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선수 아니고, 두산 유니폼 입고 일하는 김 대리예요

조회수 2020. 9. 24. 11: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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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야'자도 몰랐던 제가 린드블럼 옆에 항상 있었습니다"
‘통역’으로 더 유명한 두산베어스 김용환 대리
미국 캠프 훈련 도우며 야구와 인연 맺어
2019시즌 외인 투수 2명의 통역 담당

올해 프로야구 통합 우승은 시즌 막판에 무서운 뒷심을 발휘한 두산베어스가 차지했다. SK와의 9경기 차이를 극복하고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10월 22일부터 26일까지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4전 전승을 거뒀다. 3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되찾았다. 두산의 통합 우승은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컸다. 특히 에이스 조시 린드블럼은 올 시즌 KBO리그의 유일한 20승 투수다. 20승 3패, 평균자책점 2.50으로 다승과 승률, 탈삼진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설 때마다 린드블럼 옆에 꼭 붙어있던 사람이 있다. 두산베어스 김용환(36) 대리다.

출처: 김용환 대리 제공
두산베어스 김용환 대리.

김용환 대리는 해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운영1팀 소속이다. 선수단 캠프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시즌 중에 영어권 외국인 선수의 통역을 도맡고 있다. 2019년에는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 선수의 통역을 맡았다. 김 대리가 두산베어스에 입사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2014년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한 캠프의 현지 업무를 맡아준 것을 계기로 6년 째 두산베어스에서 일하고 있다.


◇2014년 애리조나 캠프 계기로 두산베어스 입사


“2014년 초에 두산 선수단이 미국 애리조나 주로 캠프를 왔습니다. 당시 현지에서 업무를 맡아줄 사람이 필요했고, 마침 구단에서 일하고 있던 지인의 소개로 제가 현지 업무를 보게 됐어요. 그게 두산베어스와 제 첫 만남입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에 이민을 간 김 대리는 계속 미국에서 살 계획이었다. 2004년 군대에 입대했을 당시를 제외하고는 쭉 미국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2014년 귀국하게 됐고, 면접을 거쳐 두산베어스에 입사했다. 영어와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가장 큰 무기였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영어를 모국어인 한국어만큼이나 잘 구사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통역하는 데 있어서 영어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죠. 또 아버지가 제가 7살이었던 때부터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일본에서 일하셔서, 일본에서도 살았었어요. 일본어는 영어처럼 완벽하지는 않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입니다.”

출처: 베어스포티비 유튜브 캡처
경기 후 린드블럼, 후랭코프 선수 인터뷰에서 김용환 대리가 통역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야구의 ‘야’자도 모를 정도로 야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두산베어스도 잘 몰랐다. 야구라고는 김현수, 고영민 등 세계 대회에 출전 경험이 있는 선수 몇 명의 이름만 알고 있을 정도였다. 입사 이후 2014년 고다 이사오 불펜코치의 통역을 맡으면서 야구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코치님의 통역을 맡다 보니 선수들에게 세밀하게 알려줘야 하므로 많이 배울 수밖에 없었어요. 코치님에게도 야구에 대해서 배웠고, 또 선수들한테도 많이 물어보고 배웠죠. 에반스 선수를 담당하면서는 야수 파트도 배웠습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야구에 관해 공부하고 있어요.”


◇선수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해 전달


김용환 대리는 고다 코치를 시작으로 더스틴 니퍼트, 앤서니 스와잭, 마이클 보우덴, 닉 에반스 등을 포함해 9명의 통역을 맡았다. “지금은 저만의 방법을 조금 터득했는데, 이 전까지는 어떻게 통역해야 하나 어려움이 많았어요. 팬들로부터 지적도 많이 받았고요. 사실 인터뷰를 하거나 팬들 앞에서 말을 할 때 선수들이 말을 길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경우 저도 사람이다 보니 말을 놓쳐서 ‘아차’ 싶을 때도 있죠. 그래서 키포인트를 잡아가면서 통역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아직 통역을 잘못하거나 큰 실수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죠.”


그는 외국인 선수들을 전담하는 통역으로서 선수들의 의사를 가장 적절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1대 1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을 더 거쳐서 말을 하잖아요. 그래서 외국인 선수도 그렇고 두산 감독, 코치나 선수들도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미묘하게 다른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말을 그대로 직역하기보다는 뜻을 살려서 의역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어 표현들이 직역하면 뜻이 좀 이상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인터뷰에서 선수의 대답과 제 통역을 보고 ‘저렇게 말 안 한 것 같은데?’ 하시는 분들도 가끔 계시는데요. 전달하는 입장에서 선수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알기 때문에 적절한 말을 선택해서 통역한다고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출처: 베어스포티비 유튜브 캡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짓고 나서 응원 단상에 올라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 및 가족의 한국 생활 도와


김용환 대리의 업무는 경기장 밖에서도 계속된다. 선수들이 한국에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실 올 시즌에는 제가 선수들의 생활을 도와줄 필요가 거의 없었어요. 린드블럼 같은 경우 한국에서 워낙 오래 활동하기도 했고, 제 도움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적응해서 생활하고 있어요. 개인적인 요청이 많은 선수도 아니라서, 가끔 필요한 부분에 대해 말하면 최대한 빨리 해결해주려고 했습니다. 후랭코프도 2018년부터 한국에서 생활해 크게 어려운 부분이 없었어요. 다만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 있을 때 선수가 최대한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출처: 김용환 대리 인스타그램 캡처
선수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점을 함께 방문하기도 한다. 린드블럼, 후랭코프, 트레이너와 함께 한 음식점을 찾은 모습.

선수의 가족들도 불편함 없이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가족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점들을 모아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메뉴와 함께 좋아할 만한 음식점들을 소개하고, 찾아가는 법까지 상세하게 가르쳐준다. 또 긴급상황이 생기면 언제든 구단 관계자와 연락이 닿을 수 있도록 연락망을 구축했다. 선수와 가족들이 한국에서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안심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구단 내에서 외국인 선수들과 가장 많이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애정도 남달랐다. 실제 김용환 대리와 선수들은 서로를 각별하게 챙기고 있었다. “2019년 캠프 도중에 딸이 태어났는데, 제가 아내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속상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린드블럼이 사무실로 유모차를 보내줬어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 고마웠죠.”


후랭코프 선수 역시 그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특히 부상으로 2군 생활을 할 때 함께해준 것을 두고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사실 저는 제 일을 한 것뿐이기 때문에 전혀 그런 생각을 안 했어요. 그런데 후랭코프는 저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1군으로 올라오면서 선물을 주고 밥을 사주면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오히려 그 말을 듣고 제가 더 고마웠어요. 저는 당연히 할 일을 하는 것뿐인데 선수들이 제 생각을 해줄 때 선수들에게 저도 고마움을 느끼죠.”

출처: 김용환 대리 제공
김용환 대리가 통역을 담당했던 선수들과 찍은 사진. (좌)니퍼트 (우)에반스, 보우덴.

◇스프링캠프 준비하며 재정비 시간 보내고 있어


경기장 안팎에서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김용환 대리가 담당한 두 선수는 다른 선수들과 잘 어울리며 별 탈 없이 시즌을 보냈다. 그는 선수들이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내고, 또 이번 시즌처럼 좋은 성적을 냈을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선수들 성적이 좋으면 너무 기분이 좋아요. 또 성적이 안 좋을 때는 제 탓은 아니지만, 괜히 제 탓인 것 같고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죠.”


시즌이 끝난 지금, 그는 스프링 캠프를 포함해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1월에 스프링캠프를 시작해 포스트시즌이 끝나는 11월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어요. 특히 시즌 중에 평범한 스케줄에 따라 사는 직업이 아니다 보니까 가족들과 많이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죠. 제 개인적인 삶과 일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는 게 가장 힘든 점인 것 같습니다. 캠프가 시작되기 전인 12월에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예정입니다.”


글 jobsN 박아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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