 받았던 행복한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노래임을 깨닫고 유튜브를 시작했다. 그는 "많은 분이 응원해 주시고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노래 한 곡을 부르기 위해 적게는 30번, 많게는 50번까지 연습한다. 영상도 20번 찍는 건 다반사다. 한 곡을 다 부르고 나면 배도 아프고 숨도 차지만 모든 걸 감내할 만큼 노래가 좋다고 말한다. 이런 그의 노력에 노래하는 민이 채널을 보는 구독자는 16만명이 넘는다. 자신의 노래를 들어주는 팬을 위해 2019년 12월에는 작은 콘서트 겸 팬 미팅도 열었다.


노래하는 민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는 노래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과거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은 무조건 도와줘야 하고 뭘 해도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저로 인해 깨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는 게 먼저고, 그다음은 저와 같이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출처: 위라클 유튜브 캡처
위라클을 운영 중인 박위씨. 그는 '휠체어 타고 ~하는 법' 등과 같은 콘텐츠를 통해 궁금증을 해결해주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콘텐츠로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준다.

◇휠체어로 희망을 전하는 ‘위라클’


하반신 마비인 박위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위라클(weracle)’도 있다. 위라클은 ‘우리 모두(we) 기적(miracle)을 맛보는 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유튜브에는 ‘휠체어 타고 샤워하는 법’, ‘휠체어 타고 비행하기’ 등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그의 일상이 올라온다. 박위씨는 과거 잡스엔과의 인터뷰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장애는 특별한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 의류브랜드 정규직 입사를 앞둔 2014년 3~4m 높이의 건물에서 떨어져 목뼈가 부러졌다. 당시 전신 마비 진단을 받았지만 워낙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라 ‘곧 걷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또 처음 중환자실에 입원하고나서 나보다 더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영상을 다룰 줄 알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2019년 1월 유튜브를 시작했다. 다양한 콘텐츠로 홍보영상 촬영, 공모전, 강의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다른 유튜버 ‘굴러라구르님’도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굴러라구르님은 영상에서 자신을 뇌성마비 장애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뇌를 다쳐서 걷거나 뛰는 활동은 불가능하고, 손이나 신체를 사용하는 운동기능이 많이 떨어진다”고 했다. 호흡하는 것도 조금은 힘들다고 덧붙였다.


올해 20살로 이제 막 성인이 된 구르님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한 콘텐츠를 올린다. ‘장애 극복은 무슨 말일까’ 영상에서는 교육청 장애 이해 교육 자료 속 ‘장애 극복’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극복은 역경, 고난을 이겨낼 때 쓰는 말인데, 장애를 역경이나 고난으로 밖에 보지 않는 것”이라면서 “이건 비장애인이 만들고 비장애인만을 위한 장애 이해 교육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출처: 굴러라구르님, 브래드박 유튜브 캡처
굴러라구르님(좌), 브래드박(우). 브래드박은 주로 BB탄 총으로 부르는 에어소프트건을 리뷰하는 콘텐츠를 올린다. 흔히 말하는 '밀덕(밀리터리 덕후)'에게 인기가 많다.

◇장애가 소통의 장벽 될 순 없어


이 밖에도 청각장애가 있는 ‘미진TV’·‘하개월’·‘리후TV’, 시각 장애가 있는 ‘브래드박’ 등 각자의 자리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활동하는 유튜버가 늘고 있다. 이들이 가진 장애는 다를지 몰라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비슷하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잘못된 장애 인식을 바로 잡는 것과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구독자 반응도 나쁘지 않다. 노래하는민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나보다 노래 잘 한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처음으로 콘서트를 간 굴러라구르님 영상에는 ‘휠체어석은 전화로만 예매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고 간다’는 내용이 많았다.


이성규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 유튜버가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유튜브에서는 장애가 부각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장애가 세상과 소통하는데 장벽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에서는 장애인들이 자연스럽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는 장애를 둘러싼 혐오와 편견들을 오롯이 마주한다는 의미고 또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유튜버 '아임뚜렛(본명 홍정오)'은 거짓 방송 논란으로 기사에서 삭제합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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