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뭐지?' 2년 전에 먹은 회 때문에 회사까지 그만뒀죠

조회수 2020. 9. 24. 11: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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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노량진에서 먹은 회가 제 인생을 바꿔놨어요"
매일 노량진수산시장 경매 참여해 횟감 받아
크고 품질 좋은 대어(大漁)를 소분해 판매
혼자서도 대광어 즐길 수 있어

음식 배달 서비스 시장이 커지면서 생선회처럼 신선도가 중요한 음식도 언제 어디서든 쉽게 맛볼 수 있다. 보통 배달 서비스는 빠르고 신속한 배달을 추구한다. 회 배달 서비스 업체 중 신속함보다 품질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노량진 수산시장 경매에 매일 참여한다. 경매에서 받은 횟감을 직접 작업해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배송해준다. 크고 품질 좋은 대어(大漁)를 소분해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혼자서도 맛 좋은 회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온라인 회 배달 서비스 ‘회이팅’을 운영하는 ‘바다드림’의 김영선(45) 대표를 만났다.

출처: 바다드림 제공
‘회이팅’ 서비스를 운영하는 ‘바다드림’의 김영선 대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수산물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회의팅’을 운영 중인 ‘바다드림’의 대표 김영선입니다. ‘회이팅’은 '회(Hwoi)’와 ‘식사(Eating)'를 합친 말입니다. 소비자가 신선하고 품질 좋은 수산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광어, 방어, 농어, 연어, 대게, 킹크랩, 완도 전복 등 다양한 종류의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어요.”


2002년에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대표는 ‘바다드림’을 창업하기 전 10여 년간 IT업계에서 근무했다. 2007년 전자결제 서비스 업체인 사이버패스에서 가맹점 관리 및 영업 일을 시작했다. 이후 모바일 티머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전문기업 티모넷에서 약 5년간 일했다. 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는 김 대표는 업무 때문에 노량진수산시장을 자주 찾게 됐다고 한다.


“2017년 노량진수산시장 측이 선불카드를 활용한 프로젝트를 의뢰했습니다. 노량진수산시장에 파견을 나와 10개월간 일했어요. 원래 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수산 시장 사람들을 자주 만났고, 자연스럽게 회를 먹을 일이 많았습니다. 어느 날 수산시장 관계자가 추천해 준 회를 먹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먹은 회는 무엇이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싱싱하고 쫄깃했습니다. 대광어였습니다. 대광어는 3kg 이상의 광어를 말합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맛보라며 포장해 갖다줬어요. '광어가 이런 맛이었냐' ‘담백하고 탱글탱글하다’ 등 반응이 좋았습니다. 수산시장의 신선한 수산물을 소비자가 간편하게 맛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어요.


또 소고기, 돼지고기는 등급제가 있습니다. 수산물은 안전에 가장 민감한 식품이지만 등급제가 없어요. 상대적으로 소비자가 알 수 있는 정보가 적습니다. 직접 수산시장에서 경매를 받아 좋은 품질의 회를 책임하에 배송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2018년 1월 ‘바다드림’을 창업했습니다.”

출처: 바다드림 제공
회이팅은 매일 노량진수산시장 경매에 참여해 주문량만큼 횟감을 수급한다.

-다른 경쟁업체와의 차별점이 궁금합니다.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이지만 속도보다 품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물 수급, 주문, 손질, 포장, 배송까지 모두 직접 관리·진행하고 있어요. 고객의 주문을 받아 다른 가맹점에 연결해주는 방식이 아닙니다.”


회이팅은 매일 노량진수산시장의 경매에 참여한다.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받은 주문량만큼 횟감을 수급한다. 받은 수산물을 전용 수족관에 넣고 고객이 배송을 원하는 시간에 맞춰 회를 뜬다. 크고 품질 좋은 대어를 소분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혼자서도 품질 좋은 회를 맛볼 수 있다.


“회이팅에서 판매하는 광어는 대광어입니다. 보통 식당에서 파는 광어는 1~1.5kg입니다. 3kg 이상의 대광어가 훨씬 더 쫄깃하고 맛있습니다. 회를 뜨면 더 두꺼워서 씹는 맛이 있어요. 하지만 평상시에 대광어를 먹을 일이 많지 않습니다. 성인 4명 이상 먹는 양이에요. 또 보통 광어만 먹지 않고 우럭, 연어 등 다른 생선을 같이 주문해 먹습니다. 대광어만 맛보려고 여러 명이 횟집에 가는 일은 드물어요. 회이팅은 대어를 200g씩 1인분으로 소분해 판매하고 있어요. 혼자서도 품질 좋은 대광어를 맛볼 수 있습니다. 또 주문량만큼 수산물을 가져오기 때문에 재고가 없습니다. 수족관에 횟감을 오래 보관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은 언제나 신선한 제품을 받아볼 수 있어요.

출처: 바다드림 제공
회이팅은 친환경 종이로 포장용기를 자체 개발했다.

또 회의 신선도를 고객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하대 생명공학과로부터 특허 이전을 통해 온도변화를 감지하는 ‘하이드로젤비드 기반 바이오센서’ 특허를 취득했습니다. 기술을 이용해 수산물의 온도 및 산도(pH)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물질이 발라진 포장용지를 만들었습니다. 회가 따뜻해지거나 상하면 파란색 리트머스 종이가 빨간색으로 변합니다. 고객은 회의 신선도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안심할 수 있어요. 만약 제품을 받아보고 종이가 빨간색으로 변해있으면 보상해드릴 계획입니다. 2020년부터 배달 서비스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창업 초기부터 환경보호에 대한 고민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배달 서비스이기 때문에 일회용품을 많이 쓸 수밖에 없습니다. 친환경적 포장 용기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어요. 재활용 배출이 가능한 친환경 종이로 포장용기를 자체 개발했습니다. 잉크는 콩기름을 썼습니다.”


-창업 전까지 아예 다른 분야에서 일하셨어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창업하기 전부터 회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2년 전 조영제 부경대학교 수산과학대학 식품공학과 교수님을 찾아갔어요. 한국생선회협회 이사장이자 국내에서 ‘생선회 박사’로 유명한 교수님입니다. 수십 년간 생선회 관련 연구를 하셨어요.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교수님을 찾았습니다.


회는 어떤 상태가 가장 맛있는지, 어떻게 해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등을 배웠습니다. 횟감을 잡은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감칠맛을 내는 이노신산 함유량이 많아집니다. 조영제 교수님의 연구 결과를 보면 횟감을 잡은 뒤 약 4시간~10시간 후 가장 쫄깃하고 감칠맛 나는 식감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활어의 쫄깃하고 탱글탱글한 식감은 물론, 숙성 회의 감칠맛을 동시에 맛볼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경매에서 받은 수산물을 수족관에 넣고 고객이 받길 원하는 시간에 맞춰 회를 뜹니다. 배송 시간을 계산해 4시간 이상 숙성해요. 고객은 더 쫄깃하고 감칠맛 나는 회를 즐길 수 있습니다.”

출처: 바다드림 제공
고객이 회 종류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제품 위에 생선 이름이 적힌 스티커를 붙인다.

-가격과 매출이 궁금합니다.


“모둠회의 경우 3~4인분 기준 5만원~7만원대입니다. 회 두께도 선택할 수 있어요. ‘얇게(0.8cm), 보통(1cm), 두껍게(1.2cm)’ 옵션이 있습니다. 매운탕 거리와 양념도 추가할 수 있어요.


작년 10월부터 홈페이지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작년 매출은 약 5800만원이었습니다. 올해 10월까지 매출은 약 8000만원입니다. 재주문율이 50% 가까이 됩니다. 서비스에 만족하시고 다시 찾는 고객이 많습니다. 내년 예상 매출은 3억원입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많은 사람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품질 좋은 회를 안전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12월에 모바일 앱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또 케이터링 서비스, 출장뷔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수산물도 안전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또 창업하는 과정에서 교수님 등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어요. 얼른 자리를 잡아서 새롭게 창업하는 분들을 돕고 싶습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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