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이요? 클릭 1번이면 줄일 수 있어요"

조회수 2020. 9. 24. 11: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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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랑스·일본에 소개된 한국 협업툴
콜라비 김한선 이사
네이버·마이크로소프트 코리아 거친 협업툴 전문가
미국·프랑스·일본에 소개된 한국 협업툴

“지식 근로자들이 직장에 머무는 8시간 중 실제 일하는 시간은 2시간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아마존·애플·구글 등 글로벌 기업은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계속 바꾸고 있어요. 앞으로는 짧은 시간 몰입해서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드는 기업이 살아남을 겁니다.”


학생이 공부를 잘하기 위해선 좋은 필기구가 필요하다. 목수가 좋은 가구를 만들려면 잘 길들여진 공구가 있어야 한다. 회사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업무용 소프트웨어 도구를 쓴다. 이메일이나 사내 메신저 등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이메일·사내 메신저 등의 소프트웨어도 한계는 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소프트웨어 도구를 만들어낸 스타트업이 콜라비다. 콜라비는 국내 최초 협업툴 개발 업체다. 해외 소비자들이 먼저 진가를 알아봤다. 2015년 설립된 신생업체로 IT업계 유명 인재들이 모여 역량을 합쳤다. 김한선(40) 이사도 네이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8년간 근무하다 2018년 12월부터 콜라비팀에 합류했다.

출처: 콜라비 제공
콜라비 팀원들.

◇”메일·메신저로 오고 가는 대화, 일일이 클릭하느라 야근해”


-10년 넘게 IT업계에서 근무했다. 협업 소프트웨어를 처음 기획한 것은 언제부터인지.


“2011년 네이버 웍스 전략기획팀에서 과장으로 일했다. 약 10년 전부터 네이버는 캘린더·클라우드 플랫폼 등 기업용 서비스를 기획했다.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 간 거래) 사업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것 같다. 이 팀에서 지금의 콜라비 창업자 조용상 대표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네이버웍스를 만들고 나서 보니 초기 기획 의도와는 다른 제품이 나왔다.”


-10년 전 당시 협업 소프트웨어 시장은 어땠나.


“협업은 본질적으로 기업 문화 중 일부다. 팀원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글로벌 IT스타트업들은 10년 전부터 어떻게 더 효율적·민주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다. 협업 소프트웨어는 당시 글로벌 IT 기업이 관심 갖던 사업 아이템이었다. 2009년 설립된 ‘포디오(Podio)’라는 소셜 오피스 협업 도구가 있다. 덴마크 스타트업으로 채팅앱·직원 이메일·일정 및 작업 기능 등을 직관적으로 개발했다. 미국·유럽 기업 중심으로 쓰였다. 2012년 글로벌 솔루션 회사 시트릭스(Citrix)에 인수됐다. ‘협업툴(tool)’이라는 단어는 콜라비 조용상 대표가 처음 만들었다. 그 정도로 국내선 개념 자체가 미완성 상태였다. 콜라비는 협업툴 시장을 전 세계 60조원 규모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 11조원, 일본 3조4000억원 등이다. 국내는 업무 효율화 방식을 비교적 늦게 고민하면서 협업툴에도 나중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 시장은 1000억원 정도다.”


-네이버에서 협업 소프트웨어 기획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로 이직했다.


“MS에서 제안이 온다면 누구나 이직하지 않을까. 2017년 2월 MS로 옮겨 브랜드·퍼포먼스 마케터로 일했다. 세계 최고 IT기업에서 근무하면서도 답답하단 생각을 했다. MS 본사 미국인 직원, MS 코리아 팀장, 아시아 총괄 담당자 등 4명이 MS 한국 홈페이지를 고치는 문제를 메일로 논의한 적이 있다. MS에서는 업무에 주로 이메일을 활용한다. 본사 직원이 ‘MS 홈페이지는 전 세계 같은 매뉴얼을 제공하는데 왜 유독 한국 홈페이지만 바로 나가는 비율이 높은지’ 질문했다. 4명이서 이메일 수십통을 주고받았다. 그런데도 프로젝트는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메일로 원인 분석 자료가 오갔고 책임 담당자를 선임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이메일 한 통에 섞여 따로 분류되고 저장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행이 더뎠다. 나중에 기록을 찾아보려면 일일이 메일을 클릭해가며 찾아야만 했다.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겠나. 세계 최고 IT기업이라는 MS에서 이런 비효율이 발생하는데 다른 기업들 상황은 불 보듯 뻔했다. 회사원이 다른 이유 때문에 야근하는 게 아니다. 시간을 들이지 말아야 할 일에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에 일이 늦어지는 거다.”

콜라비 메인 페이지

◇”프로젝트별로 대화 묶었더니 미국·유럽 사용자들 환호”

 

-MS를 나와 스타트업 콜라비로 향했다. 안정적인 직장이었을 텐데.


“MS 근무 당시 인지도와 안정성 측면에서도 더할 나위 없었다.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을 고민했던 때는 40대에 접어드는 나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전까지 해오던 직장이나 업무에 안주하는 길을 택할 것이다. 2015년 네이버에서 인연을 맺었던 조용상 대표가 콜라비를 창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프로젝트를 이어간다면 어떨까 하는 열망이 들었다. 또 스타트업으로 이직한다면 업무를 보다 주도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끌렸다. 지금 아니면 언제 도전할 수 있을까 싶었다. 슬랙·큅·아사나 등 기업용 협업 소프트웨어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성장하는 추세였다. 비전도 충분하단 생각이 들었다.”


-큰 리스크는 아니었을 것 같다. 2018년 12월 이직 당시 콜라비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입소문이 났다.


“콜라비는 해외에서 먼저 역량을 알아봤다. 2016년 스타트업 그라인드 유럽(Startup Grind Europe)에서 톱 10에 이름을 올랐다. 스타트업 그라인드는 구글이 후원하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커뮤니티다. 200개 도시에서 모인 40만명 창업자들이 교류하는 장이다. 구글 알파벳 CEO 에릭 슈미트, 영상 통화 서비스 스카이프(Skype) 창업자 등 유명 IT 경영자들이 연사로 온다. 에릭 슈미트는 이날 “대중이 뭔가 배우게 만드는 스타트업이 큰 성공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콜라비가 10개 스타트업 중 하나로 뽑힌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한국인이 주축인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인정을 받기란 쉽지 않다. 특유의 텃세도 있고 해외 영업·마케팅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콜라비는 이 모든 약점을 기술력 하나로 극복해냈다. 따로 마케팅을 하지도 않았는데 미국·프랑스 IT 매거진에 소개도 됐다.”

출처: 각각 dpm, outilscollaboratifs 캡처
미국(왼쪽)과 프랑스(오른쪽) 웹진에 소개된 콜라비.

-콜라비의 장점은 무엇인가.


“업무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고 업데이트를 잘 파악할 수 있다. 이메일로 소통하다 보면 일의 흐름을 파악하는 게 어려울 경우가 많다. 팀원들이 사내 간식을 이메일로 정한다고 해보자. ‘젤리가 맛있더라’, ‘과자나 껌은 어떨까’. ‘다이어트해야 하는데’ 등 의견이 중구난방 펼쳐질 것이다. 예산 규모는 어느 정도로 할지, 간식 종류는 무엇으로 할지, 간식 구매 대행업체에게 맡길 것인지 등 범위는 자꾸 확장된다. 그러다가 누군가 ‘요새 탕비실이 너무 더럽다’라는 논의를 꺼낸다. 간식 논의를 마치지 않았는데 ‘탕비실 청소’라는 새로운 이슈가 덧붙여진 것이다. 콜라비는 ‘사내 간식 선정’이라는 주제로 이슈 페이지를 만들고 페이지 안에서 여러 명이 실시간 동시 편집으로 의견을 나눈다. 그 기록이 한 페이지 안에 리포트처럼 정리된다. 여러 이슈 페이지 별로 진행 상황은 칸반으로 한번에 볼 수 있다. 한 페이지로 정리된 업무 기록은 입사한지 얼마 안된 직원들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출처: 콜라비 제공
콜라비 팀원들.

◇”52시간제로 효율성 고민하는 기업들···콜라비로 해답 찾아”


-지금까지 성과는 어떤가.


“콜라비는 올해 3월 미국 델라웨어에 법인을 설립했다. 일본에서 가장 먼저 반응이 왔다. 올해 8월 콜라비는 일본 IT 전문 리셀링 업체 라이오니스(LIONICE)와 독점 계약에 성공했다. 라이오니스는 실리콘밸리 등 해외 유명 IT 기업을 일본 내부 기업들에게 전문적으로 영업하는 업체다. 일본 시장을 공략하려면 라이오니스같은 B2B를 이어주는 리셀링 및 컨설팅 전문 업체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라이오니스와 독점 계약을 맺었다는 것은 콜라비가 해외 유명 협업툴 스타트업을 제치고 혜택을 받는다는 의미다.”

“야근이요? 클릭 한 번이면 줄일 수 있어요”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나.


“무료용, 비즈니스, 엔터프라이즈용으로 나뉜다. 무료로 협업공간을 사용하다 유료로 전환할 수 있는 방식이다.”


-전망이 있을 거라고 보나.


“52시간 근무제가 화두다. 기업의 큰 고민은 근무 시간은 짧아졌는데 예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점이다. 콜라비에서 이슈와 연결된 파일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8.94초다. 효율성에 있어서만큼은 콜라비가 월등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 또 앞으로의 기업 문화로 ‘디지털 노마드’ 근무 방식이 보편화될 것이다. 사람들은 예전처럼 사무실에 모여 일하지 않는다. 노트북 하나만 들고 집이나 카페에서, 혹은 그 밖의 장소에서 일한다. 얼굴을 맞대고 하는 회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더 효율적으로 의견을 나눠야 한다. 업무 효율화를 고민하는 관리자들은 점점 많아질 것이다. 콜라비가 60조원이나 되는 협업툴 시장을 노려볼만한 이유가 여기 있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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