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제자를 본 뒤..절망하던 연대 교수의 선택

조회수 2020. 9. 24. 11: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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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에 뛰어든 경영학 교수 "제약업계 엘론 머스크가 목표입니다"
UX(User Experience·사용자 경험) 전공 교수에서 창업가로
하드웨어나 약물 없이 소프트웨어로 질병 치료해
제약산업의 ‘테슬라’ 되는 게 꿈

최근 제약업계에서 새로운 치료제가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다. 디지털 치료제란 하드웨어나 약물 없이 특정 질환을 예방·관리·치료하는 소프트웨어 형태의 치료제다. 26년간 교직에 몸담고 있는 교수가 스타트업 대표로 나섰다. 아끼는 제자들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것을 보고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디지털 치료제 개발사인 ‘하이(HAII)’의 김진우(57) 대표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만났다.

출처: 본인 제공
'하이(HAII)’의 김진우 대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스타트업 ‘하이(HAII)’의 대표 김진우입니다. 치매,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정신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치료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1994년부터 26년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또 연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HCI Lab)를 이끌고 있어요. 학교에 교원 창업 신청을 해 허가를 받아 2016년 12월 주식회사 하이를 창업했습니다.”


김 대표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UCLA MBA 석사 과정을 마쳤다. UX(User Experience·사용자 경험)에 관심이 생긴 김 대표는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에서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인간과 컴퓨터 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HCI의 목표인 UX란 사용자에게 유익한 경험을 주기 위해 컴퓨터 시스템을 설계하고 연구하는 것을 말한다.


김 대표는 2015년 디지털 분야 세계 최대 학술대회인 국제HCI학술대회(ACM SIGCHI)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또 한국 HCI 학회의 학회장을 지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KT, SK텔레콤, 카카오 등 국내의 내로라 하는 대기업에 UX 관련 기술 자문을 해왔다.


-창업 계기가 궁금합니다.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기 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제자도 있습니다. 절망스럽고 안타까웠습니다. 청년들이 병원에 가고 싶어도 비용을 부담스러워합니다. 또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을까 봐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립니다. 쉽고 간편하게 치료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연구 분야인 UX와 관련된 기술을 디지털 치료제에 접목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처(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가 디지털 치료제 소프트웨어인 ‘SaMD(Software as a Medical Device)’를 평가할 때 UX에 대한 평가항목이 절반이 넘습니다. 전공인만큼 디지털 치료제 신약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동안 해 온 연구를 바탕으로 2015년 국가 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에 지원했고 선정됐습니다.”

출처: '하이' 홈페이지 캡처
치매 예방을 위한 인지훈련 챗봇 서비스인 '새미'.

-디지털 치료제의 효능이 궁금합니다.


“기존 의약품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보완합니다. 물리적 자극이나 약물 없이 기존의 증명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든 소프트웨어 치료제입니다. 약물처럼 몸에 직접 투입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기존 의약품보다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적어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미국 식품의약처(FDA)가 지난 1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획기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사전 심사 기간을 3년으로 줄였어요. 디지털 치료제의 진입장벽을 낮춘겁니다.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치료제를 개발하면 일반 약물과 같이 정식 인허가를 내주겠다는 것입니다. 일반 약처럼 처방도 가능해요.기존 의약품은 인허가 과정이 길고 비용도 많이 듭니다. 특히 정신건강과 관련한 신약 개발에는 보통 10~15년이 걸려요. 예산도 평균 1조5000억원~2조원이 듭니다.


실제로 작년에는 미국 식품의약처(FDA)로부터 허가를 받은 기업이 처음 나왔습니다. 알코올과 마약 등 중독을 치료하는 미국 디지털 치료제 개발사 '페어(PEAR)'입니다. 페어는 FDA 승인 후 기업가치 600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어요.”

출처: jobsN
앱 프로세스 화면.

‘하이’는 지난 5월 '뇌 건강 지키미 새미'를 오픈베타 서비스로 론칭했다. 치매 예방을 위한 인지훈련 챗봇 서비스다. 카카오톡에서 대화하며 인지 강화 훈련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하이는 현재 ‘새미’뿐 아니라 ADHD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뽀미’, 20~30대가 많이 겪는 우울증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유미’를 개발 중이다.


-‘새미’가 가장 먼저 나온 이유가 있나요.


“어르신들의 니즈가 컸습니다. 많은 분이 치매를 두려워하세요. 치매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 질병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치매는 한 번 발병하면 치료하기 어렵습니다. 예방이 중요해요. 어르신 치료제는 관심이 많지 않은 분야라 가장 먼저 출시했습니다.


사용자에게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는 인지 강화훈련을 합니다. 별도의 앱 설치가 필요 없습니다. 주 타깃이 50대 이상입니다. 앱 다운로드조차 번거롭고 어려워합니다. 카카오톡 채널에서 추가해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어요. 하루에 30분 정도 대화합니다.


훈련 영역은 총 5가지입니다. 언어영역, 계산영역, 집중력, 기억력, 실행능력이에요. 예를 들어, 언어 영역의 경우 새미가 ‘올바른 형태의 단어를 입력해달라’며 ‘지오렌’을 문제로 냅니다. 사용자는 ‘오렌지’를 적으면 됩니다. 숫자 계산하고 시를 외우는 등 다양한 문제가 나와요.


콘텐츠는 서울대학교병원과 이대목동병원과 협업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인지 강화훈련과 동일하게 5가지 영역에 대한 훈련을 대화 형식으로 제공해요. 서울대학교병원 이준영 교수와 이대목동병원 김건하 교수에게 자문과 검수를 받았습니다. 실제로 효과가 검증됐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두번씩 센터에 가서 상담사와 함께했던 치료를 스마트폰을 통해 매일 편리하게 할 수 있어요. 현재 이대목동병원, 서울대병원과 함께 임상 시험을 앞두고 있습니다.”

출처: 유튜브 채널 '하이(Haii)' 영상 캡처
'새미'를 이용하고 있는 어르신.

-아동을 대상으로 한 ‘뽀미’, 청년들을 위한 ‘유미’를 개발 중이라고요.


“‘뽀미’는 ADHD 초등학생 1~6학년 아동을 대상으로 합니다.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형성하는 보이스봇입니다. 기저핵을 강화해 ADHD 치료에 도움을 줍니다. 아동의 일생 생활과 학습 활동에 대해 과업을 알려주고 완성할 수 있게 해줘요. 예를 들어 하교 후 신발을 정리한다든지, 알림장이나 가정통신문을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든지 등 뽀미가 할 일을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뽀미’는 12월 중순경에 임상 실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연세대학교 신촌 세브란스 신의진 교수, 심리 치료 전문 MBI 클리닉 센터와 공동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미’는 20~30대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는 청년들을 위한 앱 서비스입니다. 명상 콘텐츠입니다. 과학적인 근거로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요. 국가과제로 진행중입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재진 교수, 책 ‘회복 탄력성’, ‘그릿’ 저자인 김주환 교수, 카이스트 명상과학연구소 소장이자 옥스퍼드대학교 동양학부 철학박사인 미산 스님이 함께 합니다. 2020년 하반기에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출처: 유튜브 채널 '하이(Haii)' 영상 캡처
'새미'를 이용하고 있는 어르신들.

-이용 가격과 매출이 궁금합니다.


“현재 2000명 정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오픈베타 서비스 중입니다. ‘새미’ 서비스는 3개월에 9000원이에요. ‘천사 패키지’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3개월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선물해줄 수 있어요. 선물 받은 사람이 동의하는 경우 선물해 준 사람이 훈련 과정을 알 수 있어요. 훈련 과정 중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보고 도와줄 수 있습니다. 90일간 매일 다른 유형의 콘텐츠가 나옵니다. 90일이 지나면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선택해 계속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기업이 서비스를 구매해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디지털 치료제 시장의 새로운 길을 열고 싶습니다. 엘론 머스크가 테슬라 자동차를 처음 만들었을 때 일반 자동차 회사는 주목하지 않았어요. 현재 디지털 치료제와 기존 제약회사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전기차가 자동차 산업에서 혁신이었던 것처럼 디지털 치료제로 제약 시장을 바꾸고 싶습니다. 제약산업의 엘론 머스크가 되고 싶어요. 또 디지털 치료제를 만드는 데에 실력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필요합니다. 디지털 치료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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