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걸을 순 없지만..미인대회 출신 리포터 인생 2막

조회수 2020. 9. 24. 11: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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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사고로 지체장애 1급 판정, 우울증에 빠진 그를 일으킨 건..
SBS ‘스타킹’, KBS ‘인간극장’ 출연
같은 곡 천 번 넘게 듣고 독학으로 하모니카 터득
아파트 7층에서 떨어져 사지마비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장애인을 불편한 눈으로 본다. 이런 편견 속에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당당하게 꿈을 이룬 사람들이 있다.


◇청각장애 발레리나 ‘고아라’


지난 6일 KBS 아트홀에서 열린 ‘제14회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에서 발레리나 고아라(31)씨가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고씨는 생후 4개월 때 고열 후유증으로 ‘감각신경성 난청’을 얻어 청력을 거의 잃었다. 왼쪽 귀로만 희미하게 들을 수 있어 청각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에게 상대 입 모양을 보고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구화(口話)’를 배웠다. 피나는 노력으로 지금은 사람들의 말을 80%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출처: SBS 뉴스 캡처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폐막식 공연 중인 고아라씨.

초등학생 때부터 취미로 발레를 배웠다. 발레를 통해 세상에 나설 용기를 얻었다. 자연스럽게 발레리나의 꿈을 키웠다. 희미한 청력으로 수없이 많은 음악을 듣고, 외우고, 박자를 계산해 춤 동작을 연습했다. 장애인 전형이 아닌 일반전형으로 경희대학교 무용과에 진학해 무용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6년 SBS 예능 ‘스타킹’에, 2017년에는 KBS ‘인간극장’에 출연했다. 방송 출연으로 이름을 알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폐막식 공연에 초청 받았다. ‘우리가 세상을 움직이게 한다’를 주제로 한 문화공연의 무용수로 무대를 빛냈다. 2018년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비엔나 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9급 공무원 시험 합격한 지체장애 2급 ‘이하늘’


서울 강동구에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 ‘주몽재활원’. 이곳에서 생활하는 이하늘(23)씨는 하반신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출생 직후 부모와 헤어져 3살부터 재활원 생활을 했다. 지체장애 2급인 이씨는 자신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에 좌절하지 않았다. 비관적인 태도로 인생을 포기하기보다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는 삶을 살았다.


그의 첫 번째 꿈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였다. 하지만 불편한 몸으로 직접 뛰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사회복지 분야 공무원을 하기로 결심했다. 2018년 12월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올해 6월 서울시 9급 사회복지직 시험에 응시해 7.4 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 그가 생활하는 주몽재활원에는 노량진 학원가에서나 볼법한 현수막이 걸렸다. ‘경축 이하늘 군 공무원 시험 최종 합격’. 이씨는 자신처럼 가족이 없는 장애인의 성공을 돕고 싶다고 한다.


◇시각장애인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출처: KBS 불후의명곡 캡처
(왼)전제덕씨,(오)전제덕씨와 가수 JK김동욱.

가수 JK김동욱은 지난 8월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씨와 함께 KBS ‘불후의 명곡’ 무대에 섰다. 바비킴의 ‘소나무’를 선곡한 이들은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전제덕(45)씨는 태어난지 보름만에 열병으로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이다. 특수학교인 인천 혜광학교에 들어가 교내 밴드 활동을 하면서 음악에 빠졌다. 1996년 라디오에서 벨기에 출신 하모니카 연주자 ‘투츠 틸레망’의 연주를 듣고 하모니카에 꽂혔다. 투츠 틸레망의 음반을 구해 듣고 또 들었다. 모든 트랙을 외워서 독학으로 하모니카를 터득했다. 악보 없이 연주하기 위해 같은 곡을 천 번 넘게 들었다.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연습했다.


2004년 첫 앨범을 냈다. 경이로운 그의 연주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이듬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부문을 수상했다. 2012년 5월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단독 공연을 열었다. 2016년 한국인 최초 ‘호너(HOHNER) 아티스트’로 선정, 세계적인 연주자 반열에 올랐다. 호너 아티스트는 독일 하모니카 브랜드 호너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하는 브랜드 공식 아티스트다. 하모니카 연주자에겐 최고의 영예. 많은 스타 연주자들이 호너 아티스트다. 전씨를 하모니카에 빠지게 한 ‘투츠 틸레망’과 클래식 하모니카의 전설 ‘토미 레일리’가 대표적이다. 전씨는 데뷔 12년만에 그의 정신적 스승이었던 투츠 틸레망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사고로 사지마비… 미술로 새로운 인생 시작한 ‘최지현’

출처: 본인제공
2000년도 사선녀 진선미 가운데 진 최지현씨.

2000년 전북 ‘사선녀선발대회’ 진 최지현(41)씨. 당시 나이 22살로 미인 대회 출전 후 방송 리포터로 활동했다. 다양한 꿈을 꾸면서 미래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멈추게 한 건 2004년에 발생한 어이없는 사고였다. 집들이가 있어 선배 부부가 사는 아파트 7층 현관 앞에 도착했다. 복도식 아파트였다. 1층에 친구들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복도 난간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순간 몸이 휘청했다. 중심을 잃고 그대로 추락했다. 바닥으로 떨어진 순간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 보니 경추 손상으로 인한 전신마비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심한 우울증에 대인기피증이 왔다. 어떻게든 살아가기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섰다. 2010년 우연히 방문한 잠실 장애인 창작스튜디오에서 미술 작품들을 보고 그 세계에 빠졌다. 최씨는 미술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 장애인 화실 ‘소울음아트센터’를 찾아갔다. 회화에 대한 기초부터 배웠다. 편치 않은 몸으로 그림을 그리는 건 쉽지 않았다.

출처: 본인제공
JW 아트 어워즈 시상식에서 최지현씨와 그의 어머니.

손에 힘이 없어 붓을 떨어뜨리거나 물감을 쏟는 일이 다반사였다. 팔을 정면으로 들 수 없어 몸을 틀어 작업했다. 미술에 대한 열정으로 끊임없이 도전했다. 2014년에는 서울디지털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해 미술전공과 함께 사회복지를 복수전공 했다. 2018년에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 합격해 동양화전공 석사과정을 밟고있다. 현재 장애인식개선교육 동양화미술 예술인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1월 8일 JW그룹 중외학술복지재단이 개최한 ‘2019 JW 아트 어워즈’에서 대상을 수상해 능력을 인정 받았다.


글 jobsN 안수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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