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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씨가 입은 이 블라우스 때문에 창업 결심했죠"

조회수 2020. 9. 24. 11: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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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지현 때문에 창업해 중국 알리바바·징둥닷컴 러브콜 받았습니다"
피에스알미디어 박세련 대표
AI 기술 활용해 클릭만으로 제품 정보 제공
중국 진출한 IT 스타트업 중 최고 성과 거둬

“영광의 3위는 바로…! 이번 대회에서 유일한 한국 기업이네요. 피에스알미디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매년 중국 항저우에서 전 세계 스타트업을 위한 창업 경진대회를 연다. 알리바바 클라우드 스타트업 콘테스트(CACSC)다. 예선은 중국 각 지역과 해외 각국에서 치른다. 예선을 통과한 스타트업은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중국 항저우에서 진검승부를 겨룬다. 올해는 중국 내 17개 지역과 유럽·아시아·미주 및 중동 등 16개 나라의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출처: 피에스알미디어 제공
피에스알미디어 박세련 대표(맨 왼쪽)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2019 크리에이트 알리바바 클라우드 스타트업 콘테스트'에서 수상 후 임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피에스알미디어는 2019 CACSC에서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결승전에 올랐다. 최종 3위를 수상했다. 역대 한국 기업 중 최고의 성적이다. 피에스알미디어의 픽클릭(Piclick) 서비스는 소비자가 이미지를 클릭(터치)하는 것만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AI 플랫폼이다. 피에스알미디어는 중국 대표 IT 유통기업인 알리바바와 공식 파트너 반열에 올라섰다. 지난 3월에는 징둥그룹과 제휴를 맺었다. 징동그룹이 자국 기업이 아닌 외국기업과 공식 제휴를 맺은 것은 처음이다. 10인 규모의 작은 국내 IT 스타트업 피에스알미디어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1·2위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은 비결은 무엇일까. 박세련(45) 대표를 만났다.

출처: jobsN
박세련 피에스알미디어 대표.

◇전지현 블라우스 문의 폭주 보고 창업 결심


-창업 이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첫 직장은 지금은 사라진 ‘조이너스’ 브랜드를 만든 나산그룹이었다. 이후 한섬으로 옮겨 수석팀장까지 올랐다. 18년간 여성복 패션업계에서 일했다.”


-퇴사하고 창업한 계기가 배우 전지현 때문이었다고.


“2013년 당시 시선인터내셔널(대표 브랜드 미샤)에서 신규 브랜드를 마케팅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어느 날 갑자기 본사에 블라우스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배우 전지현씨가 협찬도 안한 블라우스를 직접 입고 행사장에 나타난 것이다. 행사 사진을 본 수많은 이들이 옷의 브랜드와 구매 방법을 물어봤다. 포털사이트에서 전지현씨 사진을 두고 대체 이 옷이 어디 건지 네티즌끼리 논쟁을 펼쳤다.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은 국제전화까지 걸어 제품의 재고·컬러·사이즈를 물어봤다. 그땐 인터넷 쇼핑몰과 IT기업이 국내외로 크게 성장하던 시기였다. 제품 사진 한장만으로 소비자와 판매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기술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이미지로 상품 정보를 알려주고 판매자를 바로 연결해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었다. 2013년 퇴사해 그해 3000만원의 창업자본금으로 피에스알미디어를 설립했다.”

출처: 바이두 캡처
네티즌 사이에서 우연히 화제가 됐던 전지현의 블라우스. 회사로 블라우스 문의가 이어지는 걸 보고 박 대표는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3000만원으로 비전공자가 기술 회사를 창업할 수 있나.


“창업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기술력이나 막대한 자본이 아니다. 창업을 하면 무수한 시련을 만난다. 그 고비마다 버틸 수 있게 하는 건 창업 동기다. 약 20년간 패션업계에서 일하면서 늘 절박함을 느꼈다. 물론 한섬같이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패션 기업에 있을땐 위기를 잘 느끼지 못한다. 시간이 갈수록 패션 산업이 어려워진다는 걸 느꼈다. 인구가 줄어 내수가 축소됐다. 젊은 층은 국내 브랜드를 더 이상 찾지 않았다. 2013년 한 해에만 사라진 국내 패션 브랜드가 30개였다. 앞으로는 소수 브랜드만 살아남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답은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뿐이었다. 우리나라 현직 디자이너들은 국내 척박한 패션산업에서 살아남은 진정한 실력자들이다. 또 K팝·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다. 한국 패션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국내 패션업체들이 보다 쉽게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고 싶었다. 기술 기업을 창업하는 데 있어 비전공자라는 점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가 핵심이다.”

출처: 픽클릭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를 클릭(터치)하면 바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로 연결된다.

◇"통찰력 있는 데이터 선별 작업이 중요”


-픽클릭 서비스는 어떻게 탄생했나.


“창업 초창기엔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제품을 홍보했다. 기자 출신의 직원들을 뽑아 현장 취재를 나갔다. 월 2000장에 달하는 연예가 사진과 제품 정보를 국내외 미디어에 제공했다. 하지만 자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품이 너무 많이 들었다. 초기 목표했던 사업도 아니었다. 만들어진 이미지를 활용하자는 전략을 취했다. 그러려면 이미지·영상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수집해야 하는데 약 20배 많은 콘텐츠가 유통되는 중국시장을 연구했다. 사진을 따로 저장하거나 검색하지 않아도 원하는 상품을 발견한 즉시 클릭 한번만으로 구매할 수 있는 기술이 중국 시장에 필요한지 확인해나갔다.”


-기술력은 어떻게 입증했는지.


“중국 기업보다 픽클릭의 기술력이 더 낫다고 할 순 없다. 기술력에 있어서만큼은 중국 IT 업체들이 국내 기업들보단 크게 앞서있다. AI 영상 분석, 얼굴 인식 결제 기술 등을 일상에서 사용하는 나라다. 그럼에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이 피에스알미디어와 함께 하자 하는 이유는 나를 비롯한 팀원들이 패션업계 전문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단지 공대 출신이 만든 기술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었던 서비스의 디테일이 픽클릭에 있었다. 제품 이미지를 터치했을 때 정보를 죽 나열했다면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의상이 중요한지, 쇼핑몰은 어디를 노출해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통찰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해당 분야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기술력과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였다.”


출처: 피에스알미디어 제공
2019년 3월 징둥그룹과 업무 제휴를 맺고 있다(왼쪽), '2019 서울시 중국투자협력의 날' 행사에서 피에스알미디어는 서울 혁신 창업기업 4개사 중 하나에 선정돼 중국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중국 진출 관련 투자 협약을 맺었다(오른쪽).

-국내 대기업도 중국에서 사업을 시도하다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사람들은 중국에 큰 인맥이나 네트워크가 있냐고 묻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꽌시(关系·의리)’ 같은 걸 묻는 거다. 당연히 없다. 수없이 콜드메일을 보내고 전화도 했다. 거절하면 다른 담당자를 찾았다. 회사 앞에서 무작정 기다린적도 많다. 또 중국 내 주요 매체들을 잘 이용한 게 비결이다. 작년 말 4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상해 1위 미디어 동방망(東方網)에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동방망은 당시 바이두(중국의 1위 검색포털)와 제휴해 이미지 검색 서비스를 도입했다. 그러나 바이두 서비스가 수익률이 안나 픽클릭 서비스를 도입해 테스트해보던 중 우리 기술이 콘텐츠 상품의 매칭 정확도와 수익률이 훨씬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점을 다른 IT업체들에게 적극 홍보해줬다."


-동방망 서비스 입점 이후 다른 IT 기업들에게도 러브콜이 온건가.


"그렇다. 성공적인 성과를 입증하고 나니 텐센트(Tencent), 징둥(JD.com), 넷이즈(163.com), 소후(sohu.com), 치후360(360.cn) 등 IT 기업이 픽클릭을 찾았다. 정치적 이슈가 있는데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픽클릭 서비스에 대해 훨씬 큰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피에스알미디어는 2019년 1월 상하이에 법인을 설립했다. 1월 말 상해 텐센트 창업 센터에 한국 기업 최초로 입주 제안을 받았다.”


◇”사업해보니 직원 월급 주는 날이 제일 행복해”


-패션 디자이너에서 IT 사업가로 직업을 바꿨는데.


“회사를 처음 차리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직원들에게 월급 줄 때였다. 번 돈을 나를 위해 쓰지 않고 함께 일한 동료들을 위해 쓸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뻤다. 디자인만 해왔기 때문에 리더십이 부족했을 수 있다. 그래도 이익이 나면 단돈 1원이라도 더 나누려 했다. 그 모습에 팀원들이 진심을 봐준 것 같다. 창업 초창기 멤버가 해산되지 않고 5년 넘게 함께 갔다.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회사 미래가 불투명할 때도 끈끈한 연대감으로 뭉쳤다. 스타트업에선 이례적인 성과라 하더라. 그 점이 피에스알미디어의 가장 큰 이력이라 생각한다.”


-내년도 매출 목표와 비전을 말해달라.


“중국에서 픽클릭이 접근 가능한 수익시장 규모는 약 14조원이다.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까지 확장하면 시장가치는 더 커진다. 한국처럼 작은 규모의 시장에서는 스타트업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고민하는게 좋은 판단이라 생각한다. 피에스알미디어의 내년 매출은 최소 3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현재 11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앞으로 개발 인력을 더 채용할 생각이다. 최근 알리바바 국제 창업대회 결승전에서 3위에 오르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예상 못 한 성과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팀원들과 함께 해외시장을 개척해나가는 한국 IT 기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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