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빌딩 대회 우승 차지한 시한부 난치병 환자입니다

조회수 2020. 9. 24. 10: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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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법 없다지만, 죽기 살기로 운동해 가족과 함께 웃어보렵니다
헬스 트레이너 오영복 씨
'유전성 소뇌위축증' 앓아
2019 피트니스 스타 전남 대회 우승
운동으로 난치병 도전해

지난 10월 6일 전남 광주에서 ‘2019 피트니스 스타 전남’ 대회가 열렸다. 머슬, 클래식 보디빌딩, 피지크, 모델, 클래식 피지크, 어슬레틱 모델 등 다양한 종목에 수많은 선수가 출전해 완벽한 근육을 뽐냈다. 그중 어슬레틱 모델 종목(스포츠 레깅스를 입은 참가자의 상체와 외모, 퍼포먼스 등을 심사하는 피트니스 스타 종목) 우승자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 주인공은 ‘유전성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는 헬스 트레이너 오영복(36)씨다. 소뇌위축증이란 소뇌 이상으로 균형감을 상실해 보행과 발음에 장애를 보이거나 손과 발의 움직임이 부정확해지는 희귀 난치병이다. 짧게는 발병 5년, 길게는 30년 안에 전신 마비로 사망에 이른다. 아직까지 소뇌위축증의 치료법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오씨는 병에 굴복하지 않고 피트니스 대회 우승이라는 희망을 만들었다.

출처: World Sports Top Model Show 제공
오영복 씨.

◇ 대학 졸업 후 액션 배우로 일해


호남대학교 다매체영상학과에서 연기를 전공한 오씨는 배우를 꿈꾸던 청년이었다. 배우가 되고 싶어 대학 졸업 후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에서 오디션을 보러 다니며 연기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러던 중 액션 연기를 배울 수 있는 액션스쿨을 알게 됐다. 평소에도 운동을 좋아했던 오씨는 오디션을 본 후 합격해 액션스쿨에서 연기를 배웠다.


그렇게 오씨는 25살 때부터 액션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뮤직비디오, CF, 영화, 드라마 등에서 단역을 맡으며 스턴트 신(주로 영화 촬영에서 하는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행위)이 있으면 대역을 했다. 2009년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배우 김현중, 이민호 씨의 대역을 맡기도 했다. 그렇게 4~5년을 액션 배우로 살았다.

출처: 본인 제공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액션 배우로 연기했던 오영복 씨(첫 번째 줄 오른쪽).
출처: 본인 제공
액션 배우로 활동했을 때의 오영복 씨.

그러나 액션 배우로 살아가기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았을 뿐더러 부상의 위험도 컸다. 그의 부모님도 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얻길 원했다. 결국 오씨는 30살에 액션 배우를 그만두고 한 물류회사에 입사해 회사원 생활을 시작했다. 오씨에게 운동은 취미가 됐다.


◇ 갑자기 찾아온 이상 증세


회사에 다니며 하루하루를 평범하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몸에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길을 가다가 자주 넘어졌고 물컵이나 음료를 들고 가면 안에 내용물을 쏟기 일쑤였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힘들어졌다. 처음에는 운동 부족 때문이라 생각했다. 운동을 더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해 운동을 더 열심히 했다. 그러나 증세는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오씨는 병원보다는 운동을 택했다. 오씨는 일부러라도 운동을 더 하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헬스 트레이너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트레이너 생활을 시작하고 운동도 열심히 했지만 몸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결국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2015년, 오씨는 ‘유전성 소뇌위축증’ 진단을 받았다.


“소뇌위축증 진단을 받은 지는 4년 정도 됐어요. 그런데 이 병이 있을 거라곤 그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저희 집안 사람들이 이 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동생이 먼저 소뇌위축증에 걸려서 병이 많이 진행됐고 그런 다음에 저희 어머니 그리고 외삼촌이 소뇌위축증 진단을 받으셨어요. 그 후 저한테 소뇌위축증 증세가 나타난 거죠.”


오씨는 진단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좌절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병을 극복해낼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저는 미리 짐작하고 갔던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크게 충격을 받지는 않았고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먼저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한테 맞는 운동은 뭘까, 필요한 운동은 뭘까를 생각하며 운동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출처: 본인 제공
운동을 하고 있는 오영복 씨.

◇ 병을 막을 수 없다면 버텨보자 해서 시작한 운동


오씨는 병에 맞서기 위해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소뇌가 줄어드는 소뇌위축증에 필요한 건 ‘근력’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많은 운동 중에서 ‘피트니스’를 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 병이 소뇌가 줄어들면서 운동기능이 상실되는 거잖아요. 병 때문에 몸이 균형을 잃어가면서 흔들림이 심해지는데 이 흔들림을 잡을 수 있는 건 힘이라고 생각했어요. 흔들림을 막을 수 없다면 버텨보자고 생각했죠.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고 이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병과 맞서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남들보다 몸의 퇴화가 더 빨리 진행되기에 똑같은 운동이라도 체감 강도가 보통 사람들보다 10배는 높다. “흔들림 증세가 많다 보니 운동을 하는 데 힘든 점이 많아요. 웨이트 트레이닝은 자세나 그립을 중요시하는데 아무래도 흔들림이 있고 고정이 잘 안 되다 보니 부상의 위험도 늘 존재하죠. 운동을 할 수 있는 범위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오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힘듦을 극복하기 위해 생각해낸 것은 목표였다. 목표가 있으면 포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씨는 피트니스 대회를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피트니스 스타 전남대회를 위해 4개월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4시간 이상씩 운동을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 그는 지난 10월에 열린 피트니스 스타 전남대회 어슬레틱 모델 종목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다.


“대회 우승했을 때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생각하지도 않았던 거고 저는 무대 위에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도전이었거든요. 심사위원분들께서 제가 열심히 노력했다는 걸 알고 그런 부분에서 점수를 많이 주신 것 같아요.”

출처: 본인 제공
2019 피트니스 스타 전남 대회에서 오영복 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본인 제공
오씨가 대회에 출전해 받은 트로피들.

대회를 준비하며 힘들 때도 많았다. 그때마다 그의 머릿속을 스친 건 가족이었다. 오씨가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유는 가족과 함께 병을 이겨낼 방법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였던 것 같아요. 대회 출전이 스스로에게 도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운동을 통해 가능성을 찾고 싶었던 거예요. 운동이 병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저로 인해 입증된다면 저희 어머니와 외삼촌도 같이 운동하면서 병을 이겨내고 싶었어요. 같이 나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던 거죠.”


목표했던 대회는 끝났지만 대회 후 오씨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그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같은 처지의 환우들로부터 연락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제 얘기가 알려지면서 저와 비슷한 환우분들한테 문자가 왔어요. 저를 보고 ‘감동받았다’, ‘희망을 느꼈다’라는 메시지를 받았죠. 이런 문자를 받아 뿌듯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책임감이 더 커진 거 같아요. 제가 다른 사람들한테도 힘이 되고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에요.”


◇ 포기하지 말고 희망 갖길


현재 오씨의 건강을 묻는 말에 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병은 계속 진행되고 있어요. 다만 제가 운동을 통해서 병의 진행을 버티는 힘이 생긴 거죠.”

출처: World Sports Top Model Show 제공
오영복 씨.

현재까지 소뇌위축증에 대한 뚜렷한 치료법은 없다. 그러나 최근 그간 만성골수백혈병 치료제로 쓰이던 약인 ‘타시그나’가 소뇌위축증 치료에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오씨도 2019년 1월, ‘타시그나’ 약을 먹고 흔들림이나 어지럼 증상이 많이 호전됐다. 그러나 타시그나는 본래 백혈병 치료제로 나온 약이기에 소뇌위축증 처방으로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소뇌위축증 환자들은 타시그나를 복용하기 위해서 1알에 2만원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 경제적인 부담으로 약을 못 먹고 있는 환자들도 많다. 오씨 또한 약의 비용이 부담돼 현재는 타시그나를 복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오씨는 긍정적인 생각을 잃지 않고 있다. 그가 바라는 미래의 삶은 병이 완치돼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거라고 했다. 오씨는 같은 환우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갖고 꾸준히 움직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언젠가는 꼭 나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마인드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글 jobsN 장유하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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