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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7000만원 버는 낭만적인 직업이라고요?”

여행작가를 꿈꾼다면 자기만의 전문분야를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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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투어리즘’ 전문 여행작가 나보영씨
잡지사 기자로 와인, 음식분야 내공쌓아
책으로 소개된 곳 직접 다니는 게 ‘행복’

여행을 꿈꾸며 휴가를 손꼽아 기다리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여행은 현실을 잠시 벗어날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다. 그런데 여행을 하며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여행작가들은 여행을 다니며 책을 내고 신문 잡지에 글을 쓰고 방송 활동을 하기도 한다. 여행이 직업이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잡지사에서 일하던 나보영(41) 씨는 현재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나라의 와인과 음식을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올해에만 15번 해외에 나갔다 왔다는 그는 올해 한국에 있는 시간보다 해외에 머물렀던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그를 만나 여행작가의 삶에 대해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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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이 직업이라니 부럽다.


“친구들이 여행작가라는 직업을 무척 부러워해요. 하지만 여행작가가 상상하는 것만큼 낭만적이지는 않아요. 스타 작가라 할지라도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수입이 일정하지 않고, 여행이 일이다 보니 여행하며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많아요. 즐기기보다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기록하려고 노력하니까요.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많이 보고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도 큰 직업입니다.”


- 얼마나 자주 여행을 떠나는가.


“일이 많이 들어올수록 자주 여행을 가요. 올해는 특히 요청하는 곳이 많아서 15번 해외로 출장을 다녀왔어요. 올해는 해외에 있던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왼)경기도 폐철길에서,(오)오스트레일리아 바로사 밸리에서.

출처본인제공

- 여행작가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는가.


“프리랜서 신분으로 신문이나 잡지 등에 여행에 대한 기사를 기고해요. 여행 관련 인터넷 매체나 블로그에 글을 쓰기도 하죠. 방송에 출연해서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여행과 관련된 책을 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운영하는 여행 작가도 늘어나고 있어요. 저는 현재 한국경제에 여행 기사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여러 매거진에서도 글을 쓰고 있어요. 작년에는 라디오 KFM 채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세계의 도시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었고, ‘리얼 후쿠오카 PLUS 벳푸 유후인’이라는 책을 써서 후쿠오카 지역을 맛집 위주로 소개했어요. 내년에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카탈루냐에 대한 책을 쓰려고 준비 중입니다.”


- 잡지사에서 일했었다고. 어떻게 여행작가를 할 생각을 했었는지.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대학교를 졸업한 후 잡지사에 들어갔어요. 주류 관련 전문지였는데 그때 제가 맡았던 파트가 여행과 음식, 와인이었습니다. 6년 동안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시야를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그 무렵부터 여러 곳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의를 받기도 했고요. 일단은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싶어서 프리랜서 기자로 여러 매체와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잡지 기자 시절부터 맡았던 분야가 여행, 음식, 와인이어서 관련 글을 써왔는데, 그때 한 신문사에서 꾸준히 해외여행기를 기고하는 여행작가로 일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게 계기가 되어 나중엔 책도 쓰고, 라디오 여행 코너도 맡고, 강연도 하고, 여행 토크 콘서트도 진행하게 됐습니다. 본격적으로 여행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거죠.”

(왼)프랑스 루아르 지역 도멘 브레통의 2세대 폴 브레통,(오)캘리포니아 말리부 와인 사파리의 포도밭 모습.

출처본인제공

- 원래부터 여행을 좋아했었나.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이었어요. 겁이 많았죠. 그런데 호기심도 많았어요. 궁금한 걸 못 참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그러고 보니 스무 살 때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역마살이 끼었냐’,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국내 여행도 무척 좋아했어요. 시간이 나면 주말여행을 훌쩍 떠나기도 했습니다.”


- 여행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경쟁력을 갖춰야 하나.


“여행작가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요. 여행작가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갖기 위해서는 전문 분야가 필요합니다. 저는 와인이 전문 분야였기 때문에 와인을 중심으로 여행을 풀어주려고 노력했어요. 와인을 만들어내는 와이너리는 수도원이나 성당 등의 역사적인 유적이 많아서 해외에는 와인 투어리즘이 많이 형성돼있어요. 와인을 알려주는 소믈리에나 와인 전문가는 많아도 와인을 여행으로 풀어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어요. 제가 여행작가로서 자리 잡는데 큰 도움이 됐죠. 자신만의 테마가 있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찰 전문, 오지 전문, 나 홀로 여행 전문 등 자신만의 특화된 분야가 있는 작가들이 성공하는 걸 많이 봤습니다.”

아프리카 모리셔스공화국.

출처본인제공

- 여행을 가면 현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여행을 가는 테마에 따라서 하는 일은 달라져요. 저는 와이너리 투어를 많이 가는데, 한 번 가면 하루 종일 와이너리를 4~5개씩 돌아요. 와이너리의 역사와 양조 과학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음을 합니다. 어떨 때는 일주일 내내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와이너리를 다니며 시음할 때도 있어요. 그러면 와인의 산 때문에 잇몸과 이빨이 시려서 이빨을 닦기가 힘들기도 합니다. 이가 삭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최대한 와이너리 관계자들과 늦게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해요. 그들이 해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글을 쓰는 데 유용할 때가 많거든요. 이렇게 대부분의 일정이 빼곡히 채워져 있어요. 최대한 많이 보고 들어야 나만의 콘텐츠가 쌓이니까요.”


- 어떻게 여행을 다니나. 여행 다니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텐데.


“여행작가는 프리랜서기 때문에 자기 비용을 들여서 여행을 갔다 와서 거기서 쌓은 콘텐츠로 책을 쓰고 방송을 하고 강의하고 기사를 써서 수입을 얻는 것이 기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한 번 여행을 가더라도 되도록 많은 콘텐츠를 담아 오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가 점점 인지도가 생기면 외국 관광청이나 기관에서 홍보를 위해 초청을 하기도 해요. 여행작가를 통해 한국에 관광지를 알리려는 목적이에요. 반대로 여행작가가 해외 유적지나 관광지에 취재를 위해 체험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때는 영문으로 해당 기관에 제안서를 보내요. 그때는 내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소개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자료를 함께 제출합니다. 승인이 나면 현지에 가서 담당자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일반 관광객이 들어가기 힘든 곳까지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 여행작가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좋은 건 여행이 일상이라는 거예요. 새로운 도시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것, 전 세계에 친구들이 생기는 것, 새로운 취항지로 향하는 첫 비행에 내가 동참하는 등 매일 새로운 경험을 쌓는 느낌은 무척 매력적이죠. 그런 경험을 책에 담거나 방송을 통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과정이 힘들면서도 행복합니다.”

(왼)로스엔젤레스 산타모니카 해변,(오)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광장의 노을.

출처본인제공

- 일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몸이 아픈데 일정대로 여행을 해야 할 때 가장 힘들어요. 약을 먹어가며 일정을 소화해야 할 때가 있죠. 개인적으로 속상하고 힘든 일이 있는 시기에는 발이 잘 안 떨어질 때도 있어요. 가족이나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출장길에 오르는 여행작가도 있었어요. 일로 떠나는 여행이라 생기는 일인 것 같아요.”


- 가봤던 곳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인가.


“개인적으로 스페인을 가장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스페인 중부에 있는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라는 곳이 있어요. 내륙 산간지역의 유명한 와인 산지죠. 굉장히 척박하고 암벽이 많은 지역인데 이곳에 처음 갔을 때 ‘와, 여기 자연은 아무도 안 건드렸구나’라고 감탄할 정도로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이 끝없이 펼쳐진 곳이에요.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생생해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입니다.“


- 일하러 여행을 떠나는 기분은 어떤지 궁금하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까지 투덜거려요. 일이 많을 때는 일주일마다 출장 가고 원고 마감하는 일이 반복되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시 비행기를 타고 새로운 여행지에 가까워지면 어김없이 설레기 시작해요. 비행기 창문을 통해서 도시의 색깔이 보이고, 도시의 숲과 구조가 눈에 들어오면 심장이 뛰어요. 비행기에서 내려서 고개를 내밀고 첫 공기를 맡을 때도 흥분됩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철이 없구나’ 자책하다가도 이게 천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드니 하버브릿지에서.

출처본인제공

- 여행작가의 수입은 어느정도인가.


“프리랜서라서 작가의 활동량에 따라 천차만별이에요. 일부 유명 여행작가들이 1년에 6000만~7000만원 정도 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일반 여행작가들의 수입은 그에 훨씬 못 미쳐요. 대부분의 작가들은 수입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본인이 집안의 주 수입원이 아닐 때 편안히 마음 놓고 일하곤 해요. 본인이 가장인데 전업으로 여행작가를 하는 사람들은 고민이 많죠.”


- 여행 말고 취미가 무엇인지.


“음악을 크게 들으며 운동하는 걸 가장 좋아해요. 책이나 원고를 쓰느라 책상에 앉아 보내는 시간이 많을 때는, 운동만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출구가 되더라구요. 땀을 흘리고 나면 숨통이 트이면서 상쾌해지곤 합니다. 그리고 책 보는 것과 라디오나 팟캐스트 듣는 것도 좋아해요. 직업 상 이동 시간이 많다 보니 공항이나 차에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뭔가를 듣는 시간이 많아요. 비행기 탈 때도 e북과 다운 받은 팟캐스트나 라디오 다시 듣기를 잔뜩 담아 갑니다.”


- 꿈이 무엇인가.


“이 일을 즐기면서 80세가 될 때까지 계속 여행작가를 하고 싶어요. 여행의 매력에 빠져서 선택한 직업이에요. 여행작가로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보다는, 즐기면서 조용히 오랫동안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책을 제일 좋아했어요. 책 속에 나오는 세상이 너무 궁금했거든요. 그 세상을 지금 내가 직접 다니면서 글을 쓰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80세가 되어 백발이 될 때까지 계속 하고 싶은 직업이에요.”


글·사진 jobsN 오종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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