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두타에..' 20년된 핫도그집 사장님이 놀란 이유

조회수 2020. 9. 24. 11: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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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지 7년 지난 지금도.."강남역 뉴욕제과 앞에서 만나"
두산타워에 입점하는 현대백화점
유통업계 부침과 상권 변화
기억 속 영원히 남은 랜드마크
“동대문의 상징 두타에 현대 간판이 걸리다니…”

두산타워 앞에서 20년째 핫도그 노점상을 운영 중인 강모씨는 새삼 세월의 변화에 놀랐다. 현대백화점 측은 두산그룹 서울 동대문 본사 건물 8개 층에 입점하기로 했다고 11월 12일 전했다. 두산그룹은 우리나라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다. 창업주 박승직이 1896년 종로에 세운 박승직 상점이 모태다. 박승직 상점은 조선시대 전국 멋쟁이들이 몰여드는 가게였다. 조선 내 오고 가는 모든 포목을 취급했을 뿐 아니라 한국 최초 화장품 박가분을 만들기도 했다. 패션과 뷰티를 아우르는 가게였던 셈이다. 오늘날 전 세계 의류· 화장품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의 K-뷰티 시장의 시초는 사실상 종로 박승직 상점에서 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처: jobsN
현대백화점이 들어설 예정인 동대문 두타 면세점.

강 씨는 “서울 중구에서 두타 간판이 20년 넘게 가장 높이 있었다”며 “두산 본사에 현대가 들어온다니 시대가 바뀌긴 했다”고 말했다. 두산타워는 동대문 패션 시장을 상징하는 대표 건물이다. 1999년 개장한 두타는 그야말로 ‘쇼핑 천국’이었다.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오면 꼭 거쳐가야 하는 필수 관광 코스이기도 했다. 막 데뷔한 신진 디자이너들은 두타에 직접 제작한 브랜드를 내걸었다. 2000년대 개장 초반 두타의 의류 매장은 1950여개에 달했다. 2009년 두산그룹은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200억원을 들여 전체 리뉴얼을 했다. 매장 수는 565개로 줄어들었지만 남녀노소 사랑을 받았다. 한때 ‘동대문 브랜드가 백화점 옷보다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백화점 옷의 3분의 1도 안되는 가격에 질 좋고 희소성 있는 옷을 팔았기 때문이다. 중국 보따리상(따이공)들도 쉼 없이 오갔다.

출처: SBS CNBC 캡처
한때 많은 이들이 모여들던 동대문 두타 매장 전경.

그러나 온라인 쇼핑몰이 국내에 본격 등장하자 다른 오프라인 쇼핑몰처럼 설 곳을 잃어갔다. 홍대·압구정 등에게 밀려 서울을 대표하는 쇼핑 상권이라는 존재감도 희미해져만 갔다.


두타처럼 지역의 랜드마크로 사랑받았지만 세월에 밀려 사라진 곳들이 서울 곳곳에 있다. 지금은 추억으로 남은 서울의 명소를 소개한다.


◇사라져버린 추억의 장소


①강남역 뉴욕제과


서울 강남역 뉴욕제과는 문 닫은지 벌써 7년의 세월이 지났다. 뉴욕제과는 1974년 설립돼 38년간 강남역을 대표하는 명소였다. 강남 뉴욕제과가 지하철 강남역보다 먼저 생긴 제과점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설립 당시만 해도 황량한 밭이 있던 곳이었다. 약 40년의 세월 동안 뉴욕제과는 강남역이 생기고 고층 빌딩이 세워지는 모든 과정을 함께했다. 친구와 연인이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만날 때면 “뉴욕제과 앞에서 보자”라고 약속했다. 뉴욕제과 운영사이자 뉴욕제과가 있던 건물의 전 소유주인 ABC상사는 베이커리 사업을 접은 뒤 임대용으로 활용했다. 뉴욕제과 자리에는 삼성물산 의류업체인 에잇세컨즈가 들어섰다. 뉴욕제과 폐업 2년 뒤인 2014년 빌딩은 한 개인투자자에게 1050억원에 팔렸다. 건물 매수자는 경기 분당에 거주하는 자산가 L씨로 알려졌다.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의 강남역 풍경

건물은 5년 만에 새 주인을 찾는 모양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옛 뉴욕제과 건물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 투자업계에 11월 27일 전해졌다. 매입 금액은 약 1400억원대 규모다. 3.3㎡당 약 7억원 수준이다. 자산가 L씨가 ABC 상사로부터 이 건물을 사들일 당시 3.3㎡당 매매가는 5억1700만원이었다. L씨는 2017년 12월 빌딩 시장에 매물로 이 건물을 내놨다. 그동안 주인을 찾지 못하다 2년 만에 주인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뉴욕제과는 폐업한지 7년이 지나 주인이 바뀔 동안에도 여전히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는 ‘뉴욕제과 건물’이라는 단어가 쓰인다. 책 ‘골목의 전쟁’ 김영준 작가는 “2000년대까지의 강남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마 앞으로도 뉴욕제과를 계속 얘기할 것”이라며 “자신의 청춘시절을 함께했던 장소는 기억에 더 오래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②홍대 한양툰크(한양문고)


홍대에도 뉴욕제과처럼 소중한 사람들이 만남을 약속하던 장소가 있었다. 2000년대 홍대에서 청춘을 보낸 이라면 ‘홍대입구역 8번 출구 앞’라는 말보다 ‘홍대 한양툰크 앞’이 익숙하다. 지난 20여년간 홍대 한양툰크의 주소지는 서울 마포구 홍익로 6길 67번지였다. 이곳은 만화 전문서점으로 한국·일본만화 원서와 절판본까지 다뤘다. 대형서점에서 취급하지 않는 소수 취향의 만화도 살 수 있었다. 1990년대 말 전국 만화 애호가들이 책과 음반을 사기 위해 드나들던 곳이었다. 부부 만화가 강도하·원수연 작가와 가수 자우림의 김윤아 씨가 이 서점의 단골이었다.

출처: 한양툰크 공식 홈페이지
홍대 한양툰크 전경.

그러나 인터넷 서점과 웹툰이 보편화되면서 입지가 점점 줄어들었다. 1997년 서울 홍대 앞에 문을 연 홍대 한양툰크는 2017년 8월15일 폐업했다. 한양툰크 김기성 대표는 이날 가게 문 앞에 ‘폐업’이라는 말 대신 ‘휴업한다’는 종이를 붙였다. 출판사 이숲의 김문영 편집장은 “홍대 앞 젊음의 상징인 한국의 대표 만화 서점 한양문고(한양툰크)가 문을 닫는다”며 “작은 식당, 작은 서점들이 어렵다는 걸 매일 실감한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③신촌 그랜드마트


2018년 9월26일 서울 마포구 신촌의 터줏대감이었던 그랜드마트는 영업을 종료했다. 1995년 세워진 그랜드마트는 20년 넘도록 신촌을 상징했다.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중심에 있어 대학생들의 만남의 장소였다. 대학생들은 MT를 떠나기 전 지하 3층부터 지하 1층 그랜드마트에서 한가득 장을 봤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대형 유통업체·온라인 쇼핑몰과의 경쟁에 밀려나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랜드 마트 매출은 해마다 크게 감소했다. 그랜드마트 운영사인 그랜드백화점은 줄어든 영업이익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폐업했다. 그랜드마트 지상 1~6층의 전 매장은 더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2015년부터 이랜드 계열의 의류업체 스파오와 슈즈 브랜드 슈펜 등이 들어섰다. 철거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많은 이들이 신촌역 7번출구 앞 건물을 그랜드마트로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서울 마포구 신촌로 94 그랜드플라자에는 다른 업체들이 들어서 영업 중이다.

출처: 그래느백화점 홈페이지, 조선닷컴
신촌 그랜드마트 전경과 지하에 위치했던 그랜드마트.

김영준 작가는 “그랜드마트와 함께 신촌 맥도날드를 추억하고 있는 이들도 많다”라고 덧붙였다. 각 지역의 랜드마크는 그 지역을 오고가는 사람들의 취향과 습성을 대표하는 특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람들의 취향이 달라지면 자연스럽게 랜드마크의 수명이 다 한다. 김 작가는 “트렌드와 변화에 민감한 소비자가 많은 상권일수록 앞으로도 계속 모습을 바꿔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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