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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안주는 회장님께 직원들이 돈모아 생신 선물 드려요

조회수 2020. 9. 23. 17: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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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안주는 회장님께 직원들이 돈모아 생신 선물 드려요
팬퍼시픽 회장 생일 앞두고 1만~5만원 걷어
루이비통·에르메스 선물···회사는 입금 강요
직원 건보료 미납, 연차도 못가고 퇴직금도 모르쇠

‘회장님 생신 선물 관련 집금 예정 금액’

출처: VIDEOMUG비디오머그 유튜브 캡처

필리핀 국적 팬퍼시픽 항공 한국 영업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11월 중순 메일 한 통을 받았다. 회장의 생일 선물 구매를 위해 돈을 걷는다는 내용이었다. 메일엔 각 직원의 이름, 직급과 부담금까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사측은 직원들에게 걷은 돈으로 카드지갑과 벨트를 사겠다고 했다. 지갑은 50만원 상당의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 제품이었고, 루이비통 벨트는 66만원이었다. 6만원짜리 케이크를 더해 직원에게 걷는 수금액은 총 122만원이었다.


팬퍼시픽 항공 한국 영업소가 2016년 창립 이후 매년 회장 생일 때마다 직원들에게 돈을 걷어왔다고 SBS가 12월2일 보도했다. 회사 비서실은 메일에 입금 기한과 계좌까지 적어주면서 입금을 강요하다시피 했다. 부담금은 직급에 따라 1만~5만원 사이였다. 입금 기한은 메일을 보낸 바로 다음 날 정오였다.

출처: 각사 홈페이지 캡처
루이비통 벨트와 에르메스 카드지갑

회장의 생일 선물을 산다고 돈을 걷는 것도 문제지만, 황당한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직원들의 돈으로 회장의 명품 액세서리를 사는 이 회사는 정작 직원의 연금·건강보험료도 부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SBS 취재 결과 일부 직원에게는 연차휴가를 못 쓰게 하고, 필리핀 법을 근거로 퇴직금도 안 주겠다고 버티다 고용노동부에 신고도 당했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 악화로 보험료를 미납했지만, 2020년 2월까지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팬퍼시픽 항공의 갑질은 승객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다. 지난 5월 필리핀 칼리보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떠날 예정이던 항공편이 기체 결함으로 출발이 12시간 넘게 늦어졌다. 사측은 승객들에게 늦어도 8월까지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했지만, 9월 중순까지 보상은 없었다. 피해 승객의 연락도 수십 차례나 받지 않았다고 한다. 팬퍼시픽 항공은 잦은 지연과 보상금 미지급 등으로 국토교통부 항공운송 서비스 평가에서 2016년부터 3년 연속 소비자 보호 부문 F등급(매우 불량)을 받았다. 회장이 매년 명품 생일 선물을 챙기는 동안 직원과 승객들은 적법한 대우나 보상조차 받지 못한 셈이다.

출처: SBS 뉴스 유튜브 캡처
준오헤어는 지각한 직원들에게 수만원의 돈도 걷었다고 한다

◇“대표님은 우리의 사랑입니다” 스승의 날, 명절 때도 선물


2018년 10월에는 미용실 프랜차이즈 준오헤어에서 상납 논란이 불거졌다. 매장 원장들이 설·추석·생일·스승의 날 등 1년에 4번 강윤선 대표에게 명품 시계·핸드백 등 고가 선물을 했다는 것이다. 본사 임원이 매장 원장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돈을 걷었고, 입금한 사람만 대화방에서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한 번 행사를 할 때마다 모인 돈은 수천만원에 달했다. 사측은 “원장이 자발적으로 한 일”이라고 했지만, 원장들은 “불만을 얘기했다가 대표 눈 밖에 날까 봐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냈다”고 했다. 


강 대표는 지난 5월 한 월간지와 인터뷰에서 상납 논란을 부인했다. 강 대표는 “직원 3000명 앞에서 부끄러운 일은 한 적이 없다”고 했다. “36년간 거쳐 간 사람이 수십만명인데, 그런 일이 있었다면 벌써 터졌을 것”이라는 것이다. 준오헤어 측은 논란 이후 경조사 등 경비로 쓰기 위해 모았던 회비를 걷지 않겠다고 밝혔다.

출처: (왼)조선DB, (오)총각네야채가게 홈페이지 캡처
이영석 전 대표와 사과문

지난 2017년 7월에는 ‘흙수저 신화’로 유명한 이영석 총각네야채가게 전 대표가 선물 강요 논란으로 비난을 받았다. 점주들은 이 전 대표가 스쿠터를 사 달라고 요구하고, 단체 대화방에서 스승의 날에 연락 한 통 없었다며 ‘문자 하나 보내는 게 어렵냐’, ‘참 쓰레기 같은 놈들’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폭로했다. 이 전 대표는 직원들에게 교육을 빌미로 수시로 욕설을 퍼붓고 뺨을 때렸다. 이 전 대표는 평소 가맹점주를 ‘똥개’와 ‘진돗개’로 구분하면서 ‘똥개로 살지 말고 진돗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커지자 이 전 대표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고등학생 때부터 생존을 위해 밑바닥부터 치열하게 장사를 하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사과했다. 또 “욕부터 사람을 대하는 태도까지 무지했고, 무식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총각네야채가게 운영사 자연의모든것을 주스 프랜차이즈 쥬씨에 매각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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